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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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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말을 꼭 좀 써주세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 여성후보 한 명도 못 내는 정당이 무슨 혁신정당이에요? 그건 혁신정당도 아닌 것이지."

원로 여성운동가 박영숙(80) 안철수재단 이사장은 민주통합당 지역구 후보 공천심사 결과에 적잖은 불만이 있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옛 민주당과 손잡고 '혁신정당'을 만들었다고는 했지만, 정작 혁신정당의 기본인 양성평등의식조차 결여된 정당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가 이런 비판에 나서기로 작심한 것은 지난 3·8 여성대회 이후다. 

그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찻집에서<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번 공천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여성 선출직이 15%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정당 출신들은 정당 출신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각자 자기 몫을 챙기느라 정작 소수자인 여성에 대한 할당문제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자기 계파이익을 찾아서 공천관계를 마무리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민주통합당을) 도무지 혁신정당이라고 인정해줄 수가 없다"며 "이런 민주통합당의 모습을 보면 진짜 선거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난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최근 안철수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박 이사장은 "안철수 원장이 내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도 안 원장의 정치행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그것은 모두 각자의 몫이며 공익재단 설립과 정치문제가 섞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박 이사장은 "어느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원장이) 정치를 안 하면 안 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면 된다고 논평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며 "(안 원장이) 그저 하나의 잠재력으로 남아 있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통합당 공천, 비애 느낄 정도로 여성에 대한 배려 없었다"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
 "유망한 여성들이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여성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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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여성운동가로 이번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심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공천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여성 선출직이 15%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쿼터제를 적용해 여성을 할당했다. 그런데 이 당은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할당문제가 실종됐다. 이 과정에서 아주 비애를 느낄 정도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 어떤 점에서 비애를 느꼈다는 것인가.
"유망한 여성들이 공천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여성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정치를 남자들의 파워게임으로 한정 짓지 말고, 여성들도 스스로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세력화해야 한다. 전북에는 여성 후보가 있지만, 광주·전남에는 여성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 민주통합당 지역구 경선과정에서 여성 15% 할당제에 대한 남성 후보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를 어떻게 보았나.
"민주통합당은 '혁신과 통합'을 주창했던 시민사회그룹이 합쳐져 만든 정당이다. 스스로를 '혁신정당'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혁신의 내용으로 여성의 정치참여 확보를 보장해야 하는데 거기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자기 계파이익을 찾아서 공천관계를 마무리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도무지 혁신정당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이런 민주통합당의 모습을 보면 진짜 선거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난다."

-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가장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혁신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구태의연하고,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반복했다.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은 여기에 시민사회 출신들도 합세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명숙 대표가 486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 매우 안타깝다. 한명숙 대표는 연령으로 보나 정치경력으로 보나, 특유의 자기 브랜드를 가질 기회가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

- 한명숙 대표가 가장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억울해도 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인데, 지금 당권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혁신적인 사람들을 끌어내서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것인가 그 점에 골몰했어야 한다. 나는 지금 한 대표를 인신공격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진짜 바람직하지 않다."

-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민주진보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좀 더 일찌감치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기에 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라도 타결됐다는 것은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양당 간에 서로 어려운 점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문제들을 잘 풀어서 선거를 일대일 구도로 만들어 국민들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상당히 강조하셨는데,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새누리당까지 모두 여성 대표시대가 열렸다.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게 아닌가.
"어쩌다 보니 세 당의 대표들이 여성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세력화 문제는 당 대표가 여성이라고 해서 당장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0% 여성들이 공감하는 여성정치세력화가 됐을 때, 진정으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여성정치시대라고 속단하기 이르다."

"여성이 정치에 큰 영향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 우선 반성해야"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
 "안철수 교수가 생각하는 3대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금년 내 갖추게 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즐겁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기부문화 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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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아 변호사나 이언주 변호사 같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여성법조인들도 이번에 민주당에 영입됐는데.
"내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여성법률가들은 성차별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여성이지만 그들의 성 인지도는 매우 낮다. 따라서 그런 이들은 여성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그렇다. 법조인은 늘 자기가 당당하게 경쟁해서 온 엘리트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있어서 당당하게 경쟁하면 되지 무슨 쿼터제냐 반발도 한다. 쿼터제를 아주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차별받는 대다수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다."

- 2012년 양대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들 한다.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정말 중요한 것은 2013년 체제다. 2013년 우리 여성들은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인가 그 점이 중요하다. 2013년 체제에서 우리가 진짜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여성의 힘을 키워야 한다. 가장 민주적이라는 시민사회마저도 자기 이익 앞에서는 약자인 여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확실하게 봤기 때문에, 여성운동이 새로운 지평을 주체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안철수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언제 창립하게 되나.
"금년 말까지는 준비 작업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현재는 노동부 산하 공익법인으로 등록된다. 안철수 교수의 주식 8.6%가 환금돼서 출연금으로 준비됐고, 절차를 밟아서 법인 자격을 얻고 나면 여러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창업하도록 지원하고, 교육도 제공할 것이다. 출연자인 안 교수가 생각하는 3대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금년 내 갖추게 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즐겁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기부문화 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다."

- 안 교수와는 어떤 인연인가.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가 쓴 책도 봤고, 강연도 들었으며, <무릎팍 도사>에 나온 것도 인상적으로 봤다. 2004년 여성재단이 여성문제를 여성들끼리만 해결하려고 할 게 아니라 남성 오피니언리더들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게 미래포럼이다. 여기에 안철수 교수가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그를 계기로 알게 됐다."

- 안 교수가 대선 출마 문제를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어느 정치평론가는 안 하면 안 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면 된다고 논평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그저 하나의 잠재력으로 남아 있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안 교수의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하시나.
"전혀. 나의 정치활동에 그분이 관여 안 하듯이 나도 그의 정치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우리나라에 좋은 공익재단을 만들려고 뭉쳤다. 그 밖의 행보에 대해서는 서로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민주통합당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것은 광주·전남 지역에 반드시 여성후보를 내라는 것이다. 광주·전남에서 여성 후보 하나 못 내놓고도 혁신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겠나.

또, 민주통합당은 아주 독창적이고 참신한 새로운 방법으로 새롭게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한 대표는 486 정치집단에 둘러싸여 끌려다녔다. 그래선 안 된다. 그러나 이걸 한명숙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여성들이 정치세력화해서 그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으니 어찌 한 대표 탓만 할 수 있겠나. 여성들이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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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입니다. <장윤선의 팟짱> 진행자이기도 해요. 지은 책으로는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 <소셜테이너> 등이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기자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

오마이뉴스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