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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카트만두의 마하라즈건즈 네팔 대통령궁을 찾았다. 두 달 전에도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이날 행사는 한 해 동안 네팔 문학 예술에 이바지한 작가를 표창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네팔 문학예술협회. 이 협회 인사들은 이미 한국에도 다녀온 적이 있는 이른바 지한파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네팔문화부 차관표창을 받게 된 것도 이들 덕분이었다.

네팔 올해의 화가상을 수상한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이다. 현 네팔 대통령인 람 버란 야덥이 표창장을 수여하기 전 수상자인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에게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있다.
▲ 네팔 올해의 화가상 수상자 네팔 올해의 화가상을 수상한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이다. 현 네팔 대통령인 람 버란 야덥이 표창장을 수여하기 전 수상자인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에게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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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는 나의 지인 두 사람이 표창장을 받았다. 한 사람은 사시 비크람 사하라는 원로 화가로 지난 2006년 한국에도 그림을 전시한 적이 있다. 네팔에서 그의 말 그림은 유명하다. 한국의 현대미술관에도 소장된 그의 별명은 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우 쾌활하고 명랑하여 80세가 넘은 고령에도 그 쾌활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여성작가로 소설과 수필로 유명한 기타 케서리(65·Gita Keshari)다. 두 사람 모두 고령임에도 밝은 표정을 잊지 않았다. 한 분은 쾌활한 청년, 한 분은 정숙한 소녀를 연상하게 한다. 이 성격은 그들의 작품에도 잘 드러나 있다.

행사에 참석한 네팔의 주요문화예술인들이다. 카메라 기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근접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궁에 문화예술인들 행사에 참석한 네팔의 주요문화예술인들이다. 카메라 기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근접 촬영하고 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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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팔은 네팔 정부에서 공인한 '네팔력'으로 연말을 맞고 있다. 이제 열흘 후면 새해를 맞는다. '네팔력'으로 2069년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연말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다. 두 달 만에 다시 대통령궁을 찾으니, 네팔 대통령은 문화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한 문화예술단체의 표창을 굳이 대통령궁에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 보니 정치적 실권을 쥔 총리가 정치적 힘을 쓰는 일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네팔의 정치 제도다. 반면 대통령은 그런 힘이 미치지 못하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오늘은 네팔 대통령 람 버란 야덥이란 인물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네팔의 초대 대통령인 람 버란 야덥은 원래 병원 의사출신이다. 그는 한때 네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고, 네팔왕정과 함께 가장 가까운 정치 집단이었던 네팔콩그레스의 당원이었다. 그는 2008년 왕정이 무너진 후 새로운 법질서가 성립될 시기에 네팔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네팔 초대 대통령으로 임기가 2년이었다.

올해의 네팔 작가상을 수상한 기타 캐서리라는 여성 작가다. 그녀는 7년전 네팔왕정 당시 네팔왕립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문학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다.
▲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올해의 네팔 작가상을 수상한 기타 캐서리라는 여성 작가다. 그녀는 7년전 네팔왕정 당시 네팔왕립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문학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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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네팔은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한 네팔 국회의 헌법 제정이 늦어진 상황. 이 상황에서 현 대통령은 4년여 가까운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특별한 부침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더구나 부패와 뇌물이 일반적이라 할 정도로 부패가 심한 네팔에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청렴함이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경력은 없지만, 그는 청렴함으로 가장 큰 신뢰를 얻고, 한 나라의 헌법기관에서 인정하는 가장 높은 권력 서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그를 만났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번에 만나서는 기념촬영도 했다. 그는 모든 시상식이 끝나고 인사말에서 "문학, 예술에 자신의 정열을 쏟는 사람은 국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여러분이 국가의 격을 높여주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라에서는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빕럽 다깔(45세) 그는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자가 되었는데 인사말 도중 그는 자신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대통령궁에서 나는 두 차례 네팔 시인들의 시낭송을 듣는 행운을 누렸다.
▲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자 빕럽 다깔(45세) 그는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자가 되었는데 인사말 도중 그는 자신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대통령궁에서 나는 두 차례 네팔 시인들의 시낭송을 듣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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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지만 작가로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네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갖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그 실천이 또 다른 평가의 기준이 되겠지만 말이다. 두 번의 대통령궁 방문을 통해 그곳에서 만난 네팔 문화예술인들의 표정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자랑이 무엇인지 느껴졌다.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라는 것을 세상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영적으로 투명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인정받을 곳에서 인정받고 서로 격려해 주는 문화적 실천 구조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통령의 발언이 형식적인 인사말이 아님을 이해하게 했다. 그런 문화적 전통이 네팔화가협회가 자리 잡고 있는 나파(NAPA)에서도 느껴진 일이다. 나파는 과거 왕이 화가들을 위해 헌사한 왕궁이다. 부러운 일이다.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은 여러차례 만남을 가진 인물이다. 선생의 집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네팔에 하나뿐인 국립미술대학에 이어 그는 사립미술대학을 설립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과 우리 부부 사시 비크람 사하 선생은 여러차례 만남을 가진 인물이다. 선생의 집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네팔에 하나뿐인 국립미술대학에 이어 그는 사립미술대학을 설립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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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문화예술인을 자부심으로 느끼는 나라. 그런 나라의 문화예술인이 참 부럽다. 형식적인 예우의 대상이 아닌 실천적인 모습으로 보여서다. 권력서열 1위인 대통령이 원로 예술가에 대하여 극진하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도 부러웠다. 우리의 권력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믿는다. 국가의 격이 경제적으로만 평가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한국은 삽을 들어 강을 파헤치고, 바다의 아름다운 자연을 폭약을 써서 폭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문화예술인들, 심지어 종교인들까지 잡아 가두고 있다. 참담한 현실을 보며 국가의 가난, 국가의 부와 상관없이 과연 가난한 권력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현재의 권력이 얼마나 자주 국격을 말해 왔는지 알고 있다. 국격은 지도자의 입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국격은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권력으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로 결정된다 믿는다. 과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불법사찰로 혼란스런 오늘을 직시하며, 우리가 모두 참된 국격에 대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새겨보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참된 권력, 참된 국격, #네팔 대통령 람 버란 야덥, #사시 비크람 사하, #김형효, #네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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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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