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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양축은 정치권과 유권자인데, 매번 선거 때마다 유권자는 변방에 위치합니다. 유권자가 언론에 주목을 받는 날은 단 하루, 선거 당일 대부분 언론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며 도덕 교과서적인 요구를 할 뿐, 치열한 선거과정에 유권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출마 예정자 예측, 예비후보 등록, 출판 기념회, 정당 공천과정, 경선 방법, 공천심사, 공천 갈등, 재심의 요청, 탈당, 후보 등록, 후보 동정' 등. 대부분 언론 보도가 '정치일정 및 공천과정'중심으로 보도됩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의 또 다른 주요한 축인 유권자는 정치권의 공천과정에 넋놓고 있다가(물론 누가 공천되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특히 2012년 총선처럼 기성 정치인의 물갈이, 야권단일화 등 굵직한 흐름 속에서 생존한 후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 투표장으로 가야 할 날이 밝아 오게 되는 것입니다.

영남일보> 2012년 3월 12일자 3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12일자 3면
▲ 영남일보> 2012년 3월 12일자 3면 영남일보> 2012년 3월 12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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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선거의 끝"이라는 공식이 작용했던 기존 대구경북권의 경우, 공천과정에 너무 진을 뺀 언론은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사회 주요이슈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 등을 확인하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선거란 쟁점이 있어야 흥행된다는 사실을 감안, 언론은 개념도 모호한 무리한 '쟁점(?)'을 만들어 독자들을 판단 기준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토종TK'와 '서울TK'론, 애매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종TK'와 '서울TK'론인데요. 자료를 검색해봤더니 '토종TK'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한 것은 <영남일보>입니다. 지난해 5월 11일 <TK뉴리더 발굴 육성하자> 시리즈를 통해 "무늬만 TK인 노쇠한 지도층에 대한 비판"과 "일 잘하는 토종 리더 육성"을 주장했고, 같은 해 9월 10일 <TK 추석민심 '뉴리더'를 갈구하나>에서 "무늬만 TK 아닌 토종 TK 발굴이 관건"이라는 화두를 1면에 편집합니다.

 <영남일보> 2011년 5월 11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5월 11일자 1면
▲ <영남일보> 2011년 5월 11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5월 1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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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2011년 9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9월 10일자 1면
▲ <영남일보> 2011년 9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9월 10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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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매일신문>이 2012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활동 지역별 TK 후보 선호도'를 조사하면서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토착TK' 후보를 선택한 비율이 69.9%, 서울TK 후보 13.0%, 무응답 17.1%라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의원 또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예비후보들이 출마하면서 자신들이 '토종TK'라고 규정했고, 이들의 공천 탈락에 대해 지역언론은 '토종TK' 홀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매일신문  2012년 1월 2일자 5면 매일신문  2012년 1월 2일자 5면
▲ 매일신문 2012년 1월 2일자 5면 매일신문 2012년 1월 2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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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TK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영남일보>는 1월 28일 사설을 통해 '토종TK의 조건은 인물과 정책 두가지 측면에서 판단'된다며 "인물론은 어디에 살든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했고, 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요체이며, 정책은 대구경북 현안을 토대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보따리를 제대로 풀어놓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과 정책에서 토종TK의 요건이 갖춰졌다면 이를 완성시키는 것이 유권자의 몫이라고 밝힌 <영남일보>는 "대선을 들먹이는 선거공학에 매달리거나 명망가에 기대는 후보, 지역감정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이들이 바로 토종 TK의 적임을 명시하라"고 강조한 후 "토종TK는 유권자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영남일보> 2012년 1월 28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2년 1월 28일자 사설
▲ <영남일보> 2012년 1월 28일자 사설 <영남일보> 2012년 1월 28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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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되십니까? 간단하게 요약하면 TK지역 유권자는 후보를 선택할 때 TK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TK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예정인지를 판단하라는 것인데, 판단 기준이 너무 협소하지 않습니까?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한 및 활동을 보면 ▲ 입법 ▲ 재정 ▲ 일반 국정 ▲ 외교 영역으로 구분해놓고 있으며 국회의원이 이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역언론이 화두로 삼고 있는 '토종TK'론을 여기에 대입해보면,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TK 관점에서 입법, 재정, 국정, 외교와 관련된 일을 하라는 것이고, 유권자는 그런 활동을 했거나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을 선택하라는 것인데, 이게 '뭔가요~'.

조금 더 쉽게 풀어보면 국회의원의 경우 TK를 중심으로 입법활동을 하고, TK를 중심으로 예산을 조정하며, TK가 중심이 되는 국정 운영, TK 관점에서 외교력을 행사하거나 그렇게 하겠다는 후보를 뽑으라는 것인데.

물론 지난 4년간 대구경북권 국회의원들이 신공항 등 지역과 관련된 주요활동에서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에서 이런 화두가 제시된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지역 출신 TK의원이 국회에서 지역만을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즉 선거 흥행을 위해 쟁점으로 만들어 놓은 기준이,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기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즉 '기준이 기준이 될 수 없는 스스로 모순'을 언론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1면
▲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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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대로 표심을 행사했을 경우 TK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지역 중 하나가 아니라 'TK 독립공화국'으로써 '왕따'되는 상황을 언론이 유도하고 계신 것입니다. 아니면 과거 군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TK 주도의 공화국'을 만들자고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계신 거에요.

<영남일보>는 사설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이들이 바로 토종TK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TK 유권자를 '토종TK의 적'으로 몰아가고 계신 것 아닌가요? 참으로 애매합니다.

유권자 중심에서 대구경북 공천확정자 평가했더니

매번 선거때가 되면 수많은 토론회에서 '유권자 중심 보도'를 언론에 요구합니다. 학계에서 제안된 후 선거때마다 인용되는 '유권자 중심 보도'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후보자의 인기보도에서 후보자 적격성보도로 ▲ 선거운동전략 보도에서 후보자의 제안이나 해결방안의 보도 ▲ 후보자 경쟁 상황에 대한 여론조사 보도에서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보도로 ▲ 후보자들이 제시한 의제에서 시민들이 제시한 의제보도로 ▲ 개별적 이슈보도에서 상호 연관된 이슈보도로 ▲ 후보자 개인적 행태보도에서 당면이슈와 연관된 후보자의 행태보도로 ▲ 이벤트 중심보도에서 여러 핵심요인에 대한 반복적 보도로 ▲ 언론담당자 보도가 아닌 사실 점검보도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요.

지역언론이 이런 쪽에 관심이 없으니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써 제가 찾아봤습니다. 국회의원 평가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입법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난 3월 초에 발족한 총선유권자네트워크는 <기억! 약속! 심판!>이라는 화두로 사회 주요현안에 대한 18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평가해두었습니다. ▲ 한미FTA ▲ 4대강 ▲ 조중동 종편 등 언론악법 ▲ 부자감세 등 '반민생·반개혁'법안 목록과 여기에 동의했던 국회의원들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대구경북 공천확정자 중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인물을 이 항목에 대입해봤습니다.

자료 출처 및 구성  : <총선유권자 네트워크>, <민중의 소리>, <참언론대구시민연대>
▲ 자료 출처 및 구성 : <총선유권자 네트워크>, <민중의 소리>, <참언론대구시민연대>
ⓒ 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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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이 제시하는 '토종TK', '무늬만 TK', '서울TK' 기준보다, 18대 국회의원 중 공천확정자의 '후보 적합도'를 판단하는 데 훨씬 더 명쾌하지 않습니까?

'유권자 공천심사위'가 구성되어서, 평가 점수를 공개한다면 조원진 의원의 경우 4관왕, 이병석, 이철우, 최경환, 유승민 의원은 모두 3관왕입니다. 

이들의 입법활동에 대한 시시비비는 유권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지난 국회 때 사회 주요현안에 대해 국회의원이 어떤 입법활동을 했는지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은 언론의 몫입니다. 이 이외에도 더 많은 자료들이 있겠죠.

언론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 본연의 의미를 살려서 유권자가 '합리적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분석자료를 제시해주고, 선택을 유권자에게 맡겨주십시오.

'토종TK', '무늬만 TK', '서울TK', 개념도 불분명한 이런 형태의 쟁점으로 유권자를 더 이상 현혹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평화뉴스,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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