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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어 중에 "어렵지 않아요~"가 있다. 지난 20일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기자회견이 딱 그꼴이다.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을 유행어에 적용해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민간인 사찰하고 입 막는 거, 그거 어렵지 않아요~. 먼저 대포폰 사용 등 온갖 불법으로 사찰한 후, 조용히 있으면 돼요~. 만약 알려지면 증거 및 자료를 없애면 돼요. 또 없애면 돼요. 혹시 모르니 담당 주무관에게 입막음용 돈 몇 억 원과 다른 공무원 자리 제공해주고 꼬리 자르면 돼요~. 그래도 안 되면 한참 뒤에 최종 윗선과 뒤처리 조율을 마치세요. 이후 실무 윗선에서 역정을 내면서 억울하다고 울먹이며 '또 정치공작'이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기자회견을 하면 돼요~. 보세요~. 민간인 불법사찰 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딱 여기까지다. 누가 봐도 몸통이 아닌데 본인이 몸통이라며 난리를 쳤다. 이게 지금 청와대 권력의 현주소이다. 권력의 사유화를 여실히 보여준 꼴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자르려고 했던 꼬리 담당 주무관이 평생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양심선언을 했다. 견제 받지 못하는 권력이 이제 심판을 받을 때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한 이명박 정권의 권력의 사유화. 참 염치도 없다. 너무도 막 나간다. 검찰, 언론 등 견제할 곳도 없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다. 공공성 확대를 위해 공정한 힘을 행사해야 할 권력이 어느덧 사적 '권력 프렌드리'가 돼버렸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런게 한 둘이 아니다. 행정, 사법부의 사유화, 견제기관 검찰, 언론사 등 사유화, 4대강, 용산, 제주 강정 등 위법 행위와 경찰의 폭력, 10.26 선관위 부정 선거, 내곡동 사저, 저축은행과 이국철 게이트, 형님, 영부인, 아들, 사위, 조카, 사돈 등 온갖 친인척 비리에 최시중, 박희태 등 측근 비리까지 너무 많아 나열하기도 힘들다.

우선, 이번 4.11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자. 국민을 섬기고 봉사한다고 말하던 권력, 새누리당의 거짓이 드러났으니 다시 이 권력에게 정당성을 주지 말자. 간판은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나, 결국 '이명박근혜 정책'이 나돌듯이 또 다시 속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심판만으로는 권력의 사유화를 모두 막을 수 없다. 일회성 정치참여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권력은 어떠한 경우건 견제돼야 하고 균형을 이뤄야 하며 오로지 시민을 위해서만 작동돼야만 한다. 권력의 사유화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위협이다."

결국 권력에 대한 시민의 통제가 상시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아래로부터의 이해와 요구, 즉 시민 및 민중권력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권력의 사유화를 감시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자, 보자.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몇 달 사이에 새로운 정당들이 나타났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녹색당, 청년당 등 다양하다. 앞에 세 당은 기존 정당에서 새 옷을 입은 곳이다. 강령에 국민행복, 복지를 강조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민주통합당, 정권심판을 위해 진보정치연대를 강조한 통합진보당. 이들이 왜 이름도 정책도 바꾸고 전반적으로 좌클릭을 했을까. 결국 지금의 현실, 양극화 시대 속에서의 경제민주화 해결이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고, 이것이 표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지형 변화의 핵심과 동력은 여전히 시민, 민중에게 있다는 것임을 2012년 3월에 우리는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대의제로 대표되는 정당정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차별화된 각 정당의 정책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투표하는 정치행위도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에 한국 정당정치의 작동기제가 이렇지 못하다보니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당정치 대의제와 함께 시민, 민중들이 권력을 더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번 4.11 총선에서 권력의 사유화를 행했던 정치조직을 철저히 심판하자. 그리고 권력의 사유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시민권력 확대를 고민하자. 풀뿌리운동과 시민운동의 확대, 선거 추첨제, 주민, 국민 발의, 권력감시 시민기구 확장, 민관 거버넌스 협력 확대 등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시작하자. 시민권력의 확대, 이게 진짜 권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현정씨는 현재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민간인 불법사찰, #권엵의 사유화, #4.11총선, #정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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