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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소르본느대 대강당에서 공연 중인 나꼼수 3인방.
 파리 소르본느대 대강당에서 공연 중인 나꼼수 3인방.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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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들어찬 강당... 박수 속에 등장한 3인방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유럽 나들이를 했다. '나꼼수 유럽나들이'는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 27일 옥스퍼드에 이어 29일 파리에서 다시 열렸다. 파리 시내 5구, 팡테옹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파리 1대학 팡테옹 소르본느(법대) 대강당에서 오후 6시 30분에 공연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자는 지하철에 올랐다. 6시 10분쯤 도착해보니, 이미 강당 앞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6시 30분에 시작하기로 되어있었던 공연은 6시 55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관객이 너무 많아서 자리잡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이어서 나꼼수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3인방이 관객의 뜨거운 박수 속에 등장했다. 나꼼수 방송에 대해 말로만 듣고 (인터넷에서) 이들에 대한 동영상만 한 두번 보았던 기자에게는 한국에서 온 3인방이 영 새롭기만 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1부에서는 김용민의 성대 묘사와 파리의 관객을 의식해서 파리와 불어에 관한 우스운 소리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이건희와 정몽준이 파리를 방문해서 나누었을 듯한 가상 대화 하나.

"루이비똥이 누구의 똥이라구요? 아 누구의 똥이긴, 루이의 똥이지."
"에펠탑이 못된 탑인 이유는? 애를 패는 탑이니까."

2부에서는 본격적인 정치 토론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많은 투표소가 투표 당일 갑자기 바뀐 상황은 의도적인게 아닐까?' '디도스 공격 관련해서 어떻게 운전기사만 구속됐는지 이해가 안간다.' 'MB 측근들이 엄청난 부를 쌓고 있는데 가장 하찮은 예를 찾아 징계하지만, 징계자는 경찰 소환 즉시 병원 특실에 가서 편안히 누워있다가 석방된다'는 등.

나꼼수 3인방의 재치있는 입담에 폭소를 터뜨리는 관객들. 234석이 전부 채워졌다.
 나꼼수 3인방의 재치있는 입담에 폭소를 터뜨리는 관객들. 234석이 전부 채워졌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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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한국, 다시 앞으로 가는 프랑스

나꼼수 3인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자는 시간이 자꾸만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20여 년 전에 떠나온 한국, 이들이 묘사하는 한국의 정치판은 21세기 발달된 민주화의 그림이 아니라 마치 1970년대 어두운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가 정권을 잡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 (내무부 장관을 했던 첫 5년과 대통령을 했던 후반 5년을 합쳐서) 탄탄히 자리잡았던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서서히 후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오히려 국민에게 수시로 겁을 주고, 프랑스의 실업문제가 외국인에게 있다며 외국인 추방정책을 강력히 추구했었다. 또, 정년을 62세로 하겠다고 했다가 서서히 70세로 하겠다고 하는 등 프랑스의 복지가 다방면에서 위협을 받는 사례가 드러났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사회당 출신의 올랑드가 대통령에 선출되고, 기득권자를 위한 정치를 펼쳐왔던 사르코지와는 달리 일반 국민을 위한 평범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행보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내걸었던 대선 공약을 하나 하나 실행하고 있다. 우선, 내각 구성에서 남녀 평등을 위해 17명의 남자 장관과 17명의 여자 장관을 뽑았다. 이로써 프랑스 정치 사상 처음으로 남녀 같은 수의 장관이 임명되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한 자신의 공약대로 대통령과 장관들의 월급을 30% 삭감하였다. 정부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정부 예산 삭감을 위해 올랑드 대통령은 며칠 전 비공식 유럽 정상회담이 열린 브뤼셀을 방문했을 때 전용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했다.

나꼼수 3인방의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관객들
 나꼼수 3인방의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관객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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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학생 "한국 정치상황 프랑스보다 열악한 듯"

공연이 끝난 뒤 기자가 다가가 "한국에서도 올 12월 대선에 야권이 정권을 잡을 경우 프랑스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주진우 기자는 "물론 가능하고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에서 가장 부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다양성과 사생활을 비롯하여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는 환경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보수, 기득권파와 진보파로 갈라져 같은 파가 아니면 무조건 비판하고 범죄자로 모는 기만적인 이중성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관객이 영국에 비해서 어떻냐는 질문에는  "오래된 교민이 훨씬 많은 파리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와 스위스, 터키에서 온 분도 많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한국의 지도자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 동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관객 중에는 프랑스 현지인도 드문드문 끼어있었는데, 마침 기자 옆에도 프랑스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29세 학생이며 직장인인 클레르는 한국인 여자 친구와 같이 왔는데, 이 친구가 옆에서 동시 통역을 해주고 있었다.

클레르는 "친구에게 한글을 배우고 있지만, 이 공연을 이해할 수준은 안된다"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땠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대충 알아들은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의 정치 상황이 프랑스보다 훨씬 열악한 듯 하다"며 "어쨌든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정치를 비교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시간 반에 걸쳐 이루어진 이번 파리 토크쇼는 성황리에 끝났고,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의 줄이 대강당 끝에까지 이어졌다.

파리 공연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3인방의 사인을 받고 있다.
 파리 공연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3인방의 사인을 받고 있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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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방의 호소 "12월 대선 꼭 투표해주세요"

나꼼수 3인방은 나꼼수의 유럽 나들이 목적이 12월 대선에서 해외 유권자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권자의 투표는 매우 한정된 대도시에서만 이루어지고 유권자는 등록할 때, 투표할 때 두 번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유일하게 투표할 수 있는 도시는 파리뿐인데 지방에 있는 유권자가 투표를 위해 두 번이나 파리에 온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최근 나꼼수에 대한 검찰의 압박에 대해 이들은 "검찰이 우리(민주주의)를 잡으려고 한다"며 "가진 자와 드러내 놓고 싸우는 게 힘들지만, 마지막 날까지 이 공연을 지속할 것"이라며 교민에게 올 12월 대선에 투표할 것을 간절히 부탁했다.

이날 이들의 발언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지난 4월 총선 때 투표를 하지 않았던 기자도 대선 때는 투표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날 234석을 꽉 메운 관객은 올 12월 대선에 얼마나 투표를 하러 갈까?


태그:#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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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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