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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군단 보통검찰부에서 작성한 김재식 대위의 범죄사실 목록.
 제7군단 보통검찰부에서 작성한 김재식 대위의 범죄사실 목록.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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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육군사관학교(육사) 진학을 반대했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그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수시모집에도 합격한 터였다. 하지만 이순신·맥아더 장군을 존경했던 그는 "제갈공명과 같은 전략가가 되겠다"며 기어이 육사에 입학했다.

그런데 임관한 지 4년여 만인 지난 21일 그는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에 나왔다. 전도유망했던 육사 출신의 현역 대위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상관 모욕죄'였다. 

대학생이 기무사에 제보... 군 검찰 '상관 모욕죄'로 기소

사건의 발단은 트위터 상에서 일어났다. 지난 3월 김재식(가명) 대위와 대학생 A씨가 트위터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예정된 강정마을을 놓고 언쟁을 벌였다. 김 대위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그것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미국에서 지하차도를 건설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에 A씨는 "지하차도와 안보(해군기지)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고 반박했다. 이렇게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대위는 자신을 '현역 군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런 힐난이 뒤따랐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어떻게 현역 군인이 국방부 시책에 반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목사와 신부, 활동가들이 공사현장 기습 점거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자, 마을주민이 강제연행을 규탄하며 호송차량의 이동을 막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목사와 신부, 활동가들이 공사현장 기습 점거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자, 마을주민이 강제연행을 규탄하며 호송차량의 이동을 막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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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김 대위를 힐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 화면을 갈무리해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 제보했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트위터에도 공개했다. 하지만 강정마을과 관련한 대화만으로 김 대위를 처벌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기무사는 김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뒤졌다. 일종의 '별건 수사'를 벌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김 대위가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여러 건의 글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군 검찰로 사건을 이첩했다.

군 검찰(제7군단 보통검찰부)은 김 대위를 상대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군 검찰관은 조사과정에서 "현 정부의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글을 피의자가 현재 군인 신분으로서 상관 모욕 혹은 상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추궁했다. 

이어 군 검찰은 지난 3월 22일과 4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상관모욕죄'로 이 대위를 기소했다. 그에게는 군형법 제64조(상관 모욕 등) 제2항이 적용됐다. "가카 이 새끼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을라구 발악을 하는구나" "개독신문 제목 <MB는 하나님이 기름 부은 대통령> 기회다! 불만 붙이면 되겠군" 등의 십수 건의 트위터 글이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MB 비방 말라" 국방부 지침에 이어 군인복무규율도 개정

군 검찰이 '상관 모욕죄'를 적용한 이 대위의 글들은 ▲ 인천공항 지분매각 ▲ BBK 의혹 ▲ KTX 분할 매각 ▲ 내곡동 땅 등 이 대통령과 직결되는 사안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맹박이 개새끼", "가카새끼", "2MB", "대북 병신외교" 등과 같이 거친 용어를 구사한 점이 '상관모욕죄'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상관모욕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문서, 도화(圖畵) 또는 우상(偶像)을 공시(公示)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公然)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 언급된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군형법 제2조는 '상관'을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기 때문에 대통령도 군형법상의 상관에 포함된다는 것이 군 검찰의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이 거론된다. 군인복무규율 제2조 4항에 따르면, '상관'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군통수권자부터 바로 위 상급자까지"를 가리킨다. 상관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군형법과 달리 '국군 통수권자' 즉 '대통령'을 상관의 범위로 특정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을 상관으로 특정한 군인복무규율이 지난 2009년 9월에 개정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전까지 군인복무규율도 군형법처럼 상관을 포괄적으로 정의해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군인복무규율이 이렇게 개정되기 몇 개월 전에 국방부가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을 비방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군에 내려보냈다. 국방부는 이 공문에서 "국군 통수권자는 모든 군인·군무원에 대한 직속상관임"을 강조했다.

각군은 국방부의 공문에 따라 모든 장병을 대상으로 "상관을 비방할 경우 군형법과 징계 규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교육했다. 결국 김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는 국방부 공문 하달과 군인복무규율 개정 등의 흐름 속에서 터진 셈이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상관모욕죄' 사문화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개그맨 박성호, 조지훈씨 진행으로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 등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자료사진)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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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위를 변론하고 있는 이재정(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대통령은 국가원수, 군 통수권자, 국정운영 최종책임자 등 다양한 지위를 가진다"라며 "김 대위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대통령은 상관모욕죄에 해당하는 상관이 아니라 정책일반과 관련한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김 대위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만 보는 것은 처벌을 위해 법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일반정책이나 사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보이는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은 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미국법을 잘 아는 전문가에 문의했더니 일반 모욕죄라는 처벌 규정이 없는 미국에 상관모욕죄 규정이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상관모욕죄 관련 규정은 남북전쟁 때까지만 적용되고 그 이후에는 거의 사문화되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군인은 개인의 기본권을 무한정 제한해도 용납되었던 특별한 계층으로 인식되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군 조직의 질서 유지나 지휘체제 보호라는 법익을 해치지 않는 한 군인도 개인의 기본권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이 공론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면서 선거로 선출된 정치인이다"라며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을 비방했다면 상관모욕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김 대위는, 선출된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군 통수권자와 상관없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비판하는 것이 상관모욕죄라면 군인의 투표권도 박탈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군인도 주권자이기 때문에 군 통수권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 정치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출된 대통령 비판한 것"

김재식 대위는 육사 2학년 때 일본 방위대로 국비유학을 떠났다. 성적 상위 30%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육사를 졸업할 때는 '우수논문상'을 수상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진보성향에 가까웠던 김 대위는 육사에 진학한 이후 서서히 보수성향으로 바뀌었다. 대북관은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현실정치에도 무관심했다. 그런데 인터넷 팟캐스트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들으면서 현실정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김 대위 모친의 전언에 따르면, 김 대위는 "나는 군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주권자이고, 대통령도 군 통수권자이면서 (선출된) 정치인이다"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출된) 정치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라고 말했다. 김 대위는 "(트위터상의) 내 발언은 현역 군인의 발언이라기보다 한 국민의 발언으로 보는 게 옳다"며 "특히 트위터 상에서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김 대위는 갑작스러운 군 검찰 수사로 매우 힘든 날들을 보내야 했다. 검찰에서 1차조사(3월 9일)를 받은 직후에 자신의 숙소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의 모친은 "이전부터 우울증이 좀 있었는데 군 검찰의 조사로 증세가 더욱 심해져 '그만 살고 싶다'며 수면제를 털어 넣었다"며 "공판기일이 확정된 이후에는 3일간 우황청심원액을 12병이나 먹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재판이 시작된 이후 많이 안정돼 가고 있다"며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군대생활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의무복무(5년)가 끝나면 해외 유학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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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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