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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투표율이 문제는 문제였나 보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은 투표율을 높여 의원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임용이나 직원 채용 시에 투표 여부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거나 가산점을 줄 수 있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투표참여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인데 공무원 임용을 준비하는 수십만의 청년들은 이건 뭔가 싶으면서도 '투표하러 가야겠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20대 후반이 24.2%로 가장 낮았다.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60대 이상 65.5%와 비교해보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취업 준비를 가장 많이 하는 20대 후반 청년 4명 중에 3명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청년 투표율이 매번 평균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니 투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자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라도 소중한 한 표를 위해서 투표장에 나오는데 미래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 젊은 청년들은 투표하러 나오지 않으니 어떻게든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인센티브의 함정', 탈정치화 가속시킬 것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자료 사진)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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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또 다른 스펙을 쌓듯,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기에 인센티브제가 확대될 수록 단기적으로 투표율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인센티브제의 가장 큰 함정은 투표율은 높아져도 시민들의 탈정치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투표-보상을 통해 높아진 투표율은 청년,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투표행위를 이해관계 행위로 바꿔버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는 이유가 대표자를 뽑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한 행위가 되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선거문화를 한 단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고자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 대표성을 높여 정치적 행위에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자발적인 투표 참여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조직이나 이미지를 통한 투표가 아니라 정책과 능력을 기준으로 대표자를 뽑아야 더욱 나은 정치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인센티브제도는 단기적으로 단순 투표율은 높일 수 있지만 투표율을 높이고자 하는 이유, 그리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높이고자 하는 선거의 기본 취지에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치상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를 하는 모든 시민들을 정치적인 객체로 만들어 버리는 짓이다. 인센티브제도는 과거 롤케이크나 현금을 주면서 국회의원 후보 연설에 국민들을 동원하는 방식과 법적인 의미는 달라도 국민을 객체로 만드는 행위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

이용섭 의원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문제의식은 동의한다. 너무 낮은 투표율은 대표자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더 나은 정치를 하기 위한 명분도 약하게 만든다. 낮은 투표율에서 벗어나고, 탈정치화 되어가는 국민들을 다시 정치로 붙잡을 유인동기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수치상의 투표율만을 높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투표율 문제는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가 국민에게 멀어진 이유를 찾아야 한다. 정치행위의 권능이 국민들에게 뻔뻔한 정치인들의 술수로만 읽혀지고, 정치행위의 책임이 정치인들 악어의 눈물로만 보이는 정치혐오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투표율을 높이자는 문제의식의 시작은 바로 정치영역이다.

그리고 낮은 청년 투표율 또한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 2008년 국회의원 총선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20대 후반 투표율이 24.2% 였던 반면에 30대 초반은 31%, 첫 투표를 하는 20대 초반은 33%에 달했다. 20대 후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더 낮은 패턴은 2010년 지방선거, 그리고 그 이전의 선거에도 명확하게 보인다. 취업준비 연령층이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것이다.

투표율 높이려면 '제대로 된 정치'로 호소해야

2011년 11월 30일 오후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스닥 상장기업 취업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각 업체 부스에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다.
 2011년 11월 30일 오후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스닥 상장기업 취업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각 업체 부스에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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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취업과 생계 등 개인의 삶의 문제 때문에 사회와 정치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매일 매일 일하고, 혹은 취업준비를 하며 집에 와서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청년들을 탈정치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은 결국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 투표율을 높여 정치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가 그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들은 보통 '투표한다고 뭐가 바뀌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보여줘야 할 것은 결국 투표라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서 개개인의 삶과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살아있는 정책들을 정치가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시립대 반값 등록금, 1·2인 주택 확대 사업 등 때로는 전략적으로 협상을 하면서도 시장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정책에는 타협이 없는 정치인들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개인의 투표가 고스란히 국회의원 수치로 드러나는 선거제도가 중요하다. 국민들 중 새누리당을 지지한 사람은 42%에 불과했지만 의석수는 과반을 넘었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한 국민은 36%에 불과했지만 의석수는 127석이나 되었다. 통합진보당을 지지한 국민은 10%가 넘었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는 5%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찍은 표 그대로 의석에 반영되는 비례대표제 확대 등의 논의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토론회 발표에서 투표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투표 효능감'이라고 했다. 투표 효능감은 바로 정책을 통한 체감일 것이고, 선거제도 변화를 통한 사표배제 심리를 없애는 것이라 하겠다.

이용섭 의원과 민주통합당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정책과 선거제도를 통해서 국민들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의 불안감이라는 약점을 갖고 인센티브로 유인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치를 통해서 청년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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