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프랑스 파리 19구 투표소 내부 장면.
 프랑스 파리 19구 투표소 내부 장면.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6일 오후 3시] "누구든 근소한 표차로 당선된다"

2012년 5월 6일(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지던 날, 오후 3시 기자는 파리 19구 집 근처의 투표소를 찾아갔다.

오전에는 많은 인원이 몰렸다는데 당시에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밖으로 나와 투표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누구에게 표를 던졌고 오늘 저녁에 누가 당선될 것 같냐는 두 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중년 여자 한 명이 나오기에 한국 언론 통신원임을 밝히고 '누구에게 투표했느냐'고 물으니, 올랑드에게 투표했단다. '오늘 저녁 누가 당선될 것 같냐'고 물으니 올랑드가 당선되긴 하는데 근소한 차로 당선될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중년 여인이 나오기에 같은 질문을 했더니 이 여인은 '니콜라'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사르코지가 근소한 차로 당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6일 오후 5시 45분] "'니콜라(?)'가 될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오늘 트로카드로 광장에서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프랑스 공동행동이 열려 가봐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투표소로 향했다. 몇 명에게 더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여자 노인이 나오기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니콜라'에게 투표했단다. 재미있는 것은 사르코지에게 투표한 사람은 모두 '니콜라'에게 투표했다고 하지 사르코지에게 투표했다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르코지 이름을 공식적으로 밝히기가 거북해서 '니콜라'라는 평범한 이름을 사용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아마도 올랑드가 당선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왜 사르코지에게 투표했냐고 물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누가 되든 국민이 정치인에게 봉변을 당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요"라며 발걸음을 뗀다.

네 번째로 질문한 젊은 청년, 다섯 번째로 질문한 중년 커플과 여섯 번째로 질문한 젊은 여성 모두 올랑드에게 표를 던졌고, 올랑드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질문을 던진 7명 중에 2명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졌고, 5명이 올랑드에게 표를 던진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할 사항은, 서민층이 몰려사는 파리 19구는 좌파 지지도가 많은 구로 지난 4월 2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가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다. 프랑스 전체의 표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파리 19구 투표소 앞에 붙어있는 후보 포스터. 찢어져 나간 사르코지의 포스터가 그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파리 19구 투표소 앞에 붙어있는 후보 포스터. 찢어져 나간 사르코지의 포스터가 그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6일 오후 6시 15분] 모두 아는 결과, 프랑스 언론만 모른체

프랑스 대선 투표는 대도시에서 오후 8시까지 이루어지므로 그 전에는 공식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유럽 인근 국가에서는 이미 오후 2시 30분부터 결과를 알리기 시작했다.

기자가 오후 6시 15분에 인터넷을 통해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올랑드가 53%로 당선되었다고 모두 입을 맞춰 보도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올랑드의 승리였다. 반대로 사르코지가 당선될 경우 콩코르드 광장에서 대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 집회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RTL(룩셈부르크 라디오 텔레비전)의 벨기에 사이트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에서는 아직도 긴박감을 조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차 투표 때와 다른 것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언론인들이 자신의 표정이라든가 우연히 내뱉는 발언에서 사회당이 승리했음을 은연 중에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올랑드가 당선될 경우 대집회가 열릴 바스티유 대광장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든가, 사회당사가 위치한 솔페리노 거리에도 엄청난 인구가 모여들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올랑드의 당선을 암시했다.


'사르코지를 찍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라고 적혀있는 포스터.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찍었다.
 '사르코지를 찍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라고 적혀있는 포스터.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찍었다.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6일 오후 7시]
사르코지 연설 취소

프랑스는 투표 당일, 투표소를 나오는 투표자들의 의견을 물어 실제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데, 그 결과 올랑드가 52에서 55%의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가 하면 콩코르드 광장에서 연설하기로 되어 있었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1시간 전부터 나돌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가 소속된 UMP(대중운동연합)은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선 공식 결과 발표를 1시간 남긴 시각에 각 TV에서는 사회당원들의 환호와 열광적인 분위기를 공공연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가 발전해 오후 6시 이후면 결과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대선 공식 발표 시간 오후 8시를 기다려야 하는 눈가리고 아웅인 상황이 결선 투표에서도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오후 8시] 올랑드 승리... 바스티유로 몰려드는 군중

드디어 TV에서 이번 대선의 승리자가 발표됐다. 51.9%의 지지율을 얻은 프랑소와 올랑드가 프랑스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48.1%의 지지율을 얻은 사르코지는 대통령 연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지지율 차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 이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밖에서는 클랙슨을 울리며 지나가는 차량이 점점 많아졌다. 이미 대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던 바스티유 대광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고 하는데 이제 기자도 바스티유 광장으로 나가봐야겠다. 1981년 프랑소와 미테랑 당선 이후 31년 만에 다시 사회당에서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되는 날, 바스티유 광장의 풍경을 담아보기 위해서였다. 미테랑이 95년 물러났으니, 프랑스는 17년 만에 다시 좌파 대통령을 보게 됐다.


태그:#프랑스 대선, #올랑드, #사르코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