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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책겉그림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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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초중고생들도 소화할 수 있는 과학입문서다. 그만큼 과학적인 핵심 개념들을 쉽고 간결하게 풀어 쓴 책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그래픽노블 작가인 데이브 매킨의 그림까지 곁들여서 그런지 더욱더 생동감 넘치는 과학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현실이란 무엇인지에서부터 시작해,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으며, 왜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는지, 왜 밤과 낮과 겨울과 여름이 있는지, 태양이란 무엇이며, 무지개란 무엇이며, 세상은 또 언제 시작되었는지, 우주에는 우리뿐인지, 지진이란 무엇인지, 왜 나쁜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기적이란 무엇인지 등이다.

그야말로 원초적인 질문들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의 대답이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즉각적인 과학적 증거자료를 내 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화나 종교적인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낸다. 이른바 그것들 모두가 과학을 넘어선 허구임을 알리고자 하는 까닭에서다. 확실하게 검증된 과학적 기법만이 현실 세계의 위대한 마법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쏠깃하게 다가온다.

"'초자연적'인 것은 정의상 자연적 설명의 범위, 즉 과학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류가 지난 400여 년간 향유한 엄청난 지식의 발전을 가져온 기법을, 즉 확실하게 검증된 과학적 기법을 넘어선다. 무언가를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일컫는 것은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임은 물론이요, '우리는 그것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테니 시도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학적 접근은 정확히 그 반대다."(24쪽)

그만큼 그는 검증된 과학 기법만을 맹신하는 1급 생물학자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1976년에 출간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유전자의 생존기계'라고 언급한 데서, 그리고 2006년의 <만들어진 신>을 통해 '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망상'이라고 일갈한 데서 환히 알 수 있다. 신화나 종교적인 입장에 서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투사적인 이미지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물론 무지개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른바 뉴턴의 실험을 끄집어내어  '과학적인 답'을 주는 것 말이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형 유리에 가느다란 흰 햇살이 통과하도록 했는데 그걸 통과하는 흰 빛은 더 이상 희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실험을 통해 무지개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고, 그것 덕택에 별들과 우주에 관한 정보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도 있다. 이른바 최초의 인간에 관한 주장이 그것이다. 그는 1억 8500만 세대로 인간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은 '물고기'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3억 1000만 년 전의 인간은 '도마뱀'이고, 1억 500만 년 전의 인간은 곤충을 잡아먹는 '꼬리달린 부엉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같은 생물들이 수많은 세월을 거쳐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인간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것은, 앞서 말한<이기적 유전자>의 주장과 같이, 모든 생물체의 'DNA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친척'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친척이다. 당신의 가계도에는 침팬지나 원숭이처럼 뻔한 친척들은 물론이려니와 생쥐, 물소, 이구아나, 왈라비, 달팽이, 민들레, 검독수리, 버섯, 고래, 윔뱃, 세균 같은 친척도 있다. 모두 우리의 친척이다. 어느 한 종도 빠지지 않고 그들 모두. 이런 생각이 세상의 어떤 신화보다도 훨씬 경이롭지 않은가?"(53쪽)

실제로 그가 밝혀놓은 유전자 암호체계를 들여다보면 인간과 침팬지와 쥐는 대부분 A, T, C, G 등 네 개의 숫자로 조합돼 있다. 물론 80개의 문자 구간이 C로 시작하여 C로 끝나는 지점까지도 똑같다. 그러나 그 구간 속에 들어 있는 숫자의 배열은 각기 상이할 뿐만 아니라, 그가 이 책에서 밝힌 것처럼, 침팬지의 문자가 인간의 문자와 죄다 같지는 않고, 생쥐의 문자는 그 보다 적은 수가 인간과 같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침팬지와 쥐의 특별한 개체만 그런 유사성을 띨 뿐이지, 대부분은 다르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런 점들도 더 큰 문제이지 않을까? 사람과 침팬지가 교합할 수 없다는 것, 설령 교합해도 그 속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사람과 침팬지는 동종교배가 성립될 수 없는 까닭에서다. 물론 그는 과학자들이 사용한다는 '유전자 풀(pool)'을 끌어들여 긴긴 진화의 시간 속에서 세대마다 유전자들이 섞였다고 주장하지만, 왠지 억측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만 그런 걸까?

"20세기 중반에는 우주의 탄생에 대한 두 가지 경쟁 모형이 있었다. '정상우주론' 모형과 '대폭발(빅뱅)' 모형. 정상우주론은 아주 우아했지만 결국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즉, 그것에 기반한 예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시작이란 없었다. 우주는 가거에도 늘 현재의 상태와 거의 같았다. 반면, 대폭발 모형은 어느 특정한 순간에 이상한 폭발이 일어남으로써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대폭발 모형에 기반한 예측들은 하나씩 옳은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요즘은 대부분의 과학자가 일반적으로 이 모형을 받아들인다."(165쪽)

이는 1956년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가 내세운 빅뱅이론(big-bang model)으로 우주가 탄생했음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도킨스는 그의 이론을 차용하여 우주탄생설을 설명하지만, 그것도 실은 '원인 없는 결과만 양산한 꼴'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150억 년 전의 원초원자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게 폭발하게 된 힘은 어디에서 왔는지,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까닭이다. 그 역시 하나의 가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도킨스는 그 설명을 애써 빼버리고 있다.

아무튼 이 세상의 현실 세계에 관한 논쟁은 모든 게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게 유익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험되지 않는 과학적 가설을 마치 진리인 것 마냥 퍼뜨린다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들이야말로 미신을 만드는 꼴과 다르지 않을 수 있으며, 그가 말한 것처럼 '가슴 뛰는 마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에 들어 있는 최초의 인간에 관한 논의라든지, 세상의 시작이라든지, 왜 나쁜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기적에 관한 주장들은 깊이 생각하면서 들여다 봐야 할 부분이 많다. 다만 밤과 낮에 관한 논의라든지, 태양, 지진, 무지개, 그리고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논의와 주장은 그의 식대로 따라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종교, 신화, 미신에 속지 말라! 현실을 직시하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김영사(2012)


태그:#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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