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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이원면 포지리 저수지가 가뭄으로 말라버리자 한 농부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앞쪽은 가뭄에 말라죽은 물고기떼.
▲ 농부의 한숨 태안군 이원면 포지리 저수지가 가뭄으로 말라버리자 한 농부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앞쪽은 가뭄에 말라죽은 물고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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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가뭄 때문에 태안반도의 저수지가 말라 버렸다. 논과 밭은 물 수급을 받지 못해 갈라져 버렸고, 농사 적기를 놓친 농심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모내기 적기를 맞아 분주하게 논을 누벼야 할 이앙기는 기약도 없이 마을회관 앞 그늘에서 엔진을 멈추고 초라하게 방치돼 있다.

농민들도 한창 바쁠 영농철이지만 매일같이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고, 언제나 비가 오려나 하는 답답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논두렁 위에 앉아 연신 담배만 피워대고 있다.

"비가 안 와도 너무 안 오네"... 깊어지는 한숨, 타들어가는 농심

메마른 논을 앞에 두고 아직까지는 푸르름을 자랑하는 못자리. 하지만, 이번 달 중순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아 논에 이앙되지 못하면 이 못자리 조차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나마 나오는 물로 못자리는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
▲ 못자리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메마른 논을 앞에 두고 아직까지는 푸르름을 자랑하는 못자리. 하지만, 이번 달 중순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아 논에 이앙되지 못하면 이 못자리 조차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나마 나오는 물로 못자리는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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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적기로 판단한 지난 5월 말부터 이번 달 초까지 충남 태안군에서는 총 9936ha의 이앙대상 논 중에서 95% 수준인 9439ha의 논에 이앙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497ha에 이르는 논 농가에서는 물부족으로 모내기를 끝마치지 못했고, 모내기를 마친 논 중에서도 284ha에 이르는 면적에서 물이 말라 시름이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바다를 막아서 간사지가 많은 태안반도의 특성상 논에 물이 마르면 염해현상이 발생해 벼가 고사될 위기에 처해있어 농심을 애타게 만들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지하수 조차 나오지 않아 농심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 쩍쩍 갈라진 논 계속되는 가뭄으로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지하수 조차 나오지 않아 농심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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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태안군 소원면의 경우 모내기를 하지 못한 전체 497ha 중 215ha에 이르고 있다. 이들 논의 대부분은 간사지에 천수답이어서 100mm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접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또, 지하수도 말라 기계를 이용해서 물을 끌여들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소원면이 가장 피해가 큰 이유에 대해 태안군 농정과 관계자는 "논 면적에 비례해서 물을 대줄 수 있는 저수지 용량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면서 "가뭄 지역에서는 7월에도 모를 심은 적이 있긴 하지만 모내기 적기를 놓치면 소출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논인지 밭인지 구분이 안된다. 태안에서 가장 가뭄피해가 극심한 소원면의 한 노인이 "올해 농사는 망쳤다"고 하소연하며 메말라 버린 자신의 논둑 위를 걸어가고 있다. 초라한 뒷모습에서 타들어가는 농심이 보이는 듯하다.
▲ 언제나 모내기를 할 수 있을런지... 논인지 밭인지 구분이 안된다. 태안에서 가장 가뭄피해가 극심한 소원면의 한 노인이 "올해 농사는 망쳤다"고 하소연하며 메말라 버린 자신의 논둑 위를 걸어가고 있다. 초라한 뒷모습에서 타들어가는 농심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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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피해의 중심에 있는 소원면 모항리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올해 농사는 망쳤어"라고 한숨을 내쉰 뒤 "양수기라도 써서 어떻게든 물을 논으로 품어야 하는데 지금 논에 물을 대지 못한 논 농가의 대부분은 지하수도 끌어들이지 못한 곳"이라며 "천수답이다 보니 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인데 비도 100mm 이상은 내려야 모내기 하지 그렇지 않으면 모내기도 못혀."라고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이 어르신을 따라 논둑을 한바퀴 도는 동안 한 켠에 방치되다시피 심어져 있는 못자리가 보였다. 얼핏 봐서는 잘 자란 모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물을 공급받지 못해 자라다 만 병든 모처럼 보였다.

이 어르신은 한동안 안타까운 눈으로 못자리를 바라보더니 이내 "이 못자리도 빨리 이앙하지 않으면 물이 없어 다 말라죽을 판이여"라며 "정말 비가 안 와도 너무 안 오네, 내가 염전도 조금 하지만 염전에는 좋은데 농사는 망했어, 망했어"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라붙은 논두렁을 하염없이 빙빙 돌았다.

태안군, 가뭄 극복 긴급대책회의 열고 예비비 2억7천만 원 긴급 투입

양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논도 지하수 조차 끌어들일 수 없는 극심한 가뭄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양수기 도둑도 극성이어서 농민들은 이중고를 떠 안고 있다.
▲ 무용지물 양수기 양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논도 지하수 조차 끌어들일 수 없는 극심한 가뭄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양수기 도둑도 극성이어서 농민들은 이중고를 떠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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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태안지역 저수지율이 30%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모내기에 비상이 걸리자 태안군은 지난 5일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예비비 2억2천만 원을 긴급 투입해 관정개발, 하천굴착, 소류지 준설 등과 함께 들샘굴착, 하상굴착, 관정개발 등의 사업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지만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경지 중 대부분이 천수답이어서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논의 땅심을 높이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한 규산질 비료도 가뭄으로 인해 물을 대기 어려워지자 논둑에 방치돼 있다.
▲ 국비로 지원했건만... 논의 땅심을 높이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한 규산질 비료도 가뭄으로 인해 물을 대기 어려워지자 논둑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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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상청이 이번 달 중순까지 강수량이 예년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태안지역의 저수지가 30년만에 쩍쩍 갈라진 바닥을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영농철 농심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농업용수가 가장 많이 필요한 지난달 5월 영농철 강수량이 지난해 평균 82.1mm보다 70mm 가량이 감소한 12.9mm에 그치면서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나마 지난해 가장 많은 비를 내렸던 남면의 102mm보다는 무려 88mm가 감소한 강우량을 보였다.

게다가 태안지역은 지난 5월 14일 12.4mm의 강우량을 보인 이후 30일 0.4mm의 이슬비가 내렸을 뿐 한달이 다 돼 가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있어 농민들은 일손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는 이같은 물 부족현상에 대해 "비가 오지 않는 상태에서 5월 중순부터 농업용수를 공급하다 보니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농철로 한창 논을 누비고 있어야 할 이앙기가 기약없이 마을회관 그늘 밑에 세워져 있다.
▲ 이앙기 개점휴업 영농철로 한창 논을 누비고 있어야 할 이앙기가 기약없이 마을회관 그늘 밑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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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면의 농민 이아무개씨는 "이번 달 중순까지라도 비가 내려서 모를 심게 되면 어느정도 먹을 정도는 되지만,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수확은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안군 관계자는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10ha 이상이 밀집된 지역 중 가뭄피해가 예상되는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또 이번 달 말까지 가뭄이 지속되면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고,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는 하상굴착 작업과 관정 보수 등을 통해 비상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통 기우제도 지내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이 더해가자 무당들의 모임인 대한경신협회 태안군지부에서 지난 7일 신이 내려온다는 오후 3시에 맞춰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이 더해가자 무당들의 모임인 대한경신협회 태안군지부에서 지난 7일 신이 내려온다는 오후 3시에 맞춰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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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상유례없는 가뭄이 지속되자 태안문화원과 무속인들의 모임인 대한경신협회 태안군지부는 지난 7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통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다. 태안군민의 영산 백화산 정상에서 진행된 이날 기우제에는 경신회 소속 회원과 지역주민을 비롯해 성완종 국회의원, 태안군의회 의원, 군 실과장 등이 자리를 함께 해 간절하게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

대한경신협회 전옥순 지부장은 "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서 농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농민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기우제를 준비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가뭄으로 바지락도 폐사... 어심도 타들어가

한편, 이번 봄 가뭄은 농심뿐만 아니라 어심에도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태안군의 대표 수산물인 바지락이 폐사해 어민들이 채취를 중단한 것. 특히, 바지락 주산지인 소원면 파도리와 법산어촌계 등 근소만 일대가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생육 부진에서 폐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바다의 경우에는 논밭과는 달리 관정을 뚫을 수도 없는 데다 바지락은 6~8월이 산란기여서 이 같은 채취 중단사태는 내년 조업 때까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적인 수치만 봐도 대개는 바지락 1kg을 채우려면 바지락 110~120개 정도면 가능했지만, 가뭄이 극심한 요즘은 135개 이상을 채워야 겨우 1kg을 맞출 수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가뭄이 그치는 시점에 정부가 종패 구입비 등을 지원해주면 모패 이식을 통해 내년 조업에 대비하는 등 어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모패 이식을 위한 예산지원의 필요성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가뭄,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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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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