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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2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검찰이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사태와 관련해 대방동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김미희, 김제남, 박원석 당선자를 비롯한 당원들과 함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지난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사태와 관련해 대방동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김미희, 김제남, 박원석 당선자를 비롯한 당원들과 함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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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털렸다.

21일, 검찰과 경찰은 통합진보당의 서버를 '탈취'했다. 정당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12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공중에 뜬 비례경선 진상규명은 검찰의 손에서 놀아날 것이고, 전교조와 공무원 당원이 있다면 해직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당원 개개인의 정보와 성향이 그대로 노출되어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 적재적소에 제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누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갔는가? 검찰은 차라리 상수에 가깝다. 호시탐탐 진보정당의 당원 정보를 노리던 검찰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어야 한다. 단순한 문제를 산으로 끌고 올라간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통합진보당 자체에 있다. 이런 상황을 결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무능함이 당원명부를 빼앗기게 만들었다.

문제, 그리고 잘못 낀 첫 단추

초기 문제는 비교적 단순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일반명부 경선에서 문제가 있었다. 진상규명이 필요한 일이다. 설령 그것이 소수정당으로서 투표율 제고 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더라도, 진상규명에 따라 당사자들은 겸허한 반성과 사과를, 당은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면 될 일이었다. 오히려 잘못된 관행이나 안일한 상황인식을 반성할 수 있다면, 더욱 깨끗하고 도덕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팩트가 모호하게 처리된 상황에서 정치논리만 횡행했다. 4·11총선 직전 관악을 이정희 후보의 여론조사 경선과 사퇴 문제부터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당내 세력에 대한 반감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상황을 압도했다.

물론 모든 문제가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될 수밖에 없는 정당에서 정치적 책임을 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설령 잘못이 없더라도,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적인 책임을 진다'라는 것은 주체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만일 당사자가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책임을 결단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의 사퇴요구는 정치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치적 책임은 설득해야 할 일이지, 결백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설령 그것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내더라도, 누군가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결백을 주장하고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한다면, 더 구체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었다. 정치적 책임이 불가하다면, 사법적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었다.

문제해결, 정말 불가능했는가?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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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인해 지난 5월 10일 개최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는 '진상조사보고서 결과에 따른 후속처리 및 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운영위원 41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1명(당외인사 7명, 당내인사 4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비례대표 선거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추가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조사위원회가 소위 '당권파' 인사만 빠져 있어 객관성이 의심된다면, 누구도 객관성을 문제 삼지 않을 인물들로 더욱 치밀한 조사를 시행하면 될 일이었다. 정치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조사결과를 토대로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묻고, 설령 책임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다시한번 설득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매우 간단하면서도 이견 없는 해법을 합의해 놓고서도, 두 갈래로 갈라진 양쪽의 공방은 그치지 않았다. 한 쪽은 비례대표 '선사퇴'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다른 쪽은 난데없이 '총투표'를 들고 나왔다. 양쪽의 아집으로 본격적인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검찰의 서버 침탈을 불러 왔다.

비례대표 선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애초에 수용되기 불가능한 요구였다. 설득과 합의보다 언론노출이 먼저였다. 사실 '국민의 눈높이'라는 표현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그나마 진보정당에 애정이 있던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묻지마 사퇴'보다 진솔한 성찰과 반성 아니었을까?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 아니었을까?

분명한 잘못이 밝혀졌는데도 반성이 없다면, 출당이든 뭐든 그것에 합당하는 징계를 하면 되는 문제 아니었을까? 이렇게 본다면 추가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해 놓고서도 선사퇴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혹자는 문제 있는 비례 당선자들의 국회 등원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2주 가량이 지난 지금도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리를 어디에서도 들은 바 없다. 강기갑 비대위에서 언급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한 조사위뿐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진상조사위의 활동도 없이 언론을 통해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추가 의혹'들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과연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기나 한 건가?

고립을 자처한 구당권파의 악수

속칭 '구당권파'의 악수(惡手)도 마찬가지다. 당시엔 엄청난 여론몰이 속에서 '공공의 적'으로 등극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 주장에는 합리적인 내용들이 있었다. '진상조사 후 엄정한 징계'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이끌어 오면서 수없이 많은 적을 만들어 낸 그 독선적 사업방식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첫 번째 악수는 '총투표'였다. 당원 총투표를 통해 사퇴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은 '진실규명'을 요구해 왔던 주장과 모순적이다. 다수결은 진실을 밝히는 방법이 결코 될 수 없다. 차라리 총투표는 당선자의 선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서나 제안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당원의 뜻으로 공직자를 소환할 수 있도록 한 '공직자 당원 소환제'는 사실상 총투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울하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하면서 총투표로 사퇴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제안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두 번째 악수는 중앙위원회의 폭력사건이다. 물론 모든 폭력을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당시 중앙위원회가 아무런 흠결 없이 진행되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계획적이었건 우발적이었건 그날의 폭력은 자기 논리구조에서는 합리화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중립적 입장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이들을 돌아서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구당권파의 문제가 나타난다. 최소한 중립적 입장의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자신이 옳다고 결론 내린 문제에 대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독선. 당내에 만연한 '반경기동부연합' 정서의 대부분은 이런 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인식하지 않고 있는 행동이다.

세 번째 악수는 강기갑 비대위에 참여를 거부하고 또 다른 구심점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중앙위의 물리적 저지에 대한 정당화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강기갑 비대위에 참여할 명분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원비대위는 세간의 해석처럼 분당까지 고려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으며 그것은 다시 구당원파의 고립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파 논리로는 수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당 전체의 논리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 해법은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과 관련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과 관련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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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지자마자 작동하기 시작한 두 개의 프레임은 진보정당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양쪽에서 발생하는 강한 원심력은 합리적인 중간파를 제거하면서 무슨 파, 무슨 파 낙인찍기가 횡행하게 만든다. 이런 틈새를 과거 공안검찰이었던 정형근에게까지 '김정일의 하수인'이라 공격하며 달걀을 던졌던 라이트코리아 따위의 단체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일이다.

이쯤되면 진보정당의 무능한 정치력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통합진보당에 쏟아지는 온갖 야유와 여전한 관심 속에는 그래도 한국사회 진보정당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있다. 그 가능성조차 당내 혈투 속에 소진해 버린다면, 어떤 미래에서도 희망의 근거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해법은 남아있다. 첫째, 소위 '구당권파'로 불리는 세력들도 강기갑 비대위에 참여해야 한다. 구당권파 입장에서는 비대위 결성의 절차적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기했던 문제들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추후 절차에 대한 문제를 따지더라도 지금의 하나의 지도부 내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기상황 아닌가? 이 상황에서도 이중 리더십을 고집하는 것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둘째, 사법적 근거 없는 징계는 멈춰야 한다. 그것이 어느 당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일어난 일이더라도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징계조치는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당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이미 소진되었다. 이제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설령 매우 경멸하고 증오스런 사람이라도 억울한 누명이 있다면 벗겨줘야 한다.

특히 김재연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일반경쟁명부도 아닐뿐더러 조준호 위원장의 진상조사보고서에서도 청년비례선거의 어떤 문제도 제기된 바 없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유로 출당을 강요한다면, 그것 자체가 전체주의 논리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하루 속히 출범시키는 것이며, 여기에서의 조사 결과에 따라 원칙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뿐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원 여론조사' 역시 정치적인 해법이긴 하지만 정당한 방법은 아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적인 입장에서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근거 없는 정보를 언론에 남발하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수많은 내용들이 각자의 프레임을 통해 굴절되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제기된 각종 의혹과 심증, 근거가 부족한 반박이 되풀이되면서 합리성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았다.

이런 문제는 당사자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21일 "언론에 보도된 당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이 정도면 압수수색을 위한 범죄의 소명이 갖춰졌다는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쉽게 한 말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제기되는 의혹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제보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당원들에게 공개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따위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떠나보냈다. 다만 이제는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진보정당 자신의 생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저항적 힘 모두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무한 책임을 느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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