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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의 '기타리스트_Guitarist'.안무가 이재영이 직접 극중 기타를 연주하며 젊음의 후회와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재영의 '기타리스트_Guitarist'.안무가 이재영이 직접 극중 기타를 연주하며 젊음의 후회와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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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팩 라이징 스타> 두 번째 공연이 지난 3월 24일~25일에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세 작품은 모두 기존의 '춤'이라는 형식보다는 말이나 대화로 시작하여 결국은 춤, 즉 몸짓으로 귀결되면서, 몸의 다채로운 표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주 세명의 안무가의 작품에 비하여 더욱 쉬웠고, 대중에게 춤과 음악이라는 요소로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첫 번째 전성재의 <서른 즈음에>는 음악과의 만남(음악:김성윤)을 보여준 공연으로 청춘의 후회와 아쉬움을 서정적으로 보여줬다. 캐주얼을 입은 6명의 남녀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어 자리를 옮긴 그들은 휘돌고 앉았다, 섰다, 몸을 굽혔다, 펼쳤다 하며 각종 몸짓으로 말을 한다.

여자는 '아쉬움, 향수, 갈색머리띠...'를 남자는'광화문, 제주도..."를 계속 읊조린다. 이내 다시 몸을 펼쳤다 굽혔다 하며 싸우는 듯하더니 '어떤이의 꿈'노래와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자유를 향한 몸사위를 펼친다.

전성재의 '서른 즈음에'. 청춘의 후회와 아쉬움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음악과의 결합이 돋보였다.
 전성재의 '서른 즈음에'. 청춘의 후회와 아쉬움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음악과의 결합이 돋보였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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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추어 일련한 군무를 펼친다. 마치 가요프로의 백스테이지 댄스 같기도 하지만 훨씬 세련됐다. 그러더니 노래는 잦아들고 이들은 그랜드 피아노를 둘러싸고 선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청춘'에 대해 노래한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모든 청춘들의 심금을 울리며 무대는 끝난다.

두 번째 지경민의 < Animate >는 연극연출가(드라마투르기: 윤사비나)와의 만남으로, 어린시절 안무가가 보았던 TV 만화 속 장면과 그때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작품에 비해 무용표현상으로 다소 어려웠다.

처음에 정글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의 소년소녀 합창 음악을 배경으로 흰옷을 입은 느린동작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이어서 음악 없이 더욱 희귀한 자세와 동작으로 일관하던 이들은 의미없어 보이는 앞구르기, 뒷구르기, 긁어주기, 버티기 등등의 몸짓을 보여준다.

그러더니 감미로운 포크송과 함께 더욱 경쾌해졌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자유로운 몸짓은 계속된다. 마치 정글림에 있는 존재한다면 제 3인종 같다. 몸을 긁고, 방방 뛰고, 서로 업었다가, 누구는 난장이가 되고, 누구는 배의 앞쪽 부분을 잡아 세운 채 버틴다. 과연 어떤 의미의 몸짓일까.

전성재의 <서른 즈음에>는 음악과의 만남(음악:김성윤)을 보여준 공연으로 청춘의 후회와 아쉬움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성재의 <서른 즈음에>는 음악과의 만남(음악:김성윤)을 보여준 공연으로 청춘의 후회와 아쉬움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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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악이 보여주는 느림의 미학과 흰 옷, 미니미족 같은 동작들,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 자연의 소리 등이 주는 의미화는 이해가 갈 만하다. 이어서 무척 인상적인 농부와 사자의 옛날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사자가 농부에게 농부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농부는 기지를 발휘하여 가족과 의논하겠다며 하루를 벌고, 자신의 딸이 사자의 발톱과 이빨이 무섭다 했다한다. 사자는 결국 발톱과 송곳니를 다 뽑아주고 농부의 가족들에게 맞아죽었다는 내용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때 무용은 느린 동작의 요가로 정적이다. 이어진 명상음악과 함께 새로운 인생의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엉덩이를 까뒤집어 보이기도 하고, 넷이 둘러앉아 처음의 합창음향에 이들은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무대는 끝난다.

세 번째 무대였던 이원재의 < 기타리스트_Guitarist >는 희곡작가(희곡작가:최원종)와의 만남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처음엔 두 남자와 가운데 여자 사이의 대화가 이어진다. 사실 여자는 별 말없이 남자들 사이에서 마이크만 이동해 준다. 남자들끼리는 마이크를 서로에게 돌려가며 장난도 치고, 기억도 나지 않을 태아 때 어머니와의 추억, 돌잔치의 추억과 자신의 재능에 대해 다짐하는 등 결국은 청춘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생아실에서의 추억은 특히 씁쓸하다. 한 신생아가 '우리집은 부자라서 나의 미래는 밝다'고 하여 주인공은 눈물지었다는 말도 안돼는 설정이지만 무척 공감간다.

이날의 세 개 공연에서 '기타리스트'는 관객들이 제일 많이 웃고 공감했던 무대였다. 무대에 세 곳에 삼각형 모양으로 마이크가 놓여 있다. 이제 여자가 말을 시작하고 어린시절 아프셨던 할아버지를 추억한다. 할아버지는 다섯살 그녀에게 '너만 보면 안 아파'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생각했다.

이들 셋은 무대를 삼각형으로 뛰어다니며 '사랑이란 잡을 수 없는', '꿈이라는 견딜 수 없는'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다 쓰러진다. 여자는 반복되는 기타 사운드와 함께 '나는 초능력자'라고 외친다. 이때의 사운드의 반복성과 몸동작의 반복성은 자유를 향한 반복성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그녀에게 쥐어준 장난감 마이크는 꿈이다.

안무가 이재영의 '기타리스트'중.안무가 이재영이 직접 출연하며 기타를 들고 젊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안무가 이재영의 '기타리스트'중.안무가 이재영이 직접 출연하며 기타를 들고 젊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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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대사는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다. 젊은이들은 계속 백수로 살 순 없으니 우유배달이라도 해야겠는데 한 가지 문제는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어서 그들이 내뱉은 '초능력자'라는 말과 비트박스가 실시간 녹음되어 나오고, 이들은 자유를 향한 몸짓을 하느라 여념없다. 마지막으로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이 들려주는 '내게 일시키지마, 내게 다가오지마, 내버려둬'라는 노래는 무척 통쾌하면서도 우울하다. 인생의 비애와 슬픔이 느껴진다.

젊은 안무가들의 새로운 에너지와 형식을 느낄 수 있었던 이날 공연에선 젊음에의 방황과 존재에의 질문 등 인생의 근본문제를 다양한 무용형태로 체험할 수 있었다. 3월 16일~17일 공연과 23~24일 공연에서 6명의 젊은 안무가와 함께 새로운 몸짓을 느낄 수 있었던 <2012 한팩 라이징 스타>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한팩라이징스타, #안은미, #아르코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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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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