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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2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이런 후보에게 서울을 맡기면 좌파 시민단체에 끌려 다니다가 서울시 행정이 마비될 것(이며),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은 반미 집회의 아지트가 되고, 무엇보다 휴전선으로부터 30km 떨어진 서울의 안보는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은 한 간담회에서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대표의 이 예언이 조금이라도 맞아떨어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서울시장 사퇴 요구가 빗발쳤을 것이고 가스통을 든 사람들이 시청을 가득 메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시장 취임 5개월이 지났건만, 보수 언론인 조중동을 포함한 어떤 언론에도 이 예언을 뒷받침할 만한 기사는 실리지 않았다.

 

요즘, 앞서 언급된 홍준표 전 대표의 발언보다 더 거친 발언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이가 있다. 바로 조윤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다. 조 대변인은 지난 26일 서울 관악을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언급하며 "김일성의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그런 분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대거 입성해서…"라고 논평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념 논쟁이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전으로 가열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지난 23일 대구를 찾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민생을 좇는 새누리당이냐, 이념을 좇는 야당의 선택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며 "지금 우리 국민들 얼마나 어렵고 힘든가, 그런데 지금 민생에 집중할 생각보다는 잘못된 이념에 빠져서 FTA를 폐기하고, 해군기지를 백지화하고, 재벌을 해체하고, 한·미동맹을 해체하겠다는 세력이 국회를 장악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한 국회가 국민 삶을 돌볼 수 있겠는가"라고 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념정당과 민생정당이라니, 어떻게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새누리당 정당 강령은 대체 이념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박근혜 위원장은 이념과 민생을 갈라놓고 야당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박 위원장이 챙겨야할 것은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재래시장 행보, 이율배반적

 

새누리당은 쇄신하겠다는 약속은 잊은 채 야당에 대한 좌파 낙인찍기에 몰두하는 것도 모자라, 한미FTA에 찬성하고 재벌개혁에 반대하는 등 서민들이 바라는 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음에도 연일 재래시장을 방문해 표를 호소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번 서민경제를 언급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가장 먼저 각인해야 할 것은 서민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린 것이 이명박 정부였고, 박 위원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한 재래시장을 찾아 대형마트의 진입을 걱정하는 시장상인들에게 인터넷 직거래를 권했고, 이런 이명박식 민생 챙기기는 씁쓸함만 남겼다. 만약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면, 색깔론을 내세울 게 아니라 먼저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박근혜 위원장의 요즘 보이는 행보에선 진정성보단 표를 모으기 위한 얄팍한 술수밖에 안 보인다. 특히 야당들이 내놓은 많은 정책들에 단순히 빨강색을 칠해, 좌파로 몰아붙이는 모습에선 실망감마저 느낀다. 특히 한미FTA 재협상 요구를 어떻게 민생을 져버린 이념적 공약이라 단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비교를 해보자.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내놓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4대강 사업을 하면 일자리가 34만 개 늘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한 해 동안 4대강 사업에 6조 4000억 원을 쏟아 붓고도 늘어난 일자리는 1222개에 불과하다(2010년 10월 최영희 민주당 의원 발표 자료). 아울러 정권의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30대 대기업들은 인원을 늘리기는커녕 줄였다.

 

현실이 이런데 "한미FTA 발효 후 향후 10년간 일자리 35만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지난해 8월, KDI 등 10개 국책연구기관 이 발표한 결과를 어떻게 의심 없이 믿으란 말인가. 경쟁력 잃은 분야에서 폐업이 늘어나 오히려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주장과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아야 된다는 주장 중 과연 어떤 것이 이념을 앞세운 논리인지, 새누리당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좌회전 표시등 켜고 우회전 하는 새누리당

 

더불어 재벌해체 주장이 과연 이념적인 것인가, 새누리당에 되묻는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30대 재벌들이 전체 상장기업의 총자산 55% 매출액의 67% 당기순이익이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의 경우 매출액의 86%를 30대 재벌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지금도 외치고 있는 고용과 소득안정, 일자리 창출이 대기업의 탐욕을 제어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지 박근혜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엔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내건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이나 순환출자 금지조항 등이 빠져있지만,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는 조함이 포함돼 있어 큰 틀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이나 순환출자, 금산분리를 주장하면 이념 좇는 공약이고 그렇지 않으면 경제민주화 공약이라 건지... 그들의 주장이 억지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산토끼(민심)과 집토끼(재벌과 보수세력)를 둘 다 잡아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절박함을 모르진 않지만, 좌회전 방향 표시등을 켜고 우회전을 하는 난폭운전을 하다간, 좋지 않은 모습만 보이게 될 것이다. 야당의 한미FTA 재협상이나 재벌해체 요구가 터무니없다고 날을 세우기에 앞서 한미FTA로 어떻게 일자리 35만 개를 만들 것인지, 재벌 해체를 하지 않고 어떻게 빈부격차를 줄이고 재래상권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기 바란다.

 

새누리당은 도로 한나라당을 꿈꾸는가

 

친박계 좌장역할을 했던 김무성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당 잔류를 선언한 이유는 우파 정권의 재창출이었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도 올바르고 참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불출마하고 당에 남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까지 입에 올렸던 다수 인사들이 당에 잔류할 것임을 선언했다. "종북좌파 세력들에게 정권이 넘어가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백의종군을 결정하게 됐다"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처럼 우파 정권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좌파에게 정권을 내어 주지 않겠다, 우파 정권을 재창출 하겠다는 이들의 항변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실정, 부패를 극복할 수 있는 우파 정권을 추구한다면 대선의 승패를 넘어서서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세우겠다는 우파 정권이, 그 정권의 산파 역할을 할 새누리당이 번번이 일삼던 마녀사냥을 그만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조윤선 대변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발언들은 지난해 1월 "민주당이 전국 돌아다니면서 장외투쟁을 해 구제역이 확산됐다(당시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던 구 한나라당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앞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이 과연 실현 가능할 것인가란 의문은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짙어진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등장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이 퇴장하자마자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27일 KBS 라디오 연설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주장했다.

 

이미 서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4년간 지속했던 '부동산 살리기'덕에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사회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전셋값 폭등과 하우스푸어의 급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누리당은 18대 총선 뉴타운 정책이 그리운지 또 다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FTA 타결을 위해 상생법 상정을 가로 막았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MB 노믹스 전도사로 불리는 나성린 의원, 비례대표 10번 이만우 교수, 감세주의자 유일호 의원 등 서민과는 동떨어진 사람들로 채워진 새누리당에서 어떤 방법으로 대형마트 진출을 막고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조기 두름을 들고 민생 안정을 약속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모습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서민을 살리겠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나만이 아닌 것 같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시장 상인들의 손을 잡는 미소 띤 박근혜 위원장 얼굴 뒤에 우뚝 서 있는 MB노믹스의 그림자를 보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태그:#19대 총선, #박근혜,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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