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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5.18관련자 42명이 자살을 했다. 5.18관련자들의 자살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무려 500배가 높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5.18관련자 42명이 자살을 했다. 5.18관련자들의 자살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무려 500배가 높다.
ⓒ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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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9월, A씨가 5.18구속부상자회로 편지를 한 통 보냈다. 그는 편지에 "꿈에 항상 군인들이 나타나 살 수가 없습니다. 고문 후유증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고 절규했다. 이 편지는 그의 유서가 되고 말았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그는 30년 동안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통받아왔다. 5.18항쟁에 참가했던 그는 체포 후 모진 고문을 받은 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고문피해자로 국가폭력 희생자인 그를 국가와 사회는 체계적으로 치유해주기는커녕 무관심과 외면으로 냉소했다.

2011년 12월 현재 5.18 부상 후유증으로 숨진 이는 약 380명. 이 가운데 사망원인이 자살인 경우가 42명으로 자살자 비율이 10.4%에 이른다. 이 수치는 일반인의 자살자 비율보다 무려 350배가 높은 것이다. 80년 5월의 원통한 학살이 30년이 지난 오늘에는 높은 자살자 비율로 계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5.18관련자들의 자살은 1980년대에 25명이었다가 1990년대에 3명으로 잠시 감소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14명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이 수치에서도 최소 4~5명의 인원이 자살보고에서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18기념재단은 2012년 3월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5.18 피해자 133명 가운데 71명이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5.18 후유증 심각... "심리적 충격 또한 크고 광범위하다"

5ㆍ18기념재단이 이렇게 간곡한 호소를 하고 나서는 까닭은 재단이 실시한 후유증 실태조사 결과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은 2007년에 전남·서울·경기에 거주하는 5·18 부상자와 구속자, 유족 등 유공자 113명을 상대로 후유증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5.6%(29명)가 가벼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고, 16.8%(19명)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2006년엔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5·18 유공자 197명을 조사했는데 조사결과 55.8%(110명)는 가벼운 PTSD 증상이 있었고, 40.1%(79명)는 PTSD로 진단되었다.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5.18관련자들이 그 유형에 있어서 기존의 전쟁피해자나 고문피해자, 포로수용소나 감옥에서의 인권피해자와 비슷한 유형의 외상을 경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의뢰한 '광주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연구' 결과보고서는 5·18 관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대상으로 "거리에서 공수부대의 만행과 발포에 의해 상해를 입은 자,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자, 항쟁 기간 중이나 이후 감옥으로 끌려가서 학대와 고문을 당한 자, 그리고 그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지만, 당시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하거나 목격하면서 심리적 충격에 휩싸였던 다수의 시민들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항쟁기간 동안 계엄군이 자행한 가해행위는 단순 구타에서부터 총검에 의한 무차별 살상, 참가자들을 짐승처럼 끌고 가서 기합, 가정집을 수색하여 절차와 근거 없이 폭력을 행사, 화염방사기에 의한 상해 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력이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예측 불가능한 외상을 경험했고, 그 심리적 충격 또한 크고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시위를 목격하거나 즉흥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감옥으로 끌려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다"며 "감옥에서는 과대수용과 저질의 식사배급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였고,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구타, 무릎 으깨기, 대검으로 찌르기, 물고문, 전기고문, 송곳으로 손톱 밑 찌르기, 손깍지에 볼펜 넣고 돌리기, 개미고문, 고춧가루 물고문 등이 행해졌다"고 폭로했다.

연구팀은 "80년 당시의 외상이 5·18참가자들에게는 가장 혹독한 사건이었지만 항쟁이 끝나고 석방된 이후의 생활에서도 공권력으로부터 일상적인 감시·미행을 당하는 국가폭력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고 고발했다.

 네팔에도 있고 방글라데시아에도 있는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 치료센터가 유엔 인권이사국인 한국엔 없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광주광역시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5.18트라우마 센터'를 오는 6월 개원할 예정이다.
 네팔에도 있고 방글라데시아에도 있는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 치료센터가 유엔 인권이사국인 한국엔 없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광주광역시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5.18트라우마 센터'를 오는 6월 개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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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전이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국가폭력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당사자는 물론 가족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5.18기념재단 등이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을 촉구하는 까닭도 당사자들에 대한 치유는 물론 이 전이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다.

지난 2006년 한국은 UN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되었다. UN은 1985년 <범죄 및 권력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을 통해 공권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권고하고 있다.

이 권고에 따라 약 70여 개 나라가 고문 피해자를 치유하는 의료 지원 센터 약 130곳을 운영하고 있다. 고문피해자 치유센터나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도 있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국가폭력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하는 나라는 방글라데시, 인도, 필리핀, 스리랑카, 캄보디아, 동티모르, 네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이다. 아시아 인권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은 단 한 곳도 없다.

5.18기념재단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화를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한국에서 5.18항쟁 피해자를 비롯한 고문피해자들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더구나 민주세력이 10년 동안이나 정권을 잡은 나라에서 변변한 치유프로그램 하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광주광역시가 국가 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5·18 트라우마 센터'를 오는 6월 개원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광주시는 트라우마센터 개원을 위해 이미 공간을 확보했으며 필요인력도 채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5.18 트라우마 센터'에서는 5·18 관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겪는 유공자와 유족은 물론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5.18항쟁 32주년, 죽음도 계속 되고 있고 아픔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자살이라는 비극적 죽음만큼은 예방할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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