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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폭과의 전쟁' 한달… 서울서 100명 구속   -<조선일보>
주폭 100명 구속…치료보다 때려잡기  -<한겨레신문>

똑같은 사안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혀 다르다. 언론사 내부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기인하는 제목과 편집에 따라 정 반대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른바 '주폭(주취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지방경찰청이 18일 언론에 던져 준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서울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집중단속 한 달여 만에 주폭 구속자가 100명을 돌파했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19일 두 부류로 갈린 신문의 보도 프레임이 눈에 띄었다. 우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1면 기획시리즈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도 모자라 2개의 전면에 관련해설 및 르포기사를 쉬지 않고 줄곧 내보내고 있는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반기며 받아썼다. 서울경찰청을 한껏 추켜세웠다.

<조선>, "구속조치 우선" <한겨레>, "재활치료 더 시급"...다른 시각  

 <조선일보> 19일자 10면.
 <조선일보> 19일자 10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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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무려 이날까지 16회에 걸친 1면 기획시리즈 기사와 A10․11면에 관련기사를 연일 쉼 없이 쏟아냈다. 대단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조선>의 '주폭과 전쟁'은 지면에서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날 <조선>은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주폭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주폭 100명을 구속했다"면서 "대부분 상습범이라 전과 기록만도 모두 합치면 2569범이었고, 술에 취해 저지른 범행 횟수는 총 1136건이었다"고 보도해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올릴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날 사회면에서 "서울경찰청은 1000명을 구속할 때까지 주폭 집중단속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속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알코올중독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이나 실업자들이어서 형사처벌보다는 재활치료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해 대조를 이뤘다.     

 <한겨레> 19일자 12면.
 <한겨레> 19일자 12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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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경찰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구속한 주폭 피의자 100명 가운데 82명이 무직"이라며 "무직자의 대다수는 노숙인으로 추정된다"고 전제한 뒤, "실제 서울의 한 경찰서가 지금까지 구속한 5명의 경우, 3명은 공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2명은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폭 구속자들이 저지른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영세 식당 등에 대한 업무방해로, 전체 1136건 가운데 546건을 차지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은 다르다. "구속된 주폭 100명 가운데에는 버젓한 직장이 있는 '회사원 주폭'도 있었다"며 "국내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 회사 판매직원이던 김씨는 그간 술만 취하면 여자를 때려 폭행 등 전과가 4범이었다"고 보도하면서 더욱 의기양양해진 서울경찰청장의 인터뷰 내용을 무게 있게 실었다.

김 청장은 <조선>의 기획기사 말미에서 "주폭은 재활 치료보다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구속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구속된 주폭은 일정 기간 술을 마시지 못해 재활 치료에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이 곧 전해주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도 같다. 그런데 <한겨레>와는 결론이 전혀 다르다. 

"음주문제 전문가들은 구속수사를 우선으로 하는 경찰의 접근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 <한겨레> 기사와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눈을 씻고 다시 읽게 만든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인 메디웰병원 안주연 원장의 말은 인용해 "주폭은 무조건 잡아 가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심리적으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습성 때문에 술을 마시는데, 이건 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우선"이라고 주장해 <조선>의 논조와 180도로 배치됐다.

"주폭과 전쟁, 과잉단속 등 성과주의 경계해야"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폭행하거나 관공서·상점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전쟁키로 한 대상이다. 이날 김 청장은 '주폭(酒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조폭과 주폭 등 양폭 척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히고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에 '주폭수사 전담팀'을 신설했다. 

느슨해진 일선 경찰업무를 바로잡고, 음주와 관련된 폭력 범죄의 기승을 줄이기 위해 '전쟁'이란 무거운 표현을 들고 나선 듯하다. 하지만, MB정부 들어 경찰 내부에 뿌리 깊게 만연한 무리한 성과주의 병폐가 또 다시 작동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과잉단속 등에 따른 부작용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서울 31개 경찰서에 일제히 '주폭수사전담팀'을 신설해 대대적으로 단속을 지시했다. 그러다 보니 인원부족으로 조직폭력배 담당 팀이 떠맡기도 하고 경찰서마다 전과자 리스트를 작성해 검거에 활용하는 등 벌써부터 과잉단속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국일보>가 6월 1일 사설 '주폭 단속 잘 한다, 성과주의는 경계해야'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사설은 "음주폭력 피의자 대부분이 알코올중독자로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재활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일찌감치 예상되는 성과지향주의를 경고했다.

가뜩이나 김 청장은 2010년 충북지방경찰청장 시절 대대적 주폭단속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서울경찰청장에 취임하면서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일선 경찰서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순식간에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1000명을 구속할 때까지 주폭 집중단속을 계속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조선>은 왜 '주폭과의 전쟁' 선포하자마자 '주폭 기획시리즈' 시작했을까?      

 <조선일보>가 초기부터 내보낸 '주폭' 관련 1면 기획기사들.
 <조선일보>가 초기부터 내보낸 '주폭' 관련 1면 기획기사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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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회질서와 안녕을 위해 폭력에 적극 대처키로 하고 대대적으로 나섰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언론의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더불어 폭력·선정성이 난무한 앞서가기 보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경찰이 '주폭과 전쟁'을 선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획기사와 르포기사, 해설기사 등으로 1면에서부터 2개의 전 지면까지 할애하고 나선 <조선일보>의 '주폭 기획시리즈'는 새로운 '주폭저널리즘'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연일 차별성을 띠고 있다.  

<조선>의 '주폭 기획'은 그러나 선정성과 폭력성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꼴불견에 다름 아니다. 지면을 넘기기가 무섭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편집기법이 오싹하다. 여과 없는 폭력장면, 폭언 등이 사진과 제목, 기사에서 넘쳐나고 있다. 경고 또는 정보제공 차원을 넘어서 안정을 위협하고 불안을 조성한다면 이는 언론의 환경감시 역기능에 해당한다. 

경찰의 '주폭과 전쟁' 한마디에 <조선>은 10일 사이에 무려 50건이 넘는 기사로 1면에 이어 2개의 전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경찰의 '주폭과 전쟁' 선포 직후인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20일 동안 <조선일보> 자사 '파워검색' 사이트를 통해 '주폭'으로 검색된 기사는 모두 92건. 같은 기간 <한국일보> 14건, <동아일보>는 7건,  <한겨레신문> 3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0건 등으로 나타나 <조선>은 '주폭'이란 표현과 관련기사를 압도적으로 많이 내보냈다.

<조선>은  1면과 또 다른 지면들을 할애한 기획기사, 르포기사 등을 통해 연일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지면의 제목들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술 취해 방뇨·폭행… 우리사회 한 '일상'>
<30대 엄마 10명 중 1명, 부엌서 혼자 술 마시는 '키친드링커'>
<"서울역서 상습 성기노출" 노숙인 '주폭' 구속>
<주폭 아버지 보고 자란 아이, 주폭될 위험성 일반 학생 4배>

궤변적 논리, 폭력·선정성 가득 '모방범죄' 우려   

 <조선일보>는 경찰의 '주폭과의 전쟁' 선포 이후 2개 전면에 관련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경찰의 '주폭과의 전쟁' 선포 이후 2개 전면에 관련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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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취하고, 폭행하고, 방료하고, 심지어 악마로 변한다"는 궤변적 논리에선 폭력과 선정성이 가득 넘쳐나고 있다. 여과 없는 묘사와 폭언, 선정적 표현 등이 사진, 제목, 기사를 통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이런 기사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생각을 들게 하려는 걸까. 끔찍한 장면의 사진과 욕설·폭력이 난무한 기사내용은 오히려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회적 불안감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환경감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조선> 지면에서 활활 지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이 '주폭과 전쟁'을 선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경찰 간부가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은폐,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조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기획기사와 르포기사, 해설기사 등을 통해 가정과 직장, 사회의 음주자들을 나무라고 훈계하고 타이르기에 바쁘다. 왜 그럴까.

"술만 취하면 이웃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 사람들이 동네 곳곳에 살고 있다. '음주 괴물'들이다. 이들은 매일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고통스럽게 한다."

지난 1일 "전과 27범 '음주 괴물'에 동네 쑥대밭… 주민 153명이 탄원서"란 제목의 기획기사에선 한 마을과 주민센터에서 벌어진 일을 선정적으로 묘사해 보도했다. 심지어 심한 욕설과 폭력성을 기사와 사진에 담기도 했다.

주민센터는 그야말로 음주자의 '스트립쇼 공연장'이 늘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선정적인 장면과 표현들을 지면에 대폭 할애함으로써 경찰과 주민센터 등에게는 큰 힘이 될지 몰라도 기사를 읽는 독자와 시민들에겐 공포와 불안감을 갖게 만드는 편집기법이 신묘할 정도다.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기획기사 중 '"울지 말고 마셔" 소주 3병 원샷 시킨 여대 신입생 환영회'는 중간제목과 여기저기 나뒹구는 사람들 사진만 봐도 기사의 선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읽힌다. 

<1·2학년 64% "억지로 먹어", 3·4학년 60% "먹여봤다">
<술 강권 혐오하던 후배들… "우리네 문화"라며 닮아가>
<"딸 명문대 보내 좋아했는데 몇달새 얼굴 새카매져서 와">

아이들 볼까 두려워... 경찰 위한 '주폭저널리즘'이라면 당장 접어라   

설문조사 결과와 취재팀이 확인한 '대학생 주폭'들의 모습이라고 표현한 제목들, 그리고 "책상 뒤로 다 밀고 3줄로 맞춰 앉아. 빨리빨리 안 움직여?", "선배들의 '군기 잡기'에 줄을 맞춰 선 신입생들의 손에는 소주 1병씩이 쥐어졌다", "지금부터 앞줄부터 일어나 원샷을 한다. 다 같이 하나가 된다는 우리 과의 전통이니까 '술 못 마신다' 이딴 소리 하지 마" 등의 표현 에서 폭력성이 가득 묻어난다. <조선>이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주폭저널리즘은 제목과 편집이 섬뜩하기만 하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 소주 4잔 이상' 여대생, 2001년 6% → 2009년 21%>
<주택가 300m 내 상점 39곳, 분식집 1곳 빼곤 다 술 팔아>
<주폭 최대 피해자는 가족... "술만 마시면 남편 아닌 악마">
<주폭 아버지 보고 자란 아이, 주폭될 위험성 일반 학생 4배>

따옴표 안에 온갖 저속한 표현과 폭력성이 난무한 내용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8일 내보낸 "10대 '너무 술 취해 내가 강간했는지 기억도 없다'"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조선>은 경찰에 붙잡힌 '10대 주폭'과 '노숙자 주폭'을 비교하면서 차마 보기 민망하고 낯뜨거운 표현들을 가득 담았다.  

<조선>이 기획기사 제목들과 함께 내보내고 있는 내용들 중에는 "주폭의 최대 피해자는 동네 가게 주인이나 응급실 의사가 아니다. 주폭과 같이 사는 가족들이다" 또는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주폭의 가족들은 10년 넘게 고통을 당하면서도 '가족이라서'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자주 강조된다.

'주폭저널리즘' 기획의도가 과연 뭘까. 환경감시 역기능을 재촉하는 기사를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 그럼에도 20일 넘도록 그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조선>의 숨겨진 의도는 뭘까. 상습적인 취객이건, 선량인 시민이건 간에 누구든 술에 취하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논리로 가득하다. 경찰과 철저히 손과 발을 함께 하기로 작정한 걸까. 지면이 아까울 정도로 <조선>의 '주폭과의 전쟁', 이른바 '주폭저널리즘'은 길고도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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