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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20일 입국한 레이디 가가. 그녀는 항상 파격으로 유명하지만 그 바탕은 열정이다.
 27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20일 입국한 레이디 가가.
ⓒ 레이디가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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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레이디 가가의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예상할 수 있듯, 한국 기독교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매체와 대중문화 연구를 업으로 삼으며, 레이디 가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다. 하지만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선 교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해리포터>와 <다빈치 코드> 모두 교회에서 개봉을 반대했던 영화들이다. 하지만 모두 상영되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교회에 묻고 싶다. 그토록 우려하던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말이다. 결국 레이디 가가도 공연을 할 것이고,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다가 잠잠해 질 것이다. 교회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이 일을 까마득히 잊을 것이다.

한국 보수교회 목사들은 미국 뉴올리언스 참사와 일본의 재앙 모두 교회가 적고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했다. 한국사회는 교회도 많고 믿음도 클 텐데, 왜 이런 '대중문화의 재앙'이 피해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문화를 타고 오는 사탄의 세력을 막아달라'고 열심히 기도도 하는데 말이다. 레이디 가가가 성황리에 공연을 하게 되면 한국 교회의 신앙부족을 탓해야 할까?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은 '사탄의 궤계'?

 한국교회가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에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교회에서 공연취소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인터내셔널비지니스타임스>에 보도된 한국교인들의 통성기도 모습.
 한국교회가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에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교회에서 공연취소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인터내셔널비지니스타임스>에 보도된 한국교인들의 통성기도 모습.
ⓒ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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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과 교회의 극렬한 저항은 여러 모로 아이러니한 사건이다. 개인적으로는 무관심하던 레이디 가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공연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반대 때문이다. 정확히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성명서를 발표해 가가의 공연을 '어둠과 죽음의 영으로 미혹하는 사탄의 궤계'라고 비난한 후다.

그게 사실이라면 큰일 아닌가? 가가의 공연이 한국 젊은이들을 망가뜨리기 위한 악마의 획책이라면 말이다. 미디어 학자로서, 기독교인으로서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레이디 가가에 대한 자료를 뒤졌고, 그녀의 음악 속에 도사리고 있을 음험한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다행히 내 관심분야가 문화 텍스트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기호학 아닌가?

이전까지 레이디 가가와의 인연은 철 지난 음반 한 장을 산 게 전부였다. 대학 교양과목인 '미디어와 사회' 수업을 위해서였다. 전세계 젊은이들이 이 가수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이 탓이었는지, 불같은 신앙 탓이었는지는 모르나 음악이 영 귀에 붙지 않았다.

 오는 4월, 한국 공연 예정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4월 27일 한국 공연 예정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결국 음반은 플레이어에서 몇 번 돌아가다가 시기를 알 수 없는 시점부터 방구석에 처박혀 먼지를 맞고 있다. 기억나는 멜로디는 심장수술을 앞 둔 아버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썼다는 곡 '말문이 막혀(Speechless)' 정도다.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가끔 '형편 없는 로맨스(Bad Romance)'를 듣기도 했다(졸음 쫓기에 이만한 곡이 없다).
감사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모르나, 교회 덕분에 레이디 가가에 폭발적 관심을 쏟게 됐다. 장하준 교수의 책이 '불온서적'으로 지정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아쉽게도 내 책은 제목에 '불온'이 들어갔는데도 금서로 지정되지 않았다). 어쨌든 가가 관련 문서를 탐독하고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는 아주 충격적이다.

레이디 가가를 잘 알기 전까지는 교회의 공연반대 운동을 보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가 전문가'가 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해도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바람직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안다. 하지만 혈압을 올리시기에 앞서 이 글을 차분히 읽어주시기 바란다.

그는 '다름 인정하기'의 전도사일 뿐

앞서 가가 공연 반대운동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이번 내한공연의 주제는 '태어난 대로(Born This Way)'다. 이것은 가가의 최근 음반 제목이기도 하고, 그녀가 2011년 하버드대학 버크먼 센터, ('천재 장학금'이라 불리는) 맥아더 장학재단 등과 공동설립한 재단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가의 활동이 '사탄의 궤계'라면, 하버드 대학과 맥아더 재단에도 같은 혐의를 써야 마땅하다.

'태어난 대로' 음반과 재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동성애만이 아니다. 가가와 그녀의 재단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학교폭력이다. 교회도 교내폭력이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가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이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따돌림의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폭력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 나는 오히려 교회의 반감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표출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자'고 제안하는 가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레이디 가가의 한국공연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가의 공연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연 중 피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해서 폭력을 찬양한다거나 '피의 예식'을 치렀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식이면, 공연 중 스승 머리에 샴푸를 끼얹고 셔츠를 찢고 넥타이를 자른 백남준은 스승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둘도 없는 패륜아가 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논란이 된 가가의 공연은 2009년 MTV 비디오음악 시상식 무대였다. 여기서 가가는 남자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는 희생자로 출연했다. 교회는 이 부분을 '폭력을 조장'하고 '반 기독교적 사탄의 의식'을 거행한 것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남성들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어 가는 여성의 참담함을 보았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차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의 해석을 교인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판단능력을 모욕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이다.

교계가 공연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성애를 찬양하고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를 '그저 그렇게 태어난(Born This Way) 사람들'이니 받아들이자고 말할 뿐이다.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을 '반대'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그들을 따돌리며 괴롭히란 말인가?

동성애가 기독교에서 복잡한 논쟁거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 동성애자에게 돌을 던지고 조롱할 것 같은가, 그들과 함께 하며 위로하시겠는가.

한국교회가 레이디 가가에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

한국 교회가 레이디 가가에 긴장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그녀는 교회가 외면해 온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레이디 가가는 널리 알려진 박애주의자다. 2010년 전국 공연에서는 특별 좌석표를 팔아 노숙자 돕기 기금을 마련했고, 팬들에게 집 없는 사람 돕기 캠페인을 벌여 3만 시간이 넘는 자원봉사 시간을 확보했다. 3년 반에 달하는 시간이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는 공연과 인터넷 상점 수익금 50만 불(5억원)을 재건사업에 보탰고, 일본 재난을 위해서는150만 불(15억원) 이상의 구호기금을 마련했다. 가가가 신디 로퍼와 손잡고 시작한 에이즈 예방과 치료 캠페인에서는 무려 1억 6천만 불(1600억원) 이상을 모았다.

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 따르기를 갈망하는 청년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예수에게 와서 방법을 묻자, 예수는 '계명을 지키라'고 답변한다. 청년은 계명이 가르치는 바를 따르며 살고 있다고 답하고, 그 이외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다시 묻는다. 예수는 근사한 교회를 지으라거나 부자정당에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마태복음 19:20)

한국 교회에서 재정의 10% 이상을 사회봉사와 구제에 쓰는 교회는 10군데 중 3곳에 지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레이디 가가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자선가다. 그녀는 '다름을 상호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재단을 출범했다. 행사현장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를 받은 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자선가다. 그녀는 '다름을 상호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재단을 출범했다. 행사현장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를 받은 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BT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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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조장하는 건 그가 아닌 한국사회다

교계는 레이디 가가가 자살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레이디 가가가 처음 한국을 찾은 2009년 이전부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고, 청소년이 가장 불행한 나라였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건 한국사회의 비인간적인 경쟁체제이지, 일개 가수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자살을 조장해 온 한국사회의 경쟁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오히려 제 교회에서 명문대생과 고시합격생이 나오고 사회적 권위 높은 사람이 교인이라고 자랑하기 바쁘지 않았던가. 한국교회는 축재와 출세의 수단이 된지 오래다. 교회가 사회문제의 일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레이디 가가의 '반기독교 메시지'에 저항감을 갖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공연 행위를 권력화한 교회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로 받아 들인다. 아무 효과도 없는 '반대'를 외치기보다, 우려되는 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게 현명하다. 교계가 내막도 모른 채 반대를 외쳐대니, 나처럼 관심도 없던 사람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레이디 가가는 악마숭배자가 아니라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난 기독교인이다. 그는 CNN 래리 킹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저는 신앙인입니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며 예수를 믿게 됐어요. 저는 하느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저는 영적인 사람이고, 기도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에 대한 회의도 갖고 있어요. 특정 인종이나 종교, 성적 성향을 증오하거나, 저주하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종교를 찾기 어려우니까요."

무릇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교회가 진정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20대 가수의 뻔한 가짜 피가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탐욕이 교회 자신과 사회를 파멸로 몰고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의 눈 속의 티끌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 눈 속에 든 들보 먼저 뺄 일이다. 그게 예수의 가르침이다.

 '태어난대로(BTW)' 재단 웹사이트. '서로간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창립취지가 보이고, 하단에 함께 참여한 하버드대 버크먼 센터와 맥아더 재단 등의 로고가 보인다.
 '태어난대로(BTW)' 재단 웹사이트. '서로간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창립취지가 보이고, 하단에 함께 참여한 하버드대 버크먼 센터와 맥아더 재단 등의 로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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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와 <미디어기호학>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