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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에서 수천마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빛을 낸다."
"사람들은 조각배를 타고 내려가며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반디불이들이 자신의 주위에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2년 6월 1일부터 3일까지. 세계에서 인정한 환경수도라 불리는 일본의 기타큐슈의 작은 강 黑川(구로가와) 주변 마을 사람들이 반딧불이축제를 한지 20주년을 맞이해서 한국반딧불이연구회사람들을 초청했다.

'한국반딧불이연구회'와 '일본의 카츠키-구로가와반딧불이를지키는회'는 그동안 12년간 교류행사를 통해 양국의 반딧불이를 지키고, 반딧불이를 통한 교류를 통해 자연을 지키는 일을 함께 진행해 왔다.

(설명 : 일본의 키타규슈는 하늘에 일곱색깔 연기가 떠나니고, 홋카이도만의 바다는 총천연색(석유가 빛을 내며 발하는 색을 연상해보시길)이었으며,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천식을 앓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빨래를 널어도 오히려 분진이 더 많이 앉아 밖에 내걸고 말릴 수가 없었던 대표적인 공해도시이다. 그런 키타규슈가 현재는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환경수도가 된 것에는 정부의 정책전환도 있었지만, 이들과 같은 마을 주민들의 작은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이룩한 결과들이다. 이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중 구로가와 반딧불이를 지키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2년 6월 1일 오전 7:30 인천공항 E카운터 앞.

서귀포, 대전, 성남, 낭양주, 구리, 인천 등 각지에서 반딧불이를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본으로 출발했다. 첫 만남은 서먹서먹했고, 함께 온 일행들끼리만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었다.

비행기에 내려 일본에 도착하자 '카츠키-구로가와 반딧불이를 지키는 회' 회원들이 환영현수막을 들고 공항에서 맞이해 주신다. 이들은 주로 70 전후의 노인분들인데 매우 열정적이다.

2일 있을 축제에 앞서 하루 전에 도착한 일행은 축제에 가기 전에 고쿠라성, 학문의 신을 모셔놓았다는 다자이후성, 30세기의 자연을 준비한다는 야마다녹지 등을 방문하여 일본을 미리 만났다.

2일 오전에 방문한 반딧불이관은 기타큐슈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2013년까지 하나를 더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곳은 27회를 맞는 반딧불이관 옆에 있는 마을의 반딧불이축제. 기타큐슈에서 20여곳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 축제준비 이 곳은 27회를 맞는 반딧불이관 옆에 있는 마을의 반딧불이축제. 기타큐슈에서 20여곳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 방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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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관 바로 앞에서도 반딧불이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곳은 27회를 맞이한다고 한다. 기타큐슈에는 각 하천별로 20여곳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분들이 대부분 70전후의 노인분들이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분들에게 모니터링 연수를 물으면 보통 30-40년이다. 전문가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매니아의 경지를 이룩하고 있는 분들인 것이다.

반딧불이 관에서 여러가지 반딧불이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반딧불이관 반딧불이 관에서 여러가지 반딧불이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방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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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관에서도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강의를 하고 있는 분이다. 70을 훌쩍 넘은 관장님이 직접 반딧불이관을 찾는 모든 손님들에게 반딧불이를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 반딧불이관에서 가장 비싼 장비가 바로 사진 속의 현미경과 모니터를 연결한 장치라고 한다. 나머지는 PET병을 잘라서 쓴 유인장치, 포트(모종을 심어 키우는 작은 화분)를 사용한 불가림막 등 주변에서 쓸 수 있는 것을 이용한다.

반딧불이의 세포구조
▲ 반딧불이세포 반딧불이의 세포구조
ⓒ 방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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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는 전 세계에 2000여종이 있는데 모두 다른 빛을 낸다고 한다. 이번 연수에서 새로운 것을 배웠는데 바로 그 깜박임의 비밀이다. 반딧불이의 빛은 발광세포가 산소를 만나 빛을 내고 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평소에도 불을 키고 있는 것보다 깜박이는 것이 더 힘들지 않을까하는 의아함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의문을 풀었다. 빛을 내는 세포는 계속 빛을 내고 있고, 그 위에는 반사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세포가 안을 향했다 밖을 향했다하면서 빛의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니 밖을 향하는 경우에만 빛이 보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꺼져 있으니 사람들에게는 깜박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딧불이관을 들린 후 야마다 녹지로 갔다. 야마다녹지는 인근에 있는 탄약고로 인해 개발이 되지 못하고 녹지로 보존되고 있는 약 160만평정도의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절대녹지가 있고, 보존지역이 있으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곳을 30세기의 자연을 준비하는 곳이라고 한다. 21세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30세기를 준비한다니...

한일청소년교류
▲ 청소년교류 한일청소년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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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인사 후 식사를 함께하며
▲ 청소년교류 간단한 인사 후 식사를 함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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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녹지에서는 온가가와 청소년팀과 한국청소년들의 교류시간이 마련됐다. 저마다 인삿말을 노트에 적어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쑥스러워서 서로 상대방의 말로 인사를 한 후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온가가와팀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교류의 시간을 보냈다.

이어서 반딧불이축제를 보러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구로가와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린다. 온 주민들이 모두 축제를 만들고 있었는데 올해는 20주년이라서 참가자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폭은 50cm 정도에 불과하다. 바닥에 거뭇거뭇한 것들이 모두 다슬기이고, 이들은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들이다.
▲ 하천의 모습 동네를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폭은 50cm 정도에 불과하다. 바닥에 거뭇거뭇한 것들이 모두 다슬기이고, 이들은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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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뒤덮고 있는 축제 현수막
▲ 축제현수막 동네를 뒤덮고 있는 축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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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일행을 맞은 것은 중학생 밴드였다. 동네 중학생들로 이루어진 밴드는 우리를 이끄는 행진단의 맨 앞에 섰다. 잠시 인사를 나눌 때는 수줍은 청소년들이었지만 행진이 시작되자 긴장한 빛이 역력하면서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행진곡을 연주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참가자들이 한복을 입고 행진을 했고, 그 뒤로 주민들이 따랐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밴드 공연과 행진이 시작됐다.
▲ 행진을 이끄는 중학생 밴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밴드 공연과 행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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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뒤로 한국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그 뒤로 마을 주민들이 늘어서서 함께 행진을 하고 있따.
▲ 행진행렬 밴드 뒤로 한국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그 뒤로 마을 주민들이 늘어서서 함께 행진을 하고 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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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축제 장소를 돌아보면 세심한 배려들이 많이 띄었다. 행사를 준비한 기부자들과 인근 소(초등)학생들의 격려문구가 적힌 판인데 밤이 되자 이들의 이름이 잘 보이도록 불을 밝혔다. 하지만 반딧불이가 나오는 하천방향으로는 빛이 가지 않도록 배치를 했고, 가로등또한 가림막을 씌워 반딧불이의 짝짓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또 하천 변으로 가로등 대신 대나무통 안에 촛불을 넣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행사를 도운 사람들의 이름과 격려의 말이 나란히 걸려있다.
▲ 준비위원 행사를 도운 사람들의 이름과 격려의 말이 나란히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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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의 방향이 반딧불이가 나오는 하천변으로 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 세심한배려 조명의 방향이 반딧불이가 나오는 하천변으로 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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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딧불이연구회 사람들이 김치전을 준비해서 축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행진에 참여하고, 김치전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 김치지지미 한국반딧불이연구회 사람들이 김치전을 준비해서 축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행진에 참여하고, 김치전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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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국참가자들은 김치전을 준비해서 일본관람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복 행진과 함께 일본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소박하지만 의미를 담아 준비한 것이다.
행사 말미에 일본의 고등학생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와따시와 칸코쿠오 스키데스. 와따시와 코리아오 스키데스" 한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인데 갑자기 왜 그말을 했는지는 모두들 묻지 않았다. 그저 한번씩 안고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었을 뿐..

서귀포에서 온 김성태님은 대금으로 아리랑과 일본에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일명 '오나라'를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 대금연주 서귀포에서 온 김성태님은 대금으로 아리랑과 일본에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일명 '오나라'를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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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 서귀포에서 온 김성태님은 대금으로 우리의 전통선율인 아리랑과 대장금으로 유명해진 일명 '오나라'를 연주했다. 이 소리는 참가자들의 혼을 빨아들이는 듯한 매력을 발산했다. 멋진 연주 끝에 이어진 기립박수는 얼마나 훌륭한 소리였는지를 대신 말해주었다. 나중에 일본 준비단에게 들으니 일본에는 피리처럼 세로로 부는 악기는 있지만 대금처럼 옆으로 부는 악기는 없다고 한다.

초라해 보이는 연단에 일본 기타큐슈시의 여러 자치단체장을 비롯해서 각종 의원들, 반딧불이회 회장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 행사좌석 초라해 보이는 연단에 일본 기타큐슈시의 여러 자치단체장을 비롯해서 각종 의원들, 반딧불이회 회장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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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바로 축제의 연단이었다.
20주년 기념행사라 특별히 기타큐슈시장을 비롯해 자치단체장, 각종 의원들이 많이 참석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연단같은 것 없이 의자만 다리 위에 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참가자들도 그냥 바닥에 앉아서 행사를 보고 있었다.
자기 인사말이 끝나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끝까지 행사를 함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구로가와
▲ 구로가와(黑川) 구로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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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구로가와
▲ 구로가와(黑川)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구로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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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아무리 봐도 그냥 작은 하천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데 밤이되면 이 하천은 수천마리의 반딧불이가 자기 자랑을 하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뀐다.

기타큐슈는 원래 나가사끼 대신 원폭이 떨어질 자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화시대에는 천연색 바닷물을 자랑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도시였다.

20주년을 맞은 구로가와 반딧불이축제는 위와 같은 곳을 반딧불이가 사는 (이 곳의 반딧불이는 겐지반딧불이로 1급수에만 사는 다슬기를 주 먹이로 한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있는 곳은 청정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반딧불이들은 다슬기를 먹는 종류보다 달팽이를 주 먹이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다슬기가 없는 곳에서도 반딧불이들은 많이 발견된다.) 깨끗한 환경으로 만든 상징인 것이다.

'카츠키-구로가와 반딧불이를지키는 회'는 역사가 30년에 가깝다고 한다. 10여년의 활동 끝에 20년 전에 처음으로 축제를 시작했고, 그 당시만 해도 없는 반딧불이를 사육하여 방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식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한 끝에 조금씩 반딧불이 출현 지역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강 전역에서 반딧불이가 출현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아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반딧불이가 있는 강을 만들기 위해 하수도를 따로 묻어 강으로 오염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예산이 다른 곳에 쓰이길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반딧불이를 보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망은 어른들이 그 예산을 하수도를 만드는데 사용하도록 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당시 하수도가 없이 그냥 하천으로 오염원이 유입되고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없어지고,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멀리에서도 찾는 반딧불이 축제의 장을 만든 20년간의 노력을 지금의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우리나라도 많은 곳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올 해로 5회를 맞는 인천 계양산의 반딧불이 축제는 애초 롯데건설의 골프장 개발을 막기 위해 시작되었다. 계양산에는 반딧불이 뿐 아니라 소쩍새, 말똥가리, 도룡뇽, 물장군, 깽깽이풀, 맹꽁이, 서어나무 등 많은 보호동식물이 살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맹산 역시 개발에 맞서 야산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이 반딧불이를 만나 더욱 커지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보호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시작된 반딧불이 축제. 이들을 보호하는 이일은 그저 이들만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죽어가고, 하나하나 없어지는 생물들이 사는 곳에서 과연 인간은 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닥친 조류독감은 인간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 갔지만,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떤 예측도 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무지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왜 조류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왔을까?

반딧불이를 살리는 것은 반딧불이가 먹는 달팽이와 다슬기를 살리는 일이다. 달팽이를 살리는 일은 그들이 먹는 풀을 살리는 일이다. 또한 반딧불이를 먹고 사는 새들을 살리는 일이고, 그 새들을 먹고 사는 또 다른 많은 생명들을 살리는 일이다. 반딧불이들을 보고 싶다면 그들이 있게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없어지고 있다면 지켜야 하고, 위기에 빠져 있다면 구해야 한다.  나비는 이쁘다 하고 보고싶다 하면서 그들의 또다른 한 모습인 애벌레는 밟아 죽이려하고, 약을 쳐달라고 자치단체에 민원을 넣는 미련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반딧불이를 살리는 일은 한-일 모두 반딧불이를 통해 자연을, 사람을 살리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반딧불이 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축제로 거듭나도록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합니다.



태그:#반딧불이, #축제, #호타루, #일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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