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인열전에 나올만한 풍경들, 가나에서는 어디를 가나 도로에서 많이 만나는 풍경이다.
 기인열전에 나올만한 풍경들, 가나에서는 어디를 가나 도로에서 많이 만나는 풍경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는 문명이 뒤졌고 미개한 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속에 들어가 본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삶인지 조금은 알게 될 것이다. 풍족하진 않아도 느릿느릿한 여유가 그들에게는 있다.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일까지 18박 19일 짧은 기간 아프리카 가나를 다녀온 후 그들에게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오래전부터 밀림 속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꼭 한 번은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늘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우연히 생각지도 않았던 절호의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가나에서 한국을 오가며 1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  이번에 가나를 들어가는데, 나와 친한 친구가 함께 가게 되었다"며 나에게 함께 동행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평소 음식알레르기가 심해 음식을 가려먹는 나를 보며, 음식문화가 다른 나라를 가게 되면 고생할게 뻔하다며 남편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사진에 대한 욕심이 많다 보니 일단 필이 한번 꽂히면 무슨 말을 해도 들어오지 않는다. 남편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생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곳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남편을 설득시켜 적도를 지나 아프리카 가나를 가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그의 웃음 속에 평온한 모습이 묻어난다.
 가난하지만 그의 웃음 속에 평온한 모습이 묻어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스스로 개조해서 당나귀마차를 타고 가는 가나인
 스스로 개조해서 당나귀마차를 타고 가는 가나인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꽃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가나인
 꽃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가나인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뜨거운 태양과 낯선 풍경에 대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까지 11시간 두바이에서 가나까지 9시간. 장장 20시간을 비행기로 날아 아프리카 가나 아크라공항에 도착했다. 생경한 풍경이 다가온다. 혹자는 말했다. 덥고 못사는 나라 고생하러 가느냐고….마치 가서는 안 될 곳에라도 가는 듯 정색을 한 얼굴로 쳐다보곤 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 공항을 빠져나가자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순식간에 확 달군다. 밖의 온도가 영상 34도를 가리킨다. 시내를 빠져 나가는데 꽃이 피어 있는 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잠깐 차가 막히는 곳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같이 머리에 뭔가를 이고 차량마다 문을 두드리며 뭔가 손짓을 한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다. 기인열전에 나올만한 모습들이다. 물건을 산더미처럼 높이 쌓아 올려 머리에 이고 손을 잡지 않은 체 손에는 팔고 있는 물건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

망고나 아보카드 같은 과일을 팔고 있는 여인들
 망고나 아보카드 같은 과일을 팔고 있는 여인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여인의 몸으로 저 무거운 의자를 이고 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여인의 몸으로 저 무거운 의자를 이고 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다 팔수 없어요"...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한 사람들

무표정한 모습이 마치 화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과일을 파는 여인에게 모두 다 얼마인지 물어보자 머뭇거리더니 한꺼번에 전부 다 팔지 않는단다. 이곳은 열대 지방이기에 과일이 굉장히 싸다. 땡볕에 무거운 물건을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다 팔라고 얘기하자 팔지 않겠다니 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왜 팔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걸 다 팔면 할 일이 없어서 안돼요"라고 말한다. 아! 얼마나 순진한 대답인가. 그 여인은 이내 다른 차로 이동하여 물건을 흔들며 사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욕심이 없는 걸까,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거리에는 낡은 차들이 씽씽 잘도 굴러간다. 금방이라도 문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한 차들이 옆에서 끼어 들 때면 간담이 서늘하다. 차를 생산하지 않는 이곳에서는 모든 차를 수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차들도 두세 대 걸러 보일 정도로 많다. 심지어 한글로 쓰여 있는 화물차도 지나간다. 소떼도 염소들도 개들도 차도로 지나간다. 차들은 동물들이 지나갈 때까지 그냥 기다리면 된다. 동물과 차,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지만 불편함을 모르는 사람들 같다.

동물과 차, 사람,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동물과 차, 사람,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묵을 숙소는 함께 동행한 지인이 건물을 지어 가나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임대하여 관리하며 운영하는 항구도시인 테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테마는 우리나라에 부산과 같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한국인 식당도 이 건물에 있는데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참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식당 문을 열려고 하자 두꺼운 창살이 먼저 나를 반긴다. 창문마다 창살이 단단하게 걸쳐 있다. 이유를 묻자 도둑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두꺼운 창살을 달게 되었다고 한다. 밤새 집을 지키는 경비도 있다.

가나시내를 도는 동안 한국 차들이 많이 보인다.개별용달이라는 글귀가 반가웠다.
 가나시내를 도는 동안 한국 차들이 많이 보인다.개별용달이라는 글귀가 반가웠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가나에 한국교민은 300여 명 정도 산다고 한다. 한인들도 대부분 한두 번은 도둑을 맞거나 강도를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복실(52)씨도 강도에게 어깨를 얻어맞아 오른팔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둑을 맞거나 강도를 당하면 영사관에 얘기해서 대책을 세우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신고를 해도 별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대부분 자체해결하고 만다고.

어느 나라에서도 있듯이 이곳 가나에서도 순진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양면성을 발견했다.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은 부의 상징으로 차를 5~10대 이상까지도 지니고 있으며 넓은 마당에 주차장을 만들고 차들을 즐비하게 세워놓고 일하는 사람이 매일같이 차를 관리한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 보니 삶이 팍팍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생하지 않고 얻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고등학생정도 되 보이는 아이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며 축제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정도 되 보이는 아이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며 축제를 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숙소 근처에는 중·고등학교가 있는데 흥겨운 음악 소리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울려 퍼진다. 이유인즉슨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루를 꼬박 걸려 14일에 도착해 잠깐 눈을 부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날이 14일 바로 밸런타인데이였던 것이다. 우리 민족이 흥이 많은 것처럼 이 나라 민족들도 음악만 있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리듬을 타면서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춤을 춘다.

워낙 더운 나라이기에 겨울에 떠나온 나는 아직 적응을 못해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땡볕에서 음악에 맞춰 게임도 하고 춤도 추며 흥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역시 천진스러운 모습이다. 오늘은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를 쉬고 내일부터 가나 여행을 하기로 맘먹고 숙소 근처를 산책 삼아 돌아본다.


태그:#아프리카 가나, #물건을 파는 가나인들, #가나인의 표정, #망고, #아보카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