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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
 박은정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
ⓒ 법무부 블로그 moj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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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는 지난 3월 2일 오전 8시께 검찰 내부통신망에 짧은 사퇴의 글을 올렸다.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그동안 도와준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건강하고 늘 행복하십시오."

이유나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소청탁 의혹이 검찰 안팎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자 부담감을 느껴 사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검사의 글을 접한 대검은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다"며 사퇴서를 반려했다.

특히 대검은 박 검사 감찰 여부와 관련해 "박 검사가 기소 청탁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해도 사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감찰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박 검사의 감찰 가능성을 보도하자 "명백한 오보"라며 "감찰조사에 착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판사의 월권행위는 덮어주고 박 검사를 검찰한다고?"

그런데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홍지욱)가 최근 박 검사를 대상으로 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16일 "박 검사의 수사사항 누설 등에 관한 민원이 3월 말께 접수되는 등 조사 필요성이 있고 관련 사건의 수사가 4월말 종결됨에 따라 박 검사 감찰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대검이 박 검사의 감찰 내용을 "수사사항 누설"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김 판사로부터 기소를 청탁받았다는 박 검사의 검찰 진술이 어떻게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 쪽에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처음 제기한 <나꼼수>는 지난 2월 28일 방송에서 "박 검사가 공안수사팀에 김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사실을 말했다"며 "박 검사는 검찰이 나꼼수 패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구속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이 김 판사의 기소청탁 논란이 크게 일었던 지난 3월 "박 검사의 행위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던 것을 뒤집고 박 검사 감찰에 나선 배경을 두고 "보복성 감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 패배'라는 지난 4월 총선 결과에 따른 나꼼수 압박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박 검사와 연수원 동기인 백혜련(전 대구지검 형사3부 수석 검사)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검이 당시(3월)에는 감찰조사 안하겠다고, 계획도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박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한 입으로 두 말 하기"라며 "이런 건으로 감찰에 나선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감찰은 '보복성 감찰'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24일 박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한 김재호 판사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는 점에서도 박 검사의 감찰은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판사의 월권행위는 덮어주고 박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법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검사징계위에 박 검사의 징계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박은정, #김재호, #기소청탁, #나꼼수, #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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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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