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6일 오후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에 참석한 노동자들.
 26일 오후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에 참석한 노동자들.
ⓒ 김경훈

관련사진보기


"오늘로 투쟁을 시작한 지 1558일째다. 앞으로 여기에 얼마만큼의 숫자를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000일이 지나든, 2000일이 지나든 우리 권리를 대변할 노동조합 없이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유명자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

희망광장 17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6시부터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인근은 부산했다. 빨간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풍물을 하며 선전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선전전의 목적은 오후 7시에 있을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를 알리기 위한 것.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에는 단체협약 원상복구와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내걸고 장기 투쟁 중인 재능교육 노동자,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하는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 100여 명이 모였다.

"복직 가능성 없다, 하지만 계속 싸운다"

"1000일은 넘게 투쟁해야 여기서 발언할 수 있는 것 같다"는 박근서 3M 지회장의 농담 아닌 농담처럼 이날 문화제에는 코오롱, 기아차, 콜텍, 전북고속 등 많은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가 함께했다.

8년 넘게 투쟁 중인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이 "복직 가능성 없지만 계속 싸우는 것은 다른 건 몰라도 코오롱에서 정리해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최 위원장이 이어 재능교육 투쟁에 동참했다가 3년 동안 재판을 받고, 벌금을 내고도 다시 이날 문화제에 함께한 한 조합원 이야기를 하며 "생계비도 없으면서 이런 위험을 각오하면서 싸우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서 3M 지회장은 "사업장은 다르지만 해고자의 입장은 같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천만 노동자가 재능교육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며 재능교육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나도 월급 받아서..."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였다고 해서 이날 분위기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희망광장 팀의 플래시 몹, 민중가수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앙코르를 유도하기도 전에 열성적으로 앙코르를 외치는 집회 참석자들도 있었다. 남상훈 전북버스 지회장은 발언 도중 노래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개능교육 노동자들이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를 패러디한 콩트를 공연하고 있다.
 개능교육 노동자들이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를 패러디한 콩트를 공연하고 있다.
ⓒ 김경훈

관련사진보기



특히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코너를 패러디해 재능교육의 부정영업, 노조 탄압 등을 비판하는 콩트를 선보이자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조합원이지만 내가 수업을 안 했냐, 뭘 안 했냐"면서 "시상으로 해외여행도 갔다 왔다"며 자랑을 늘어놓고, "이 정도 외모면 조합원이라도 해고 시키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라고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장면에서는 박장대소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한 달 내내 일하고 월급 560원을 받은 김소영(28·가명)의 이야기를 전하자 이내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560원으로 뭐할까? 껌 값도 1000원인데. 한 달 일한 월급으로 월말에 회비대납하고 깡소주로 쓰린 가슴 달래고…"

지난해 <한겨레> 3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실적 유지를 위해 유령회원과 학습지를 끊은 회원의 회비까지 교사가 대납하도록 강요했고, 김씨는 이를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뒀다. 그가 받아야 할 돈은 120여만 원이었지만 유령회원과 회사를 그만두며 학습지를 끊는 회원들 돈을 대납하느라 대부분 공제됐고, 그녀가 받은 '수수료 명세서'에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귀하가 받으실 금액은 560원입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콩트를 하던 노동자는 결국 "나도 월급 받아서...가끔 소갈비도 먹고, 예쁜 옷도 사 입고, 노후연금도 붓고 그렇게 살고 싶어"라고 말하며 울먹거렸다.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준비된 발언과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재능교육을 포위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길게 이어 재능교육 본사를 둘러싸고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길게 이은 천으로 재능교육 본사를 둘러싸고, 재능교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재능교육을 포위하라!" 문화제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길게 이은 천으로 재능교육 본사를 둘러싸고, 재능교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경훈

관련사진보기



2007년 12월에 시작한 재능교육 투쟁이 어느덧 1600일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재능교육은 여전히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다!"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재능교육 본사를 넘어 전국 곳곳의 재능교육을 포위하는 투쟁을 만들자"는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의 말은 실현될 수 있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