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T공대위는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 논란 관련 이석채 KT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KT공대위는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 논란 관련 이석채 KT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이석채 회장은 즉각 퇴진하라!"

이석채 KT 회장 연임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연임을 확정할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기죄로 고발당한 것이다.  

'KT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 공공성 확보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양한웅 허영구, 아래 KT공대위)는 15일 오전 11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과정에서 '무늬만 국제전화'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앞서 KBS <추적60분>, <한겨레> 등 언론 보도를 통해 KT 7대 경관 투표는 투표 결과만 해외 서버에 전송했을 뿐 상대국 교환기와 직접 연결되는 일반적 '국제전화'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KT는 '투표 통계 서버를 해외에 구축한 국제전화 방식의 투표시스템'이라며 '국제전화'가 맞다고 주장한다.

결국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와 검찰 수사에 달린 상황이다. 누리꾼의 의혹 제기로 시작해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KT '무늬만 국제전화' 논란의 의문점들을 짚어봤다.

[의문점 #①] KT는 왜 001을 못 버렸나

이번 사건의 발단은 KT가 지난해 4월 자체 투표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이 들어간 기존 단축번호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7대경관 투표사업 지정통신사업자인 KT가 2010년 12월 투표번호 '001-1588-7715'를 적용할 당시만 해도 영국으로 연결되는 국제전화(010-44-758-900-1290) 단축번호가 맞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국가별 투표시스템을 도입해 '001'을 쓸 이유가 사라졌지만 KT는 기존 번호를 유지한다. KT는 "기존 투표번호가 TV, 신문 등 광고매체를 통해 널리 인식돼 변경시 인쇄물 교체, 재광고 등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당시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와 제주도에서도 기존 번호를 유지해 달라고 KT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 통화가 아닌 ARS와 SMS를 통한 문자 투표 방식이라 해도 국내 전화에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한국처럼 '내셔널 보팅(국내 투표)' 방식을 도입한 나라 가운데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쓰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에 KT는 001 사용 명분을 얻으려고 국내에 있어도 될 투표 통계 서버를 비싼 비용까지 감수하며 해외에 구축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KT는 이를 '국내외 최초로 개발한 국제전화방식 투표시스템'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001'만 포기했어도 될 일에 무리수를 둬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001은 엄밀히 국가번호 앞에 사용해야 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최근 KT를 상대로 사실 관계 조사에 나선 방통위 관계자는 "001을 국가번호 없이 쓰는 게 문제가 없는지부터 실질적 피해를 끼쳤는지, 국제전화 개념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고 KT도 조사에 협조적"이라면서도 구체적 입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의문점 #②] '국제전화투표'는 국제전화인가 국내전화인가

KT는 지난 13일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7대경관 전화투표는 사실상 국내전화'란 표현에 발끈했다. 일반적인 국제 전화처럼 상대국 교환기를 거치진 않지만 해외에 있는 투표서버와 국제전용회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내전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KT는 최근 제주도 출입기자들에게만 뿌린 반박 자료에서 "국제전화는 국가간 사람과 사람이 직접 장시간 대화하는 방식이지만 국제전화 투표방식은 사람이 해외에 설치된 서버에 국제망을 통하여 짧은 시간에 데이터 투표를 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사람간 통화가 아니라 서버에 일방향 투표하는 것이어서 굳이 상대국 교환기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국제전화 통화호는 양방향이어야 과금할 수 있는데 데이터를 일방향으로 전달했다는 얘기는 전화 가입자가 발생시킨 통화호가 국내 소재 KT국제지능망교환기에서 일단 끝나고 투표 통계 데이터만 해외에 있는 투표 서버로 전달됐다는 의미"라면서 "결국 7대 경관 투표는 국내 전화망에서 종료 처리가 됐고 그 결과만 해외 서버로 데이터 전송된 것이어서 국제전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KT에서 주장하는 투표 서버가 실제 해외에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KT는 '인접국'이라고만 밝힐 뿐 뉴세븐원더스재단과의 계약을 내세워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해관 위원장은 "서버 위치는 IP(인터넷 프로토콜)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과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4월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와이브로사업 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과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4월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와이브로사업 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의문점 #③] 국제전화투표 요금보다 더 비싼 까닭

7대 경관 전화 투표가 국제전화냐 아니냐는 문제는 전화요금 문제와 직결된다. 올해 들어 정보공개청구로 드러난 제주도 행정 전화비만 211억 원에 이른다. 혈세 낭비 논란이 확산되자 KT는 지난 2월 '이익금' 41억6000만 원을 제주도에 돌려주기로 했다.

KT공대위는 이번 고발장에서 전화요금을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렸고 문자투표 요금도 국제문자메시지 요금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해 50억 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KT 지능망 서비스와 국제전화 이용 약관에 따르면 전화투표 서비스 통화료는 180초마다 50원, 국제 SMS 서비스 표준 요금은 건당 100원으로 나와 있다.

이에 KT 홍보팀 관계자는 "범용 서비스와 달리 제주 국제전화투표는 시스템 개발과 별도 서버 구축에 추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도 구체적 비용 구조는 뉴세븐원더스재단과의 계약을 내세워 공개하지 않았다.

KT는 오히려 2010년 12월 단축번호 적용 당시 건당 1400원이던 요금을 180원으로 낮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자체 시스템 도입 이전 종량제 적용시 투표시간 70~90초 기준 144~180원 정도(10초당 18원)였던 데 비하면 인상된 것이다.

KT는 이미 전화투표 이익금을 모두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KT공대위는 '국제전화'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비싼 요금을 감수했음을 감안할 때 책임을 벗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KT공대위 "이석채 회장 해임 요구"... 우근민 지사 "새 노조 힘 키우기"   

KT공대위는 이날 검찰 고발에 이어 다음날(16일) 오전 열리는 KT 주주총회에서 이석채 회장 해임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회장이 법령을 위반하면 해임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원래 이사회를 거쳐야 하지만 내일 주총에서 주주 특별 결의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제주도내 시민환경단체까지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KT와 제주도는 이번 논란을 '새 노조의 힘을 키우려는 행동'으로 일축했다.

<연합뉴스>,<시사제주> 등 제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4일 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도정 당면 현안 교육에서 "KT에 확인해보니 7대 경관 캠페인 투표 전화는 국제전화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KT에 왜 이렇게 잡음이 생기냐고 물어보니 새로 생긴 노조가 힘을 기르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태그:#KT, #이석채, #세계7대자연경관, #국제전화, #제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