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비게이션을 따라 차를 몰고 가다가 애먼 곳에 도착한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한 인생 내비게이션은 우리를 애먼 곳으로 인도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말>

제 마누라입니다. 실물보다 못 나온 사진인데 마누라는 이 사진을 좋아하네요. 취향 독특한 마누라.
 제 마누라입니다. 실물보다 못 나온 사진인데 마누라는 이 사진을 좋아하네요. 취향 독특한 마누라.
ⓒ 임승수

관련사진보기


"제가 지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여러분이 제 강의 내용을 열심히 듣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사실 강의하는 사람은 청중이 자신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줄 때 가장 즐겁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은 특별히 여러분 같은 청년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삶의 노하우를 공개하겠습니다."
"오! 완전 궁금해요. 뭔가요?"
"바로 연애비법입니다."
"?"

의외라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요. 주로 경제, 중남미 정치사회, 철학, 인생관, 글쓰기 등의 내용을 강연을 하는 사람이 갑자기 '연애비법' 운운하니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맨 앞에 앉은 학생 한 명이 바로 태클을 들어옵니다.

"선생님, 솔직히 선생님의 경제 강연이나 인생관 강연은 무척 재미있고 느끼는 것이 많은데요. 그렇다고 갑자기 연애비법을 얘기하시는 것은 좀 오버 아닌가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도 아니죠. 그렇다면 학생이 저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군요."

저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펼친 후에 천천히 태클을 건 학생에게 다가가서 지갑 속에 들어있는 증명사진을 보여줍니다.

"학생, 이 사람이 내 마누라입니다."
"헐~ 대박!"
"학생, 이제 저에게 연애비법을 들을 준비가 됐죠?"
"네에!"
"다른 친구들은 이 친구의 반응으로 미루어 짐작하세요. 제가 여러분에게 일일이 마누라 사진을 다 보여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하하."

갑자기 학생들이 듣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본강연 중에는 꾸벅꾸벅 졸던 친구도 갑자기 노트와 필기구를 꺼내들고 더 이상 초롱초롱할 수 없는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쩝.

"여러분, 제가 지금부터 얘기할 연애비법은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제 지갑 안에 있는 증명사진 속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던 바로 그 '비법'입니다. 오늘은 시간 관계상 비법 두 가지만 공개하겠습니다."
"에이… 많이 공개해주세요."
"하하. 다 까면 밑천이 떨어지니까 이해해주세요. 우선 첫 번째 비법을 공개합니다. 이름 하여 '파블로프의 개 작전'입니다."
"하하하. 무슨 작전 이름이 그래요?"
"다들 잘 알다시피 파블로프는 과학자 이름입니다. 조건반사 실험으로 유명하죠. 개한테 밥 줄 때마다 꼬박꼬박 종을 치니까 나중에는 종만 쳐도 개가 침을 질질 흘리죠. 그런데, 여러분! 우리는 개입니다."
"네에? 무슨?"
"여러분, 게놈 아시죠? 유전자 지도요. 사람하고 침팬지는 유전자 지도가 거의 99% 일치한다고 합니다. 사람과 생쥐도 80% 정도 같다네요. 그러면 개는 99%와 80% 중간 어디쯤이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최소 잡아도 80% 이상이 개라는 얘기죠. 개도 배고프면 허기를 느끼고 사람도 배고프면 허기를 느끼잖아요? 둘 다 눈, 코, 입 ,귀가 있고요. 이렇게 비슷한 구석이 많죠. 하하. 그래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잘 이용하면 연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용하는데요?"
"파블로프 개 실험에 의하면 연인과 맛집을 많이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한번 생각해보죠. 학생은 샤브샤브를 먹으면 기분이 좋은가요, 나쁜가요?"
"당연히 좋죠. 저 샤브샤브 완전 좋아하거든요."
"그렇죠. 샤브샤브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 먹을 때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 신체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맛있는 것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도록 말이죠. 그런데 항상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앞에서 특정한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타는 것입니다. 마치 파블로프 개 실험의 종소리처럼 말이죠."
"특정한 이미지요?"
"네에. 바로 여러분의 겉모습이라는 특정한 이미지 말이죠. 같이 맛집에 가서 맞은편 의자에 앉았을 테니까요. 맛있는 것을 먹어서 기분이 좋을 때마다 눈앞에 여러분의 모습이 시각 이미지로 반복되는 겁니다."
"오호!"
"이제 좀 감을 잡았군요. 이런 맛집 탐방이 계속되면 이제 조건반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어떻게 일어나느냐고요? 딱히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았는데도 여러분의 모습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그렇군요!"

아무리 상대방에 대한 연정이 가슴에 넘치더라도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나의 연정을 공기 중으로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이라는 '관념'은 구체적인 '물질'에 담아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연인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러 다니고 밤에는 야경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공기를 타고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연애비법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참 서운합니다. 왜냐면 본 강의 내용에서는 이런 반응이 전혀 없었으니 말이죠. 얘기는 계속됩니다.

스위스제 카렌다쉬 볼펜. 연애 시절 큰 출혈을 감수하고 마누라에게 사준 선물.
 스위스제 카렌다쉬 볼펜. 연애 시절 큰 출혈을 감수하고 마누라에게 사준 선물.
ⓒ 임승수

관련사진보기


"이제 두 번째 작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름 하여 '명품작전'입니다."
"명품이요? 애걔, 명품 주면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후후. 그런 시시한 얘기면 제가 아예 언급을 안 하겠죠? 이 작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품이 필요한데요.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가방 안에서 검지 길이만한 볼펜을 꺼내 학생들에게 보여줍니다.

"자, 이 볼펜 보이시나요?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죠? 제가 결혼 전에 마누라한테 했던 선물입니다. 스위스제 카렌다쉬 볼펜입니다. 앞의 학생, 한번 볼펜 써 보세요."
"필기감이 죽이는데요? 장인의 한 땀 한 땀 세공도 인상적이네요."
"네에. 이 볼펜은 당시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구입했습니다. 가난뱅이 작가가 엄청 무리를 했지요. 결혼하려고요. 크크. 지금은 확인해보니 18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더군요. 당시에 일간지 기자였던 마누라는 15만 원짜리 볼펜 선물을 받고 충격에 휩싸였지요."
"그럴 것 같아요. 15만 원짜리 볼펜이니까요."
"자, 그런데 여러분! 만약에 제가 같은 15만 원으로 스마트폰을 선물하면 어떻게 될까요?"
"15만 원짜리 스마트폰이면 욕먹지 않을까요? 보통 스마트폰 가격이 백만 원 정도인데, 15만 원이면 중고 중에서도 완전 고물일 것 같은데요."
"네에. 당연히 그렇겠지요. 바로 이것이 중요한 겁니다. 같은 15만 원 예산을 썼는데 볼펜을 사주면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되고 스마트폰을 사주면 욕을 먹는 것이죠."
"오!"
"명품작전이라고 돈 많이 쓰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형편에 맞게 살아야죠. 중요한 것은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예산에서 가능한 최고급품을 선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선물예산이 1만 원밖에 안 된다고 해서 분식 2인분 사주고 잊혀지지 말고 1만 원짜리 머리핀을 사줘야 한다는 것이죠."
"이야! 완전 대박인데요?"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이 작전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절대 소모품을 사주면 안 됩니다. 예컨대 1만 원 예산으로 고급 초콜릿을 사준다면 낭패입니다. 왜냐면 고급 초콜릿이니 잠시 인상에 남긴 하겠으나 먹으면 뱃속으로 들어가서 눈에서 사라지지요. 하지만 1만 원 예산으로 머리핀을 사주면 몸에 지니고 다니겠지요? 사람들이 머리핀 예쁘다고 말해줄 때마다 누가 생각나겠습니까? 선물을 준 내가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우리 마누라가 기자 시절에 제가 준 볼펜으로 취재를 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취재원이 독특한 모양의 볼펜을 보고 말을 건넬 때 마누라는 누가 생각이 났을까요? 바로 제가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물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주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오호! 그런 꼼수가!"

고백하자면 이보다 더한 꼼수가 하나 남아있습니다. 사실 마누라에게 선물한 스위스제 카렌다쉬 볼펜! 지금 바로 이 순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이것이 명품작전의 진정한 위력입니다. 둘 사이가 아주 잘 됐을 경우 내가 선물한 명품은 다시 나의 손아귀로 들어옵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태그:#연애, #인생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