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닭고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간 슈트와 푸푸를 함께 섞어 먹는다.
 닭고기와 각종 야채가 들어간 슈트와 푸푸를 함께 섞어 먹는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여행을 하다보면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음식문화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는 더욱이 그렇다. 체질상 음식을 많이 가려먹는 나로서는 입맛에 잘 맞을지가 항상 관건이다. 향신료가 들어가 향이 강하게 나는 음식이라든지 평소 접해 보지 못했던 음식들이 그렇다. 특히 비위가 약한 나는 먹기에 거북한 음식을 먹을 마주할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그들의 음식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염려되기에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바로 이때다.

배낭여행을 가거나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먹을 수 있기에 문제될 게 없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 중 가정집에 초대 받을 때가 문제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특별한 음식 체험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한편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대화를 나눠야 할 텐데 음식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푸푸요리를 만들기 위해 카사바 껍질을 벗기고 있다.
 푸푸요리를 만들기 위해 카사바 껍질을 벗기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푸푸요리를 하기위해 절굿공이로 플란틴과 카사바를 찧고 있다.
 푸푸요리를 하기위해 절굿공이로 플란틴과 카사바를 찧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푸푸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초록색의 바나나처럼 생긴 플란틴과 고구마처럼 생긴 카사바를 손질하여 찐 다음 찧고 있다.
 푸푸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초록색의 바나나처럼 생긴 플란틴과 고구마처럼 생긴 카사바를 손질하여 찐 다음 찧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데누(Denu)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가나 현지인 건설협회 회장으로부터 점심 초대를 받아 방문하게 됐다. 동행한 지인의 오랜 친구다. 기대감에 부풀어 집안에 들어서자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며 이내 뭘 마실지 물어본다. 대체적으로 세 종류의 맥주 이름을 말하며 어떤 것을 마실지 이름을 대라는 것이다. 이곳은 더운 나라이기에 자연스럽게 맥주문화가 발달돼 있다. 손님이 찾아오면 시간과 관계없이 맥주를 마시는 게 자연스러웠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야자열매를 따서 야자수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하얀 속살 부분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야자열매를 따서 야자수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하얀 속살 부분은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야자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뒤뜰로 장소를 옮기자 맥주가 나오고 가나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흥이 많은 민족인 이들은 어디를 가나 음악과 함께 한다. 높낮이가 거의 일정한 박자의 음악이지만, 묘한 마력을 지닌 가나 음악에 매료되다 보면 저절로 몸이 들썩여진다. 가나에 도착한 첫날부터 들었던 음악이다.

가나는 날씨가 무척 덥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야자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위를 쳐다보니 야자나무에 야자열매가 다닥다닥 달려있다. 요리가 나오기 전 야자수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자 즉석에서 야자열매를 땄다. 대부분의 가나인이 항시 휴대하고 다니거나 비치해두는 뭉툭한 칼로 야자열매의 껍질을 벗겨 냈다. 야자수를 마실 수 있게 해줘 갈증을 달랠 수 있었다.

쫄깃쫄깃한 게 입에 착 감기는 '푸푸'

플란틴과 카사바가 섞여 있는 완성된 푸푸
 플란틴과 카사바가 섞여 있는 완성된 푸푸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오늘의 요리는 가나인들이 주로 먹는 요리중의 하나인 '푸푸'라는 요리. 가나에서 많이 나오는 바나나처럼 생긴 초록색의 '플란틴'이라는 과일과, 고구마처럼 생긴 뿌리 식물인 카사바를 고구마처럼 찐 다음 절구에 찧어 인절미처럼 쫄깃쫄깃하게 만들어 '슈트'라는 음식과 함께 먹는 요리다. '슈트'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오늘의 슈트는 닭고기를 이용해 만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토종닭'으로 만들겠다며 굳이 부엌으로 와서 보란다.

플란틴은 적당한 크기로 썰고, 카사바는 껍질을 벗기고 질긴 섬유질이 많은 가운데 부분을 도려낸 후 자른 뒤 플란틴과 카사바를 함께 넣고 찐다. 고구마처럼 익으면 절구통에 플란틴를 먼저 넣어 찧은 다음 카사바도 같이 넣고 찧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나라 인절미처럼 점점 쫄깃쫄깃하게 변한다. 찰떡처럼 변하기 때문에 찧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가녀린 여인이 익숙한 몸놀림으로 절굿공이에 붙지 않도록 물을 묻혀 가며 찧는다.

힘겨워 하는 여인을 위해 몸소 도움을 주고 있는 공양광(60)씨
 힘겨워 하는 여인을 위해 몸소 도움을 주고 있는 공양광(60)씨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보다 못한 지인이 도와주겠다며 절굿공이를 달라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찧어 보지만 자꾸만 찰떡처럼 생긴 푸푸가 달라붙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 재밌는지 여인이 빙그레 웃으며 절굿공이를 달라고 한다. 푸푸는 1시간여 동안을 찧은 다음에야 인절미 모양처럼 완성됐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니 구미가 절로 당긴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 섞어서 먹는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 섞어서 먹는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주 요리가 나오기 3시간 전에 미리 나왔던 샐러드와 빵
 주 요리가 나오기 3시간 전에 미리 나왔던 샐러드와 빵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점심식사에 초대 받고 3시간 정도가 흐른 뒤에 오늘에 주 요리인 '푸푸'가 나온다. 집에 도착 했을 때 맥주와 간단한 샐러드, 빵이 먼저 나온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완성이 되는 요리이기에 미리 간단한 음식이 나왔던 것이다. 낮 12시에 점심식사를 초대 받았는데,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기대했던 주 요리를 먹게 된 것이다.

닭고기에 다양한 양념을 넣어 우리나라 닭볶음탕 비슷한 슈트가 함께 곁들여져 나온다. 푸푸와 슈트를 함께 섞어 먹는데 가나의 방식대로 오른손을 이용하여 먹는다. 푸푸는 인절미같이 생겼는데 맛도 인절미와 비슷했다. 쫄깃쫄깃 하면서 달콤하기도 하고 고소한맛이 일품이었다. 슈트 역시 우리나라 닭볶음탕과 별반 다름없어 약간 매콤하면서 내 입맛에 딱 맞아 특별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음식 때문에 고생할까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른쪽은 지인의 친구인 건설협회 회장 , 좌측은 그의 친구, 직업은 의사라고 한다. 푸푸요리 먹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은 지인의 친구인 건설협회 회장 , 좌측은 그의 친구, 직업은 의사라고 한다. 푸푸요리 먹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슈트가 너무 뜨거워 손이 대일 정도. 이들은 늘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나는 슈트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음식이 끝나갈 즈음 더운 날 맥주를 마신 탓에 얼추 취기가 오르고 음악 볼륨이 점점 커지더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맛있는 음식과 신나는 음악과 춤은 먼 이국땅이라는 것을 잊게 해줬다.


태그:#푸푸요리, #플란틴, #카사바, #야자수, #슈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