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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 용량의 한계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게 되면 오래된 정보를 잃게 된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친노 진영에서는 대통령을 탓하고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고 개탄할 만큼 노 대통령 인기는 바닥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을 '청개구리'에 비유하곤 했다. 그 시절을 각인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노 대통령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떠올릴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한국갤럽의 데일리 정치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역대 대통령의 인기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한국갤럽은 올해 1월부터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휴대전화 RDD(임의전화걸기) 조사를 주5일 연중 진행해 그 결과를 매주 월요일 공개하고 있다(표본 크기와 오차는 일간 지표는 1000명 내외로 95%신뢰수준±3.1%p, 주간 지표는 1500명 이상±2.5%p, 월간 지표는 6000명 이상±1.3%p).

가장 극적인 변화는 YS(김영삼)의 '용두사미' 지지율이다. 임기 초반의 개혁 및 사정 드라이브로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한없이 미약했다. 임기말에 IMF 긴급구제금융으로 많은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으니 그럴 수밖에.

MB 정권에서 '국민 스포츠'가 된 '쥐박이 놀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긍정 평가)은 임기 초에 비교적 낮은 52%로 출발해 집권 1년차 2/4분기에 최저점인 21%까지 급락했다. 5년차 1/4분기 현재의 지지율은 24%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긍정 평가)은 임기 초에 비교적 낮은 52%로 출발해 집권 1년차 2/4분기에 최저점인 21%까지 급락했다. 5년차 1/4분기 현재의 지지율은 24%다.
ⓒ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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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역대 대통령의 5년차 직무수행 평가 성적표를 비교하면, 긍정 평가가 가장 낮은 대통령은 YS다. 긍정 평가를 국정운영 지지율로 치환하면, YS는 5년차의 1/4분기만 10%대이고 퇴임할 때까지 쭈욱 한 자릿수였다. 그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은 노태우로 4~5년차 내내 10%대였다.

그 다음은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으로 두 사람 모두 5년차 지지율이 20%대였다. 두 사람의 5년차 지지율 평균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김 대통령의 지지율이 노 대통령보다 약간 더 높았다. 지지층의 호오가 분명한 노 대통령은 특히 부정 평가 비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쥐박이' 놀이가 국민 스포츠가 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떨까?

이 대통령의 지지율(긍정 평가)은 임기 초에 비교적 낮은 52%로 출발해 집권 1년차 2/4분기에 최저점인 21%까지 급락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로 점수를 까먹더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로 결정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을 편 2년차 하반기와 3년차에는 50%까지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5년차 1/4분기 현재의 지지율은 24%다.  5년간의 지지율 추이로 보더라도, 지난 1월부터 지지율은 촛불 시위 정국 이후 최하 수준이다. 건국 이래 치러진 11번의 직선제 대선에서 가장 큰 530여만 표(22.6%포인트) 차이로 2위를 따돌린 대통령의 임기말 성적표치고는 '형편 무인지경'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통령의 형님을 포함한 친인척과 측근 그리고 '멘토'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됐으니 바닥이 아니면 오히려 이상하다. 연초부터 불거진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오빠 등 친인척 비리부터 '형님'의 불법 로비자금 수수, 6인회의 멤버였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비리에 따른 사퇴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살포, 그리고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까지 발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MB는 정치적 3재(災)가 낀 형국"

보수층이 통상 1/3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정치여론 지형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보수층)에서도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보수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 정한울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1/4분기의 여론지형을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3재(災)가 낀 형국"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층까지 지지기반에서 이탈하는 요인을 관찰해 보면 ① 친인척 측근에 의한 권력형 비리(YS 정권 시기의 한보 게이트와 김현철 구속, DJ 정부 시기의 최규선 게이트와 3남의 비리연루) ② 지지층 정체성과의 충돌(노무현 정부 시기 대연정론) ③ 경제적 실적 위기(YS 정부 시기 IMF 위기, 노무현 정부 후반기 경제위기론) 등 이념적 포지션 이슈보다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합의 이슈에서의 정책 실패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반MB의 악재를 딛고 총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왜?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민주당의 패인과 새누리당의 승인은 간명하다. 민주통합당은 공천에서 헛발질로 지지율을 까먹었고,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MB와의 차별화와 당 쇄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얻은 덕분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한 대통령으로 박정희(51.1%), 김대중(19.1%), 노무현(17.1%) 대통령을 꼽았다.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은 2%였다(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한 대통령으로 박정희(51.1%), 김대중(19.1%), 노무현(17.1%) 대통령을 꼽았다.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은 2%였다(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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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에 실시한 EAI-한국리서치의 총선-대선 2차 패널조사(4월 12~15일, 전국 성인남녀 유권자 패널 1666명, 95%신뢰수준±2.4%)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한 대통령은 박정희(51.1%)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김대중(19.1%)-노무현(17.1%)이 2,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전두환(2.2%), 이명박(2.0%) 대통령이 약 2%를 받았고, 1% 미만의 최악의 평가를 받은 대통령은 이승만(0.9%), 김영삼(0.6%), 노태우(0.2%) 순이었다. MB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국민 100명 중 2명만 인정했을 뿐이다.

역대 대통령 호감도 노무현 67.4% vs 박정희 65.5%

한편, 총선 이후 여당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부각되고 민주당의 '친노 그룹'이 주류 세력화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해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를 비교해본 결과, 흥미롭게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즉, 박정희의 경우 '호감 65.5% vs 비호감 33.4%', 노무현의 경우 '호감 67.4% vs 비호감 32.1%'로 오차범위 내에서 노무현이 호감도는 더 높고 비호감도는 더 낮았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호감도를 교차분석한 결과, 양자 간에는 중첩과 대립의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즉, 박정희는 좋아하지만 노무현은 거부하는 박정희 선호집단이 28.0%이고, 반대로 노무현은 좋아하지만 박정희는 거부하는 노무현 선호집단이 26.7%로 비슷한 규모로 대립하는 가운데, 박정희와 노무현 양자 모두에 대해 호감을 표하는 집단이 38.5%로 가장 많았다. 반면 양자 모두를 거부하는 집단은 5.3%에 불과했다.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빅3 대선후보 호감도의 관계(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빅3 대선후보 호감도의 관계(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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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빅3 대선주자 호감도의 관계(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빅3 대선주자 호감도의 관계(EAI-한국리서치 2차 총선-대선 패널조사).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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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정희와 노무현에 대한 태도가 대선후보 호감도(평균값, 10점 만점)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검토한 결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적 태도와 현재의 대권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이 드러났다.

즉, 대통령 호감도 차이에 따른 집단별 대선후보 평가를 검토한 결과, 박정희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박근혜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증가했지만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고문에 대한 호감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노무현에 대한 호감도는 이와는 역방향의 관계를 나타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개관한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미화한 전시장에 내걸린 사진을 향해 한 관람객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개관한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미화한 전시장에 내걸린 사진을 향해 한 관람객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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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싸워야 할 상대는 MB가 아니라 '박정희와 그 딸'이라는 얘기다. 야권이 '반MB 전선'으로 단일대오를 짜면 승리할 것이라는 선거전략은 MB가 권력을 휘두를 때에 약효가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이미 MB는 한발 비켜선,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그런데도 야권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효험을 본 '반MB 단일화탕'을 총선에서도 '재탕'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탕의 '약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9대 국회의 원 구성을 앞두고 민주당이 누구를 원내사령탑으로 내세워야 할까.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지만 원을 구성할 때 뽑는 원내대표는 전반기 국회 2년의 상임위를 좌우한다. 그래서 여느 원내대표보다 권한이 세다. 더욱이 이번에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관리하기 때문에 대선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대선은 5년에 한 번 정권을 잡으려는 정치세력이 지지세력을 총동원하고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치르는 총력전 체제다. 원내사령탑은 날마다 예측불허의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는 그 전쟁을 당대표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야 한다. 박지원, 유인태, 이낙연, 전병헌 가운데 누가 박정희와 박근혜라는 '두 마리 꿩을 잡는 매'일까?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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