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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을 따라 차를 몰고 가다가 애먼 곳에 도착한 일은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한 인생 내비게이션은 우리를 애먼 곳으로 인도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말>

2008년 12월에 낸 경제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큰 인기를 얻어서 이런 저런 곳에서 경제 강연을 많이 합니다. 아무래도 경제라고 하면 금융이나 재테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막상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저는 경제 강연 때마다 기회가 있으면 금융상품 거래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를 합니다.

"여러분! 누군가 주식이나 펀드로 돈 벌었다는 얘기 들으면 부러우시죠?"
"네에!"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돈 벌었다는 사람은 항상 확인불가능한 지인의 지인의 지인인 경우가 많아요. 여러분 주변 가까운 사람 대부분은 주식이나 펀드로 돈 날렸다는 사람만 있을 겁니다."
"하하하. 맞아요. 정말 그래요."
"왜 개미들은 돈을 잃을 수밖에 없을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주식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감했다.
 주식시장에서 돈 버는 사람은 누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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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청중들의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본질적으로 금융상품 거래라는 것으로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이 얘기를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지 소로스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떼돈을 버는데 당연히 가치를 창출하니까 돈을 버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요."
"그래요. 분명 돈 번 사람들이 있잖아요."

"자, 그렇다면 우리가 머릿속에서 실험을 하나 해봅시다. 지금부터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금융상품 거래만 한다고 가정합시다. 금융상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의 소유권을 돈을 받고 사고파는 행위입니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금융상품의 소유주, 그리고 화폐의 소유주가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죠. 이들 사이에 교환행위만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서로가 가진 물건을 바꾸는 일만 하는 거군요?"

"네에. 그렇지요. 단순화 시켜 얘기하면 지구상의 사람들이 금융상품, 그리고 화폐의 위치 바꾸기 놀이만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일만 계속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먹을 곡식이 생산될 수 있나요? 이전에 없던 건물이 생길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입을 옷은 생산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누군가가 노동을 해야 생기기 때문이죠."
"흠... 당연히 그렇겠지요."

청중 몇몇 분들이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른 일은 안하고 금융상품 거래만 하고 있으면 그저 금융상품들의 소유자만 계속 바뀔 뿐입니다. 이미 확인했듯이 단지 그런 교환행위만으로는 절대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지 않지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가치도 창출되지 않는 분야에서 한 쪽에 분명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죠. 조지 소로스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요."

"아무런 가치도 창출되지 않는 분야에서 한 쪽에 돈 번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쪽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 것일까요?"
"잃은 사람이 있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금융상품 거래는 한마디로 제로섬(zero sum) 게임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돈 번 사람이 있다면 다른 쪽에서는 잃은 사람이 나오는 것이죠. 여러분, 이것과 아주 비슷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뭘까요?"

어떤 청중 한 분이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도박이요."
"네에. 맞습니다. 바로 도박이에요. 도박은 어떻게 하죠? 서로가 도박판에 판돈을 내겁니다. 그리고 동양화(화투)면 동양화, 서양화(포커)면 서양화의 법칙에 맞춰서 게임을 진행하지요. 그리고 게임의 법칙에 따라 서로의 판돈을 재분배합니다. 그 과정에서 딴 사람과 잃은 사람이 나오죠. 하지만 판돈 자체는 변하지 않아요. 도박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으니까요. 도박한다고 없던 쌀이 생기고 빌딩이 솟아오르는 것은 아니잖아요."
"선생님. 그렇다면 금융상품 거래라는 것은 사실상 도박이네요?"
"네에. 그렇지요. 그런데 금융상품 거래라는 도박은 좀 특수합니다."
"뭐가 특수한가요?"
"이 도박이 희한한 것이, 국가가 나서서 하우스를 지어줍니다."
"하하하!!! 정말 그렇네요."
"그리고 이 도박을 잘 하면 위인이 되요. 조지 소로스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처럼."

청중들은 저의 농담에 웃지만 이내 진지한 모습이 됩니다. 단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여러분, 도박을 하면 타짜가 딸까요? 초짜가 딸까요?"
"타짜요."
"그렇지요. 처음에는 살살 따게 해주면서 초짜를 꼬드겨서 나중에는 팬티 한 장까지 벗겨 먹는 것이 타짜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금융상품 거래 도박에서 타짜인가요? 초짜인가요?"
"초짜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결국 금융상품 거래에서 딸까요? 잃을까요?"
"잃겠죠."
"맞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잃어야 조지 소로스나 워런 버핏 같은 타짜들이 따겠죠. 왜냐면 금융상품 거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그들이 따는 돈은 여러분이 잃은 돈에서 나오니까요."
"............"

좀 우울한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개미는 절대 주식이나 펀드에서 딸 수 없습니다. 초짜니까요. 도박하면 패가망신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상품 거래 도박은 국가가 나서서 하우스를 지어주고 정책적으로 장려를 합니다. 나라가 한꺼번에 패가망신하는 것이죠.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 도박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야 할 시간에 모두가 컴퓨터 앞에 앉아 도박에만 열중했습니다. 이런 판국에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있을까요? 2008년에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진 후 아직도 경제는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다들 도박에 미쳐 있는데 경제가 살 수 없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가을에 곡식을 추수할 수 있습니다. 도박하면 망합니다. 펀드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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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몇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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