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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논란이 일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을 '시민사회 식민화'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논문이 나왔다.


한성훈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는 28일 열린 '2012년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사찰국가의 인권침해와 시민사회의 식민화'라는 논문에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은 평범한 개인의 생활세계와 시민사회를 식민화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안사범 관리가 도덕성이 허약한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고 사상범을 주로 통제·관리하기 위한 권력기관의 욕구"였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성격이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경우 사찰의 피해가 가족에까지 확대됐고, "사회부적응과 소외"로 인해 "사회관계망으로부터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불법한 권력에 의해 사적 영역이 크게 침해됐다"는 판단이다.


한 교수는 "일상세계가 정치권력에 의해 까발려짐으로써 이 가족은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시민권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며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권력에 따라 구성되는 삶은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공권력을 사적 권력으로 활용해 국가권력을 무력화해"


또한 한 교수는 "무엇보다고 이전 경찰, 기무사, 국정원에서 하던 사찰이 총리실의 공직자 비리를 조사하는 기관으로 확장되었다는 데 인권침해의 대규모 발생과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전의 사찰은 권력기관이 형식적으로나마 '사상범'이나 '좌익'이라고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관리체계였다면, 이 정부는 정권을 비판하는 자 또는 요직에 있는 인사들의 공적, 사적 생활에 감시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나 일반시민뿐만 아니라 전 정부 고위인사, 시민사회단체, 대기업 장학재단, 사립학원 이사장, 병원, 공기업 간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이 망라돼 있다.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들과 감사원 간부를 사찰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한 교수는 "이런 사찰은 고위직 인사자료와 정치적 반대자 제거라는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공권력을 사적 권력으로 활용하면서 국가권력 자체(총리실 업무인 공직자 비리조사 업무)를 무력하게 만드는 사태"라고 꼬집었다.


최근 구속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이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을 통해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은폐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청와대가 지원관실을 지휘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교수는 "총리실 소속의 정부기관을 청와대가 조정함으로써 권력의 사적 유용을 더 은밀하고 비밀 사조직처럼 운영할 수 있었다"며 "이는 특정한 이념이나 사건 관련성이 없는 시민들을 사찰하는 데 기존 정보기관이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 교수는 "한국은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국가권력의 민주적 작동과 감시, 견제가 나름대로 이루어지고 제도적 보완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실시되어 왔다"며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자행된 민간인 사찰은 이와 같은 성과를 무너뜨리는 '실패한 국가'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7월-12월까지 이루어진 지원관실 활동은 불법"


또한 한 교수는 '촛불집회'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신설된 지원관실이 '불법조직'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지원관실 신설이라는) 직제를 개편한 개정안(개정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한 뒤 1주일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해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의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반이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원관실의 업무규정인 '공직윤리업무규정'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제정된 때는 지난 2008년 12월이었다. 그런데 지원관실은 이미 5개월 전인 7월부터 7개 팀을 구성해 활동해오고 있었다.


이를 두고 한 교수는 "지원관실은 7월 졸속으로 조직된 뒤 그해 12월까지 아무 근거 없이 공권력을 행사한 불법조직이었다"고 주장했다.  


태그:#민간인 사찰 의혹, #한성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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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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