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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문대성씨의 논문에 표절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달 말이다. 미디어스를 비롯 여러 언론매체는 문대성씨의 논문의 표절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매우 자세히 보도했다. 표절 문제가 단순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2일 22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학단협은 "거의 복사 수준의 표절"이라고 확인했다.

 

처리 미룬 것은 약속 저버린 오만한 행동

 

새누리당은 누구든지 문제가 되면 공천을 취소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문대성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고 넘어갔다. 반드시 공천 취소 결정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16일에는 문대성 당선자의 출당 논의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없던 일로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국민대의 논문 표절 심사 결과를 보고나서 당규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위원장도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했다.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말 바꾸기이고 오만한 태도다. 박 위원장은 총선 전에도 총선 뒤에도 문제가 되는 사람은 걸러내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상대 당 후보의 도덕성은 가차 없이 비판하면서도 문대성 후보는 그대로 넘어갔고 심지어 박 위원장은 유세지원까지 했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에게 이전에 적용했던 도덕성 잣대는 문대성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래서 '새누리당은 이중 잣대고 고무줄 잣대'라는 말을 듣는 거다.

 

일부 후보에 한정되긴 했지만 총선 전에는 엄격한 모습을 통해 인적 쇄신을 모범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과반이 넘으니까 엄격한 모습은 온데 간 데 없고 도덕성이라는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 화장실 갈 때와 화장실 나올 때 다른 모습 그대로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말을 절대 잊지 말기 바란다.

 

새누리당, 과반 얻으니 도덕성 칼날 한없이 무뎌져

 

논문 표절은 지식을 도둑질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명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교수 임용할 때 논문을 근거로 삼기 때문에 학계에서 표절이 용인된다면 적임자는 탈락하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후학을 기르는 교수가 되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양쪽이 다툼이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국민대의 심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결단을 해야 한다. 문대성씨를 제명하고 의원직을 박탈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것이 약속을 지키고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만약 논문을 심시하는 국민대가 혹시라도 사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학문외적 이유로 판단을 상당기간 미루거나 '경미하다'는 이유를 들며 가벼운 징계를 하게 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혹시 가벼운 결정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국민대가 어떻게 판단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표절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학단협 같은 기관이 못미더우면 새누리당이 직접 전문가 집단에 부탁해서 판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을 구하는 데 하루면 족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대의 심사를 기다린다는 것은 책임 회피고 정의보다는 과반에 집착하는 정치적 꼼수가 들어 있다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정의 없는 국익은 무의미하다

 

문대성씨 논문 표절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지는 "문 당선자의 논문 표절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썼다. 이 신문은 "문대성씨가 대학교수이자 학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된 사람이 IOC 위원 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먹칠하는 것이다. 문대성씨는 IOC 위원으로 더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국익에 손해가 되지 않는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의 없는 국익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IOC 위원 한 명이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선수가 탈락하듯이 부정행위를 한 인물은 IOC 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번 달 2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IOC 위원인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이 논문표절이 드러나서 사임했다. IOC는 현재 전 헝가리 대통령의 자격 박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IOC는 17일 "문대성 위원의 표절 혐의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IOC 위원직 자진 반납이 문대성씨에게도 좋은 결정  

 

문대성씨는 IOC에서 자격 박탈을 논의하는 시점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IOC 위원직을 자진 반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것이 정의를 세우는 길이고 우리나라가 국제적 망신을 조금이라도 덜 당하는 길이다. 문대성씨 자신에게도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문대성 위원이 IOC 위원직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결정을 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문대성씨가 부정은 저지르긴 했지만 스스로 용서를 구하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태그:#문대성 표절 , #IOC 위원 반납 , #새누리당, #의원직 박탈 , #국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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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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