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이 1일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에 참석해 '스마트TV의 미래'를 주제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이 1일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에 참석해 '스마트TV의 미래'를 주제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련사진보기


"잘 준비했다가도 꼭 윗분 모시고 하면 사고가 터진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은 '발표의 달인'다웠다. 키노트 연설 도중 동영상이 '먹통'이 됐지만 '데몬스트레이션(시연) 효과'란 말로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1일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 키노트 연설 주제는 '스마트TV의 미래'였다. 공교롭게 '데몬스트레이션 효과(전시효과)'는 과시적 소비를 뜻하는 말로, 다양한 기능에도 소비자 활용도가 떨어지는 스마트TV의 현주소이기도 했다.

"스마트TV도 3000만 대 넘으면 매출 급증"... 케이블업계에 '손짓'

"페이스북도 아이폰도 3000만 대(명)를 넘기며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 스마트TV도 올해가 지나면 3000만 대가 넘을 것이고 (삼성 TV앱스에) 들어와 있는 사업자들도 내년부터 매출이 급증할 것이다."

차세대 TV로 자리잡느냐, 소비자가 외면한 '커넥티드TV(인터넷TV)'의 뒤를 밟느냐. 스마트TV 사업에 명운을 건 윤부근 사장이 이날 케이블TV업계 관계자 수백 명 앞에 던진 화두는 '변화'와 '협력'이었다.

윤 사장은 "30년 넘게 TV 사업에 몸담아 왔지만 스마트TV 혁명은 70년대 컬러 혁명, 2000년대 디지털 혁명보다 엄청난 변화"라면서 "TV 제조사뿐 아니라 방송, 영화, 콘텐츠, 유통 등 주변 산업 패러다임 전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TV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강한 도전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방송-콘텐츠 사업자오 협력을 통한 개방적 생태계 조성이다. 윤 사장은 "개방적인 스마트TV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삼성 혼자서는 안 되고 다양한 기업들과 폭넓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케이블 사업자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할 소중한 동반자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미국 케이블TV인 컴캐스트, 타임워너 케이블을 비롯해 전 세계 1000개가 넘는 영화사, 방송사들과 제휴 관계를 들어 국내 케이블TV 업계에도 손을 내밀었다.

윤 사장은 "케이블 셋톱박스에 스마트TV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셋톱박스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가 호환하는 N스크린 기능을 제공해 케이블TV 시청 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라면서 "앞으로 케이블TV와 삼성전자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케이블업계, '스마트 케이블' 주도권 놓고 '동상이몽'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일반 TV로도 스마트TV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케이블 셋톱박스'를 직접 선보였다. VOD(주문형 비디오) 기능을 앞세운 IPTV에 대응해온 케이블업계로선 '스마트 케이블'은 이미 현실이다. 삼성 역시 자신들의 스마트TV 플랫폼을 국내 1500만 케이블 가입자로 확산시키는 한편 망 중립성을 둘러싼 통신사와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다. 이미 C&M 등 일부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업체에선 자체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스마트 셋톱박스를 직접 만들었다. 이처럼 케이블업계에서 자체 셋톱박스 중심의 '스마트 케이블' 사업을 선호하는 반면 삼성전자에선 궁극적으로 TV와 셋톱박스 기능을 통합하길 바라고 있다.

이날 윤부근 사장이 '스마트 에볼루션 키트'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사장은 "TV를 사면 7년은 쓰는데 내년이 되면 구닥다리가 된다"면서 "앞으론 명함 크기만 한 키트만 바꿔 꽂으면 TV 성능이 향상돼 매년 TV를 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듀얼코어'인 스마트TV CPU(중앙처리장치)를 내년에 '쿼드코어'로 바꾸면 처리 속도도 빨라지고 멀티태스킹이나 고화질 3D 게임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체 주기가 느려 셋톱박스에 비해 업그레이드에서 불리한 TV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실제 삼성은 최근 북유럽 IPTV 업체인 엘리온과 셋톱박스 없이 스마트TV에서 직접 IPTV 서비스를 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윤 사장은 "세상이 엄청나게 빨리 바뀌어 오늘의 상식이 내일 비상식이 되고 오늘 비상식이 내일 상식이 될 수도 있다"면서 "삼성이나 케이블업계나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케이블업계의 '협조'를 구했다.

"삼성 셋톱박스 기다리다간 늦어... 디지털 전환부터 서둘러야"

케이블TV업계 대표들이 1일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 키노트 연설을 듣고 있다.
 케이블TV업계 대표들이 1일 오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담당 사장 키노트 연설을 듣고 있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련사진보기


키노트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은 "스마트TV 기술 혁신도 빨라질 텐데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건 이르다"면서 "지금 케이블 업계는 IPTV만 경쟁자가 아니라 콘텐츠사업자 등과 큰 경쟁에 직면해 혼자로선 벅차다"면서 적극적인 제휴와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주문했다.

이호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송통신융합연구부문 소장 역시 "현재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450만 명으로 IPTV 가입자(500만 명)보다 적어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화가 안 되면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면서 "스마트 미디어는 이제 하나의 흐름이고 삼성에서 셋톱박스 만들어 주겠지, 하고 기다리다 보면 늦을 것"이라면서 케이블TV 업계의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케이블TV업계는 전날(31일) 오는 2015년까지 3조 원을 추가 투자해 도시 지역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100% 디지털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케이블업계를 대표해 토론을 진행한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시도하지 않으면 죽는다"면서 "왜 '리얼 디지털'을 해야 하는지, 스마트 케이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느꼈다"고 케이블 업계가 직면한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태그:#스마트TV, #윤부근, #삼성전자, #케이블TV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