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MBC 노조)가 지난달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김 사장이 특정 무용인에게 지속적으로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를 '업무상 배임'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앞서 MBC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법인카드로 6억 9000만 원을 사용했다"며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MBC 노조는 79일 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J씨에게 십 수억 원 특혜 몰아줘...업무상 배임"
MBC 노조는 17일 여의도 MBC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이 MBC 본사와 계열사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무려 7년에 걸쳐 재일교포 여성 무용인 J씨에게 무차별적인 특혜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특혜 지원의 근거로 올해 MBC 창사 51주년 특집으로 기획된 뮤지컬 <이육사>를 들었다. 이 뮤지컬은 무용인 J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가 제작했고, 12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었다. 이 공연에서 J씨는 예술 총 감독과 안무 그리고 주연 여배우 역할을 맡았다.
노조는 이 뮤지컬의 수익성을 문제 삼았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총 11회로 기획된 이 공연의 티켓을 전부 판매해도 벌 수 있는 돈은 4억 4000만 원이었고, MBC 내부 문서에 따르면 예상 티켓 판매율은 14%, 금액으로 환산하면 5500만 원에 그쳤다"면서 "12억 원을 투입해 겨우 5%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공연"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런데도 J씨의 기획사는 제작비로 9억여 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000여만 원을 J씨가 혼자 가져갔다"면서 "결국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J씨가 챙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3월 열린 J씨의 '최승희 100주년' 개인 공연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MBC는 이 공연에 공동 주최로 참여했고, 대기업에서 7000만 원을 협찬 받아 J씨에게 줬다"면서 "그런데 MBC는 그동안 협찬 시 제작비 명목을 따져 돈을 지급했던 전례와 달리, 사용 내역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고, 통상적인 사업성 검토 절차도 생략한 채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J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이 지방 계열사인 울산과 청주 MBC 그리고 본사 사장에 재직하던 지난 7년간 MBC가 J씨에게 협찬금과 출연료를 지원한 사례는 확인된 것만 총 17차례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직접 J씨를 출연시키라고 지시했거나 J씨 기획사에 공연 기획을 맡기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MBC 내부 관계자 증언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회사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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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배임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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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도쿄 특파원을 지낸 90년대 중반부터 J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J씨는 김재철 사장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고향 사천의 전통무용 '가산 오광대'의 전수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김 사장이 J씨 공연에 수차례 직접 찾아가 관람을 하기도 했다"면서 "노조가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기록을 분석한 결과, 결재 시간과 장소가 J씨의 행적과 겹치는 경우를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J씨에게 십 수억 원대의 특혜를 몰아 준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또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통상적인 논의 절차조차 무시했음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뿐 아니라 MBC를 개인 기업처럼 운용한 부도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J씨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사측은 이날 오전 노조 측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지원했을 뿐, 김재철 사장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 사장이 J씨의 공연을 한 차례 관람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장 경영 활동의 일부분"이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