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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앞에 노랑머리, 흰머리 등의 외국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함께 나온 한국인까지 합쳐 전체 인원은 17명. 이들은 MBC 사옥 맞은편 가로수 아래 일렬로 늘어서서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자극적인 구호도, 소란도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MBC 사옥 맞은편 거리에 서서 시위를 벌이는 외국인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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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성과 사귀는 여성을 희생양(victim)이라고 부르더군요. 국제 연인의 부정적인 면만 보도한 프로그램에 유감을 표하러 나왔습니다."

결혼 후 16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캐나다 출신의 론 올리버(47·성우)씨는 함께 나온 아내 한수정(41·토익강사)씨를 '나의 희생양'이라고 소개하며 씁쓸하게 말했다. 올리버씨가 말한 프로그램은 지난달 28일 MBC TV의 <세상보기 시시각각>에서 '충격실태보고 외국인과 이성교제'란 제목으로 방영된 5분짜리 영상이다.

"해당 방송 보고 모욕감 느꼈다"

이 방송은 외국인과 교제하는 한국 여성들의 과도한 신체접촉을 문제 삼고, 한국 여성을 임신시키거나 돈을 빌린 후 달아난 일부 외국인의 사례를 고발했다. 또 외국인 남성과 교제 중인 한국 여성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익명의 취재원 발언도 전했다. 이날 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해당 방송에 큰 모욕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수정씨는 "우리도 사랑이 있어 만나고 결혼한 것"이라며 "그런 측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한국 여자는 멍청해서 백인남자를 쫓아간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우리 같은 부부들에게 엄청난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MBC 시시각각 영상 캡처.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자막이 덧붙여져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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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돕기 등의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더 센터(The Centre)'를 운영하는 캐나다 출신의 사브리나 힐(33·여·경기도 안양시)씨는 MBC가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MBC 에서 편견으로 일관된 영상을 내보내도록 허락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한국 여성을 임신시키고 도망갔다는 남성에 대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보려는 노력조차 없었고, HIV에 대한 제보도 사실 확인을 했는지 의심스러워요. 캐나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 방송국은 당장에 문을 닫아야 했을 겁니다."

 올해로 19년째 함께한 론 올리버, 한수정 씨 부부.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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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7년째 거주 중인 사브리나 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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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참가자들이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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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 받아야"

이날 시위는 오후 5시 무렵 다소 싱겁게 끝났다. MBC측에서 누가 나와 보지도 않았고, 기성 언론에서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결성된 <MBC프로그램에 항의하는 모임(Silent Solidarity Against MBCs 'Shocking Reality')>에서 의견을 나누다 시위를 계획했는데 애초 104명이 참여의사를 보였으나 현장 참석이 저조해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시위를 주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클라우디아 매슨(28·여·대학강사)씨는 "비록 오늘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았지만 조만간 명동이나 광화문 등지에서 플래시몹(사전 약속에 따라 벌이는 순간적 집단행동)을 연출하는 등 우리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슨씨는 "우리도 한국 사회에 큰 애정을 갖고 사는데 우리가 한국인들을 존중하는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며 "앞으로 행동을 통해 우리가 이 나라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캐나다 출신의 지나 프리센(31·여·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씨는 "편견을 갖고 외국인들을 평가하면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까지 놓칠 수 있다"며 "외국인 수가 급증하는 만큼 한국인들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태도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문제의 방송을 시청한 국내 외국인들은 페이스북 등에서 동영상을 공유하고 온라인 모임을 통해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국인 롭 예이츠(26)씨가 방송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을 올리자 다른 외국인들이 '정말 끔찍하다', '믿을 수 없다', '이 영상은 완전히 외국인을 적대시하는 선동' 등의 댓글을 남기며 분노하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에 결성된 <MBC 보도행태에 반대하는 모임(Action against MBC Korea and their racist, biased "reporting")>에는 4일 현재 7937명이 가입해 다양한 의견과 감상을 나누고 있다.

 MBC 보도행태에 반대하는 모임에 가입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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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에서 한 외국인은 "일반적인 남녀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외국인의 잘못으로 몰아갔다"고 비판했고 한 한국인은 "사실과 검증을 배제한 흥미 위주의 말장난을 방송이라고 내보낸 MBC, 부끄럽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일부 회원은 '방송의 취지는 일부 한국인을 비판한 것인데 외국인들이 과도하게 반응한다'거나 '방송의 일정 부분은 사실일 수 있고, 경고하려는 의도 아니었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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