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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단의 한 면이 일그러지고 있다. 강의실의 주인인 교수와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잦은 휴강과 빠른 종강이 교수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9대 총선이 마무리된 지 어느덧 2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폴리페서에 관한 논란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폴리페서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나타내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다. 즉, 교수직을 떠나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요직까지 역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폴리페서 측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이 된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능별 전문인을 의정에 참여시키려는 비례대표제 취지에 비춰볼 때 의사, 변호사 등 다른 직군과 교수 간 형평성이 고려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의견에 대해 20대 독립 언론 고함20의 대표 김선기(23)씨는 "교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면 정치와 겸직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교수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며 "교수라는 위치 자체가 지식인 계층으로서 현실 참여를 했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의견에 따르면 의원직이나 공직으로 진출했을 경우에는 그 기간에 교수직을 내려놓는 것이 당연하며, 교직으로 돌아올 때도 여전히 교수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김선기씨는 "그 동안 연구 실적이나 학문업적이 전혀 없으므로 교수직으로 돌아올 때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계에서 직능별 전문인으로서 교수가 취할 이득은 교수 그 자체에 한정된다. 그러나 '교수'라는 직함 속에 녹아있는 교육자로서의 의무는 교수의 권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권리를 지켜줄 것을 포함한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교수가 공천 등의 정치 활동으로 인해 수업에 소홀해지며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은 사례가 빈번하다. 실례로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이만우 교수에게 '정치권 입성 후 교수활동에 관한 문제'와 '학생들의 수업권'에 관한 내용 등을 토대로 공개 질의를 해온 사실은 언론에도 여러 번 노출된 바 있다.

나아가 폴리페서가 학생들을 정치 홍보를 위해 '보여지는 대상'으로써 이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교수가 정치수단으로써 학생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해당 교수가 추진한 봉사활동에 참여한 나는 어느새 그 교수의 지지자로 비춰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에 잡혀 있던 학과 내 해외탐방 일정이 해당 교수의 정치 참여 일정으로 인해 미뤄지는 등 수업권 침해 외에도 학생들의 불편함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정당 현행법상 정치 참여가 허용되고 있는 국공립대 교수들은 안식년(安息年·교수들에게 7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1년 휴가) 등을 이용해 정치계에 입문하기도 한다. 교과부에 따르면 사립대학 교수들도 정치 참여에 제한이 없으며, 이들은 휴직을 함으로써 정치계와 교육계에 마음대로 오간다. 현행법도 문제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수들의 태도다. 문제가 되는 교수들은 현직을 유지하거나 잠시 휴직하며 두 업 다 본업인양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19대 총선에서는 몇 명의 폴리페서 후보자가 국회에 출사표를 던졌을까. <교수신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정당만을 놓고 보았을 때, 19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569명 중 현직교수 후보는 25명(지역구 19명, 비례 6명)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가장 많은 15명, 민주통합당 8명, 통합진보당 2명 순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 비례대표로 나온 6명의 교수는 모두 당선됐다. 일부 당선자는 의정 활동으로 인해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며 수업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순영(26)씨는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정치참여는 올바르다"면서도 "단,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허균(21)씨는 "교수의 정치 참여가 수업 중의 발언이나 정치적 조언 정도라면 괜찮다"라면서도 "하지만, 만약 본격적으로 국회의원 등으로 출마한다면 교수는 마땅히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국회에 진입해 자신의 소신대로 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직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시민운동 1세대'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교수들의 정치 참여 실태에 대해 "정치를 하려면 대학교수를 그만둬야 한다"며 "두 자리를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기회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 그냥 글 쓰고 공부하며 좋은 선생으로 늙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전혀 다른 의견이지만, 두 교수의 입장은 하나의 주장으로 합치된다. 교수라면 교수답게, 정치에 욕심이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임무를 핑계로 어느 한 쪽에 소홀하다면 그 사람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자격이 없다.

교수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로인해 피해를 받는 학생들의 수업권은 누구의 자유인가? 현직에 있는 교수라면, 교수의 의무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욕구를 채워주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어느 한 쪽의 역할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폴리페서의 등장으로 '자격 없는' 교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수업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폴리페서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태그:#폴리페서, #19대 총선, #정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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