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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제를 모시고 난후 온 가족이 조상님께 잔을 들어 헌주를 올리는 모습
 춘향제를 모시고 난후 온 가족이 조상님께 잔을 들어 헌주를 올리는 모습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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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님 납골묘에서 춘향제를 모시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용산동 선영 우리가족 납골묘에 봉안되신 12분께 기제사를 안모시고 일년에 한번 조상님께 춘향제를 모시는 과정을 기사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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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납골묘에 춘향제를 모시다.

서른세 살 되도록 그렇게 장가가라고 부모가 성화를 해도 안 가고 버티며 애태우던 둘째 아들이 서른네 살 되자 얼마 전 (2012.3.24)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아들 며느리를 데리고 조상님 묘역에 성묘부터 다녀와야겠기에 아이들과 상의해 날을 잡았다. 이날이 마침 부활절이라 우리 가족 6석 식구가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용산동 선영을 찾았다.

그런데 토요일까지도 봄날씨답지 않게 강풍을 동반한 진눈깨비가 세차게 몰아치며 다시 겨울이 오는 것처럼 을씨년스럽던 날씨가 다행히 이날은 포근하다. 그런데도 "선영(先塋)"에 도착 납골묘에 오르니 잠잠하던 날씨가 갑자기 우리 가족 성묘를 시샘하려 심통을 부리는지 세찬 바람으로 돌변, 돗자리를 펼치고 제수 진설하기조차 어렵게 했다.

그렇다고 바람 무서워 준비해온 제수를 펼쳐 조상님께 춘향제 못 올리고 돌아갈 수 없는 일 아닌가? 온 가족이 울타리처럼 바람막아서 어렵게 제수를 진설하고 12분 조상님께 나란히 술을 따라 잔을 올리고 가족 중 예수 믿는 가족은 목례로 나머지 가족들은 재배를 드린다. 그리고 잠시 뒤 조상님께 올렸던 잔을 들어 각 조상님께 헌주를 올린다.

조카와 아들이 제상에 춘향제를 모시기 위하여 진설을 하고 있다.
 조카와 아들이 제상에 춘향제를 모시기 위하여 진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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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모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고 있다.
 제사모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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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이미 10여 년 전 고향 선영(先塋)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용산동) 여러 곳에 조상님 묘소가 매장묘 조성된 것을 4형제가 상의해 조상님 묘를 굴착기로 발굴(개장) 화장해 모셨고 그 유골( 遺骨)을 우리 가족 48기용 납골묘에 안장했다.

그때 일부 종친 어르신들께선 나더러 멀쩡한 조상님 묘 파헤쳐 조상님께 불경스러운 일을 저질렀다며 만류를 하시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매년 여름이면 한번 조상님 묘 벌초할때 하도 녹음이 우거져 어떤 땐 매년 다니는 조상님 묘 찾는 일이 어려워 헤매는가 하면 벌초 작업이 너무 힘들어 훗날 우리 세대가 떠나고 애들끼리 벌초를 할 때 과연 그 많은 조상님 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까 생각하니 아무래도 "강 건너 불" 보듯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조상님 납골묘를 조성하는데 일부 종친 어르신들께서 멀쩡한 조상님 묘 굴착기로 파헤쳐 납골묘에 모신다고 "설왕설래 (說往說來)"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어느 납골묘 성공 모델을 참고해 납골묘를 조성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편으로 나 또한 자칫 무리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조상님께 춘향제를 올리는 모습 서서 있는 가족은 교인이기 때문에 예배를 올리고 있다.
 조상님께 춘향제를 올리는 모습 서서 있는 가족은 교인이기 때문에 예배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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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납골묘 이웃에 잠들어 계신 둘째 작은 아버지 어머님께 절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족 납골묘 이웃에 잠들어 계신 둘째 작은 아버지 어머님께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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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납골묘 조성을 완료하고 나는 이어서 4형제 부부 합의로 조상님 기제사(忌祭祀) 모시는 일을 생략하기 했다.

그리고 대신 매년 청명 한식 "(寒食·淸明)"이 낀 일요일을 정해 우리 집 안 온 가족이 참석해 조상님께 기제사를 대신해 납골묘에서 "춘향제 春香祭"를 모신다. 기제 모실 땐 잘해야 형제끼리 모여 제사를 모시던 남존여비 (男尊女卑)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앞으로 우리 가정 "제례문화"를 선도하게 될 온 가족 (자녀, 며느리)들이 다 함께 12분 조상님께 춘향제를 모시게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지금 당장은 납골묘 조성에 대한 그 효과가 미흡하게 생각이 들지만 우리 4형제 중 두 분 형님께서 수년 전 "작고 (作故)"하셨고 이제 남은 우리 형제 나와 동생이 훗날 이곳 가족 납골묘에 묻히게 될 때면 달랑 내 부모에게만 잔을 올리진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가족이 조성한 납골묘와 개선된 제례 문화는 제례 문화 보다 조상님을 섬기는 "숭조경종 (崇祖敬宗) 충효전가 (忠孝傳家) 종친돈목 (宗親敦睦)" 효(孝) 정신(精神)에 가장 바탕을 둔 바람직한 문화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족 납골묘 아래에 잠들어 계신 막내 작은 아버지 어머님 묘소에 참배를 올리는 가족들
 우리가족 납골묘 아래에 잠들어 계신 막내 작은 아버지 어머님 묘소에 참배를 올리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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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묘에 춘향제를 모신 가족들이 납골묘앞 잔디밭에 모여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다.
 납골묘에 춘향제를 모신 가족들이 납골묘앞 잔디밭에 모여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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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추석이나 명절, 벌초 같은 때 자연스럽게 사촌, 오촌, 육촌지간 유대관계를 이으며 우리의 후손들이 이곳 납골묘에서 만나 화목 (和睦)과 화합 (和合)을 다질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니 10년 전 내가 납골묘 조성할 때 일부 집안 어르신들께서 불경이라 말씀하시며 우려를 표하셨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친족 지간 돈독한 우애'를 나누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흡족하다.

춘향제를 모두 마치고 묘역을 떠나기전 온 가족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춘향제를 모두 마치고 묘역을 떠나기전 온 가족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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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춘향제, #납골묘, #봉안묘, #파평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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