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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날'이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정직한 이들이 하루 정도는 재미삼아 거짓말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크고 무거운 거짓과 거짓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는 그 거짓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한 남자를 만나서 친구 2년, 연애 1년, 결혼한 지는 1년이다. 친구였을 때는 몰랐던 점이 연애할 땐 보였고, 연애할 땐 또 몰랐던 점들을 결혼하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사람들이 종종 연애가 좋은지, 결혼이 좋은지 물어보는데 내 관점에선 의미 없는 물음인 것 같다.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니까.

지금까지의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결혼은 어떤 파트너십 같은 거? 공동체 같은 느낌이 더 크다. 관계가 바뀌니 또 새로운 면들이 튀어나온다. 결혼 후 달라진 게 여러 가지인데 만우절이니, '내 남자'가 했던 이해 할 수 없는 '아이 같은' 거짓말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남자들은 왜 결혼하면 다 어린아이가 되는 걸까? 나보다 3살 많은 이 남자는 결혼 직후에는 동갑이 되더니, 결혼이 무르익자 연하로 둔갑해서 어리광을 부리고, 지금은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서 사춘기 청소년 정도의 나이가 돼 버렸다. 웬만한 성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산만한 덩치에도, 내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이 불편한 진실.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집 앞 술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조으다~ 조으다~
 집 앞 술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조으다~ 조으다~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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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그 남자의 말... "이제 곧 갈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쁜 마음 없는 거짓말이다. 사실 이건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일종의 발뺌과도 흡사한데, 결혼 초기에 내 고민의 8할은 바로 이 말이었다.

"이제 곧 갈게."

결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다투는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의 늦은 음주 문화 때문일 것이다. 결혼했음에도 '총각시절'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어울려 다니면서 밤새 술잔을 기울이는데, 어느 아내가 좋아하겠나.

그래, 나도 100% 쿨한 여자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술에 관대한 편이다. 그 이유는 내가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 술 마시는 이유와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초기에는 '결혼한 남자'와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다투었더랬다.

내가 문제 삼은 단어는 바로 "이제 집에 간다"였다. 결혼 초기에는 이 사람의 생활 습관을 잘 알지 못했고, 그래도 신혼인데라는 마음으로 술자리가 있는 그에게 연락했었다. 회사 마치고 보통 7시쯤 술자리가 시작될 터이니, 1차가 끝나도 2차로 넘어가는 시기인 10시쯤 한 번 연락을 해보는 것이다.

"언제 와? 술자리는 재미있어?"

그러면 백이면 백 대답이 오는 거다.

"어휴.. 별로 재미없어. 이제 곧 갈게."

이런 문자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아, 이제 한두 시간 안에 집에 오겠구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11시 반쯤 되면 한 번 더 문자를 보내보는 거다.

"온다며, 언제 와?"
"어... 이제 진짜 일어나. 금방 갈게."

그러면 확실하게 '아, 이제 집에 진짜 오는구나'라고 생각의 말뚝을 박아버린다. 하지만 12시, 1시가 지나도 깜깜 무소식. '올 시간이 된 거 같은데, 왜 안 오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술을 많이 먹어서 뻗었나?'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슬슬 열이 받는다. 회사 사람들에게 "잡혀 산다"는 소리 들을까봐 문자로만 살짝 물어봤는데, 수화기를 들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시점이다.

"어디야!"
"다 왔어..."

온다는 사람이 한 시간 두 시간 결국 2시가 넘어서야 들어오는 거다. 속이 바짝바짝 타는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들어와서는 애교 작렬이다. 그때부터 목소리 톤이 도레미파솔라라라 '라톤' 정도로 올라가는 거다.

"금방 들어온다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했다. 애초에 늦어질 거 같으면 처음부터 이야기하란 말이다. 처음부터 '1시쯤 들어갈 거야'라고 했으면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고, 기다리지 않으면 내 할 일 하면서 언제 시간이 지나갔나 싶게 1시가 찾아왔을 것이며,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포옹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괜히 10시부터 "온다"는 말 한마디에 기다리게 되고, 기다리게 되니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다 보니까 짜증이 나고, '내가 왜 이렇게 있나' 싶고 기타 등등의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거다.

내가 이렇게 '다다다...' 이야기를 쏟아 놓으면, 신랑은 늘 "그때는 빨리 나올 수 있을 거 같았"단다. 으이그, 이 어린이 같으니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안 되더라. 그리고 그게 자기 의지로 하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그렇게 말이 나와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몇 달 그렇게 하다가 이제는 연락 안 한다. 그리고 내 마음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았다. 미리 이야기했을 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그리고 새벽 1시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자. 그렇게 정해 놓고 나니 마음도 편하고, 그 이상을 넘겼을 시 화를 냈을 때 자기도 잘못을 시인하니 일석이조다.

남자들은 왜 미리 솔직히 말을 안 하지?

어련히 늦게 오시겠지 싶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자기가 먼저 연락 와서 "일찍 갈게"라고 '드립'을 연발할 때가 있다. 그럴 때도 믿지 않는다. 10시에 연락이 오면, '아... 12시는 지나서 오겠구나' 생각하고 있는 거다. 그러다 가끔 일찍 오면 얼마나 깜짝 놀라고 기분 좋은지 모른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이와 유사하다면 유사한, '황당한' 거짓말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신랑이 퇴근하고 난 뒤 영화관 앞에서 저녁 9시에 만나, 간단하게 간식 먹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본인이 그 영화를 너무 보고 싶다며, 주말까지 못 기다리겠다고 정한 영화 데이트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도착 10분 전에 버스 타고 간다며 문자를 보냈다. 그러니 알겠단다. 그리고 내릴 때쯤 전화했다. 내린다고. 그러니 알겠단다. 지금 나간단다. 아무 생각 없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좀 찜찜했다. 분명 빨리 안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밖에 서 있기 춥기도 하고, 결국 집까지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서 "안 내려와? 그럼 내가 집으로 올라가?"라고 전화해도 지금 바로 내려간단다. 결국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문이 확 열리는데, 헉!

진짜 대~~박! 술에 취해서 얼굴이 벌건 신랑이 엘리베이터 앞에 떡 하고 서 있는 거다. 그리고 그 뒤에 후다닥 몸을 숨기는 신랑 회사 직원들의 등이 보였다.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봤나. 퇴근하고 1,2시간이 되지 않는 그 짧은 새에 집에서 사람을 불러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거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술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면, 영화야 예매도 안 했으니 다음에 보면 되는 건데 그런 걸 왜 숨기는 걸까? 물어보니까, 뭐 한 번쯤은 몰래 집에서 술 마시고 싶었다나 어쨌다나? 무슨. 이 말도 안 되는! 화가 나는 게 아니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재차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이런다.

"에이... 완전 범죄가 될 수 있었는데. 술 마시고 치우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막걸리 7병... 이런 주제에 완전범죄라니

이걸 콱! 회사 직원들도 내가 아는 사람이고 같이 얼굴 보고 인사하면 될 것을 입장 곤란하게... 그리고 더 웃긴 건 집에 들어와 봤는데 쓰레기 봉지에는 먹다 버린 닭 뼈가 가득하고, 재활용 상자에는 막걸리병이 무려 7개나 버려져 있는데 완전 범죄라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머쓱했는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단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고 그냥 말을 안 한 거란다. 아... 남자들은 모두가 이토록 단순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같이 사는 남자'만 이렇게 단순한 것일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안 걸릴 수 있었단 것일까. 왜 이렇게 작은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일까. 미리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왜왜왜 그러는 걸까?

 수북하게 쌓인 막걸리의 흔적. 이게 완전 범죄?
 수북하게 쌓인 막걸리의 흔적. 이게 완전 범죄?
ⓒ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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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잠잘 것 같은 벌건 얼굴을 하고 있는데, 영화는 물 건너갔고, 뭔가 허무해져서 소파에 털썩 앉아있는데, 왠지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덩치 큰 아기 키우자고 결혼한 게 아닌데 싶기도 하고 싱숭생숭 했었다. 하지만 또 분위기를 눈치챈 신랑의 애교에 피식하고 풀어져서 집 앞에 술집으로 간단하게 한잔 더 하러 나갔다. 그렇게 또 풀었다.

둘이서 약간 삐죽삐죽해져도, 집 앞에서 간단하게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하다 보면 심각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솔직히 어이없고 조금 맘 상하기도 했는데, 그러려니 생각하면 또 귀엽다. 아직도(?) 신혼이고 이 남자에 대해서 다 알진 못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단단해진다. '이 사람은 내가 아니다.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른 인격체다'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신혼인 것 같다.

살면서 얼마나 더 이 사람의 '어이없음'에 깜짝깜짝 놀라게 될 지 모르지만,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겠지. 아... 그래도 호되게 한 번 복수는 해봐야 하는데 쩝. 기대해요~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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