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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 협력할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세계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김일성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호소했습니다.

김영삼 "김일성 주석,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

김 주석이 참으로 민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한라산 기슭에서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 못가에서도 좋습니다. 거기서 가슴을 터놓고 민족의 장래를 의논해 봅시다. 그때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원점에 서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사에서 김일성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촉구한 유일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이 취임사는 지난 1993년 2월 25일에 이루어졌습니다. 김일성 당시 주5석에게 정상회담을 촉구한 것이나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는 내용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고, "동맹"이 누구냐를 두고 설왕설래 했습니다.

당시 보수우익 세력은 김영삼 정부가 미국보다 북한을 더 우선시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취임사 작성에 참여했던 한완상 당시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동맹'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는 선언에서 '동맹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어제 북한의 동맹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이 오늘 대한민국의 우방으로 바뀌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주목하라는 뜻이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 절박한 역사적 과제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따라서 남쪽의 냉전보수 인사들이 이 '동맹국'을 미국과 일본으로 속단하고, 북한을 미국과 일본보다 소중한 국가적 실체로 선포한 것이라고 비난한 것은 분명 왜곡이 아닐 수 없다.-2012.05.21<한겨레> [길을 찾아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

김영삼,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송환하고 문익환 목사 사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말한 동맹이 미국과 일본이 아닐지라도 그 동안 역대 대통령 취임사 중 가장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가장 강했습니다. 보수우익 세력이 보기에는 '붉은 덧칠'을 덧씌워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그는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를 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보내는 방법도 파격이었는데 한완상 전 부총리가 <한겨레> [길을 찾아서]서 밝힌 내용을 보면 중앙 일간지 편집국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인모씨 북송 허용'를 발표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구세력들이 대표적인 '빨갱이'로 낙인 찍은 사람이 바로 고 문익환 목사입니다. 문 목사를 사면해 준 대통령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문 목사는 1989년 4월 방북했다가 구속, 90년 10월 1년6개월 만에 병환으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가석방,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을 주도하고 이른바 '분신정국'에서 강경대 열사 장례위원장 등을 맡았다가 재수감 됐다가 1993년 3월 6일 김영삼 정부 출범 기념 대사면을 받았던 것입니다.

취임사에서 김일성을 '주석'으로 호칭하면서 정상회담 촉구, 민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송환, 문익환 목사 사면은 수구세력이 보기에 영락없이 '빨갱이' 행보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수구세력이 '퍼주기'라고 맹비난했던 쌀 지원 역시 1995년 김영삼정부는 북한이 대규모 식량난에 직면하자 15만톤의 쌀을 무상 지원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지원한 쌀은 무상이 아닙니다.

"친북세력이 국회에 있어서 되겠는가"

그런데 그가 이제 와서 붉은덧칠하기에 바쁩니다. 지난달 31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만남에서 한 말입니다.

친북세력이 국회에 있어서 되겠는가. 민주당과 협력해서 그건 쫓아내야 한다. 2/3가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제명된 사람은 여태까지 우리 역사상 나 하나뿐이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다가 국회에서 제명되었지만 이건 그게 아니다. 제명해야한다. 국회가, 우리정치에서 말이야 그게 당면한 제일 큰 문제이다.

정확히 19년 전 자신이 했던 말과 행보를 정녕 모른다는 말입니까?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비판하려면 자신이 한 말과 행보는 무엇이었는지 답해야 합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박근혜 "김정일 약속 잘 지키는 사람"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 의원은 비례대표 부정·부실 경선 의혹으로 사퇴를 권고 받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사퇴가 안 되면 제명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사상검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들 의원 제명에 대한 입장 정리에 머뭇거리고 있는 새누리당에게 일종의 지침을 내렸고, 민주당도 압박한 것입니다.

하지만 박 의원 역시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김정일은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화법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체성, 북한만 아니라 민주공화국 인식도 핵심

그리고 대한민국 정체성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만 아니라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조문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박 의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쿠데타'와  1972년 '10월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했습니다. 두 번의 쿠데타에 대해 박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은 정말 색깔론과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해 따져 묻고, 검증하려면 바로 자신들이 한 발언과 행보 그리고 5.16 쿠데타와 10월 쿠데타에 대한 인식부터 답해야 합니다. 그게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할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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