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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광주에서 다시 부산으로 정말 고생하시네요." (최성우 독자)

"버스로 방송한다?" '총선버스 411'(이하 총선버스) 콘셉트를 들었을 때, '아!' 그야말로 <오마이뉴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국을 돌며, 지역 유세현장에서 정치인들을 태우고, 시민의 살아 있는 의견을 담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시민기자로 이 좋은 볼거리를 놓칠 수 없었기에 탑승 제안을 바로 승낙했다.

하지만 막상 저질러 놓고 보니 긴 일정이 마음에 걸렸다. 총선버스는 3월 29일, 30일 서울과 경기 지역을 돌고, 4월 2일부터 5일간 전주, 광주, 부산, 경남지역을 거쳐 4월 9일, 10일 총선 전까지 경기, 서울 지역을 다시 돌기로 되어 있었다. 긴 스케줄도 걱정이었지만 평소 멀미가 심해 버스여행을 잘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멀미와 두통, 산소 부족으로 고통받는 총선버스 스태프들

전국을 돌며 지역 유세현장에서 정치인들을 태우고, 시민들의 살아있는 의견을 담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전국을 돌며 지역 유세현장에서 정치인들을 태우고, 시민들의 살아있는 의견을 담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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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멀미하지 않는 게 신기하네요." (@coollife1020)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서울지역에는 과속방지턱이 참 많다. 45인승 버스 안 스태프도 강한 진동을 느꼈다. 아마 신나는 음악을 틀었으면 스태프들이 흔들 댄스를 추는 것 같았을 거다. 총선버스 첫날부터 멀미 때문에 두통을 호소해 일을 하기 어려웠고, 두통약을 먹고서야 고통은 완화됐다.

멀미 말고도 또 다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산소부족. 창문 하나 없어 통풍되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정해진 산소를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방송팀 최인성 기자의 밝은 얼굴은 순식간에 노래졌다. 나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선잠을 자고 나서야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총선버스 끝나고,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였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언론" (@ora2020)


총선버스 최고 유명인은 일흔 넘은 '버스기사님'


총선버스를 운전한 석계원 기사가 정세균 후보 사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총선버스를 운전한 석계원 기사가 정세균 후보 사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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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버스를 탄 첫날(3월 29일) 나의 역할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과 <오마이뉴스> 페이스북 관리였다.
'찾아가는 SNS 편집국'이라는 타이틀처럼 김혜승 시민기자는 트위터로, 나는 페이스북으로 버스 안 에피소드와 게스트 인터뷰 장면을 찍고, 짧은 글을 올려 생중계 관련 소식을 전달했다.

트위터와는 다르게 페이스북은 반응이 즉각 오지 않아서 긴박함이 떨어졌다. 하지만 '좋아요' 버튼이 빠르게 올라갈 때가 있었다.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릴 때였다. <오마이뉴스> 편집부만큼의 편집 실력에는 훨씬 못 미치겠지만 나름대로 하루 동안 인터뷰나 에피소드 중 몇 개를 뽑아 올리는 일은 꽤 재밌었다.

그중 반응이 빨리 온 사진은 유명한 정치인이나 사회 인사가 아닌 일흔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총선버스를 몰아준 버스 기사였다.

"총선버스 제주도에도 가나요?" (@hyunsky123)

페이스북 말고도 유스트림 생중계 창에 올라온 질문에 답하는 일도 했는데, 독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자기의 지역구도 오냐"는 것과 "자신의 지역구에도 올 수 있느냐"는 거였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이 SNS를 타고 고스란히 총선버스로 전달됐다.

총선버스에 관심을 두고 질문해 주는 독자들께 정말 감사했지만, 곤혹스러운 점도 있었다. 이런 질문은 내가 직접 정할 수 없었기에 총선버스를 총괄하는 장윤선, 황방열 정치팀장에게 수시로 물어야 했다. 탑승 예정 게스트의 스케줄 조정에 정신없는 두 분을 귀찮게 하는 것도 여간 미안한 일이었다.

여성용 비비크림 바른 오 대표... "너무 하얗게 보여요"

4.11 총선 엿새를 앞둔 5일 오전 경남 김해를 찾은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 특별취재팀의 오연호 대표가 생중계 방송을 위해 화장을 하고 있다.
 4.11 총선 엿새를 앞둔 5일 오전 경남 김해를 찾은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 특별취재팀의 오연호 대표가 생중계 방송을 위해 화장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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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표님 얼굴에 화장하셨네요." (ffjubin45)

"그래도 방송인데, 대표님 얼굴에 뭘 좀 하셔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순간 나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역할이 추가되었다. 총선버스는 방송을 위해 그럴싸 한 방송기기들로 무장했지만, 안타깝게 방송인을 위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없었다. 스무 살 초반에는 얼굴에 온갖 화장품을 예쁘게 찍어 바르고 한껏 멋을 냈지만, 지금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았기에 오연호 대표의 얼굴에 화장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내게 대표님의 화면발(?)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됐다.

화장해 주는 첫날, 내 손에는 달랑 비비크림 2호와 붓이 들려 있었다. 참고로 비비크림은 내가 사용하는 여성용이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비크림 중에 가장 어두운 톤으로 조금씩 발라도 얼굴이 하얗게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남성용 비비크림이 따로 있었고, 결국 버스에서 차장 역할을 해 준 고종우 시민기자의 남성용 비비크림을 사용하고서야 자연스러운 피부톤의 화장을 할 수 있었다.

"보시는 분들 언능들 10만 클럽 가입합시다. 자막 나오네요." (jumhana)

시민기자들뿐만 아니라 방송팀 최인성 기자, 모든 기자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유스트림을 통해서 독자 반응을 살피고, 독자의 질문이나 의견을 수용해 회의에 반영했다. 총선버스팀은 이를 토대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갔다.

그 중 하나가 자막기 도입! 총선버스 운행 첫날, 방송을 보는 한 독자가 댓글로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공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아이패드와 트위터, 유스트림을 이용해 실시간 인터뷰 내용과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했는데, 그 이후에는 자막기를 빌려와 생중계 화면에 직접 관련 정보를 띄울 수 있었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외치는 소통, 이것이 바로 소통 아니겠는가!

문제점을 바로 수용하며, 개선하려는 자세를 통해 총선버스는 진화하고 있었다. 바로 진화되는 총선버스를 보니 독자도 좋았겠지만, 일하는 스태프도 즐거웠다.

"저는 이런대도 '투표하지 않는 당신'이 창피합니다." (Ryoo, Jin Ah)‏

열악한 환경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시민 참여

부산 해운대 앞에서 홍보대사를 해주겠다고 한 젊은 커플을 오연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앞에서 홍보대사를 해주겠다고 한 젊은 커플을 오연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 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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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의 소통은 SNS를 통해 계속 이어졌다. 총선버스는 지난 9일 트위터에서 '창피하다'놀이를 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조선일보> 1면 기사에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에 사진을 내걸고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는 보도를 패러디한 것인데, 독자들이 트위터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줬다.

"소신 있게 발언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을 겨냥해 자신의 목소리도 내지도 못하면서 당의 의견만 졸졸 따르는 국회의원들이 한심하고 창피합니다"(EunGee)라는 의견도 있었고, "저조한 투표율을 의식해 투표독려를 하는 투표 안하는 사람이 부끄럽습니다."(KWAN. C Kim) "투표율이 부끄럽습니다. OECD 꼴찌라는 게 이번에는 그 오명을 벗었으면 해요."(본)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에 "김용민 발언 문제, 사찰문제를 비롯한 특정사건을 확대보도하거나 축소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불법사찰이 창피해 죽겠다."(이재욱) "한국 언론이 창피하다.(곽남영) 조선일보가 언론이라 자초하는 게 창피하다."(박종필)는 트윗 의견도 있었다.

"오늘 우리 오마이총선버스 서민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현장 좋아요." (Enoch Kim)

총선버스 인터뷰가 시작되면 기자들이 두드리는 타자 소리가 '퉁탕, 퉁탕' 거리며 점점 볼륨이 올라간다. 기자들은 혼이 빠지도록 기사 송고에 열을 올리고, 방송팀은 흔들거리는 버스에서도 멋진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 대표와 게스트는 방송 장비로 후끈한 스튜디오에서도 열정적인 멘트들을 쏟아낸다.

방송하는 팀과 글을 쓰는 팀들 간에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위한 쪽지가 오고 간다. 하지만 총선버스 스태프 중 누군가 빠졌다. 그건 바로 시민이다. 총선버스의 열악한 환경과 긴 스케줄을 견뎌낼 수 있었던 우리의 원동력은 바로 시민 참여 때문이었다. 게스트 인터뷰가 없는 시간마다 독자님들이 전화를 걸어 우리가 미처 닿지 못한 지역의 총선민심을 전해주기도 했고, 응원의 메시지를 날려줬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는 사찰의 두려움도 뒤로한 채 인터뷰를 해주신 할머니가 계셨고, 전남대학교에서는 안철수 교수 강의를 뒤로한 채 인터뷰에 참여해 준 학생들과 시민도 있었다. 총선버스를 타고 스쳐 지나간 무수한 인연의 끈은 그야말로 총선버스의 원료였다. 지역마다 간식과 음료를 들고 총선버스를 방문해주고 성원해 준 수많은 시민과 독자들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무장될 수 있었다.

"투표율 70%를 넘어 80%까지 갑시다! 불만만 하지 말고 투표로 스트레스 풉다!" (kimpch)

총선버스는 선거전 날까지 계속 달린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들이 온 시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들이 온 시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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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버스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시민은 총선버스를 보며 무엇을 원했던 걸까. 각자가 처한 입장이 다르지만, 그 기반에는 한국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스며있다. 그 일환으로 많은 게스트들이 총선버스를 탑승해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9일 총선버스에 탑승해 "범야권 진보개혁이 과반수를 이루면 빨간 망사 스타킹,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면 다른 쪽에는 파란 망사 스타킹을 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명진 스님은 하루 앞선 8일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빨간 가발을 쓰고 눈썹을 밀고 힙합바지를 입고 개다리춤을 추겠다"는 이색공약을 했다.

우리의 삶이 정치인 한 명 뽑는다고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우리의 삶의 질은 더더욱 바뀌지 않는다. 안철수 교수의 "투표가 밥을 먹여준다"는 발언처럼 투표는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다. 시민기자로서 총선버스에 올라 평소 알지 못했던 후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알지 못한 후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독자의견도 쏟아졌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생각과 청사진을 아는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소중한 권리,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예습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버스는 선거전 날까지 계속 달린다.

10일(오늘) 총선버스는 국회에서 출발해 관악 일대를 돌아 광화문으로 향한다. 광화문의 집중유세 현장을 생중계로 보도한다. 11일 오후 2시부터는 광화문에서 개표방송을 한다.


태그:#총선버스 411, #안철수, #명진스님, #조국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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