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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나선 김지윤씨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 후보는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가 임박한 3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지켜냅시다"라고 올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김민석 대변인은 "그렇다면 해군에 보낸 우리 장병들은 다 해적이고, 그 부모, 형제도 해적의 부모형제라는 말인가"라며, "통탄을 금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46분도 전부 해적이냐. 이렇게 말하는 분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럽다"라고까지 말했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도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장병을 해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느냐"며 김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또한 수구․보수 언론과 인사들도 김 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다.

"강정마을 짓밟은 이명박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댄 것" 

그러자 김지윤씨는 8일 입장문을 통해 "나는 평범한 사병들을 '해적'이라 한 적 없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고 자연 유산을 파괴하며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 지배를 하려 하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이런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는 점에서도 '해적'기지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군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는 해적기지'라는 김씨의 발언이 불쾌할 수는 있다. 그 불쾌감은 유감 표명 정도로도 족하다. 그러나 발언의 진의를 비틀고 부풀린 것도 모자라 고소까지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후보도 해명한 것처럼, 그는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해적기지'라고 일컬은 것이지, 해군 전체, 특히 장병을 해적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또한 여러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적'이라는 표현으로 정부와 해군, 그리고 시공사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토로해왔다. 경찰을 '짭새'라고, 검찰을 '권력의 개'라고 불렀다고, 혹은 이명박 대통령을 설치류에 비유했다고 해서 고소 대상이 되었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군당국의 과도한 대응, 남남갈등 부추겨 이념 대결로 몰아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당국이 과도한 대응에 나선 데에는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논란을 국민들의 안보 심리와 남남갈등을 부추겨 이념 대결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마음,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국민들의 추모의 뜻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비겁한 행동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미 작년 여름, 보수언론과 여당 인사들은 해군기지 반대 진영을 "종북․좌파 세력", "김정일의 꼭두각시", "외부 불순 세력" 등으로 부르면서 색깔론을 편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참여정부 인사들의 입장 변화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야권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폈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를 거들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야권 공세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정부 들어 인권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은 수없이 많이 제기되어왔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기구조차 한국의 '표현의 자유' 후퇴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성하기는커녕, 강정마을 현지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김지윤 후보의 분노어린 풍자조차도 고소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한다고 정권의 비판 세력, 해군기지 반대 진영이 주눅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많은 국민들이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떠나 정부에게 분노를 표하는 데에는 기만과 '꼼수'와 막가파식 밀어붙이기로 점철된 사업 추진 방식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태그:#강정마을, #김지윤, #제주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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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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