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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저는 최근 한 달여 사이에 김진표 아웃, 민주당 혁신, 경제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쳐왔습니다. 민심의 뜨거운 호응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많은 분들의 호소에도 김진표는 아웃되지 않았고, 민주당 혁신도,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공천 물갈이도 크게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제 총선이 한 달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외쳐온 주장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힐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내가 김진표 아웃과 경제 권력 교체를 외치는 이유

 

저는 올 초 녹음했던 팟캐스트 <나꼽살> 9회에서 올해 제 소망을 말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집값, 땅값 대신에 사람값이 올라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정치권력 교체뿐만 아니라 경제 권력까지 교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민생경제 악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그 추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출간한 <문제는 경제다>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듯이 한국의 사회경제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권교체는 해봤어도, 재벌과 토건으로 표상되는 경제 권력 교체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삼성 등 재벌들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 사법기관, 국세청을 매수했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외피 속에서 대다수 국민의 의사와 이해에 반하는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경제정책의 수장들이나 핵심 참모들은 대부분 '삼성장학생'이나 낡은 개발연대의 관주도 방식에 익숙한 모피아 및 토건족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민생경제를 개혁해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은 재벌중심의 경제 권력을 교체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김진표 원내대표의 사퇴에 이어 낙천·낙선을 주장해온 것도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를 주도해 재벌개혁을 포기했고,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였으며, 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를 사회주의적 조치라고 매도했고,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습니다. 교육부총리로서 국립대 법인화 그리고 마침내 한미FTA 추진을 적극 주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로서 그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과 합의했고, 미FTA 비준과 관련해서도 여당과 합의문을 작성하였으며,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포기한 채 국회 등원을 주도했습니다.

 

이런 반서민 친재벌 정책을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주도한 사람이 민주당의 경제정책통이고, 직책상 당내 2인자격인 원내대표이며, 바로 모피아 정치인의 핵심인 김진표 의원입니다. 만약 김진표 의원으로 대표되는 모피아 정치인들과 이들에 의존하는 정치인들로 민주당이 다시 채워진다면 경제 권력 교체는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이 민심을 수용해 김진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김진표 의원은 공천됐고, 이제 총선일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김진표 의원의 낙선을 기대합니다. '그래도 새누리당 의원이 되는 것보다는 김진표가 낫지 않겠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김진표 의원이 최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당장 김진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서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생겨난 가계부채 문제와 재벌독점 강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위축, 사립대 등록금 방치로 인한 학부모와 청년세대의 고통을 생각해 보십시오. 잘못된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함으로써 투기자본에 빼앗기는 4조 원대 이상의 국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로 인한 해악은 너무나 큰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19대에 입성해 말로는 개혁을 내걸면서도 실제로는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민주당을 이끌고 가는 것이 국민에 미치는 피해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김진표 낙선운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만약 김진표 의원이 이번에 당선된다면 저는 19대 국회에서도 그가 중책을 맡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가열찬 비판을 지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향후에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데 치중할 생각입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수도권 모피아와 토건족들의 핵심인 정몽준, 홍준표, 구상찬, 서장은, 이종구 등에 대해서는 집중 낙선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반면 유종일, 최재천, 정동영, 이종걸, 천정배, 노회찬, 심상정, 이정희 의원 등에 대해서는 집중 당선운동을 펼칠 생각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제가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고,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원내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녹색당과 청년당, 진보신당 등의 선전도 기원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며칠 전 과거 금융감독원에서 일했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삼성생명 상장에 반대했다가 상부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분은 "삼성생명 상장을 반대하니 온갖 곳에서 압력이 오더라"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렇게 쫓겨나다시피 나온 뒤로 그는 "세상을 자꾸 냉소적으로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책도 정책이지만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정책 잘 만들어 놔봐야 관료나 위정자가 악용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소망은 "빨리 돈을 벌어서 재벌에 놀아나지 않는 학자나 법조인, 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들을 후원하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증언하듯이 지금 이 나라는 곳곳이 재벌들에 장악돼 손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여야 정치권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담 마크맨을 두어 평소에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경제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도 해소하지 못했는데, 재벌독식구조로 서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몰아닥치게 됩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야권도 그 절박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 때까지 '경제 권력 교체'를 외칠 것입니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경제 권력 교체를 병행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10년 후 멕시코형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제발 저의 진심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빌게이츠는 그 유명한 '창조적 자본주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 직접 이 연설을 들으며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 마음 그대로 '불평등에 맞서는 활동가'로서 앞으로도 저는 살아갈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선대인, #김진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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