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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별 증세로 복지국가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시민 모임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가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발족식을 열었다.
 "능력별 증세로 복지국가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시민 모임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가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발족식을 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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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세금 3만 원 더 내고 110만 원 복지 혜택을 더 누린다면, 당신은 동의하겠습니까?"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우리 가족이 누릴 보편적 복지 혜택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응용 프로그램)이 나왔다.

"능력껏 세금 내서 복지국가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시민 모임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가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발족식을 열었다. '복지 포퓰리즘', '세금폭탄' 등을 앞세운 보수 세력에 맞서 이들이 내놓은 무기가 바로 '복지체험 앱'이다.

복지체험 앱으로 미래 복지 혜택-추가 세금 비교

이른바 '부자 증세' 대상이 아닌 서민, 중산층이라도 막연한 복지 혜택보다 당장 눈 앞의 세금 한 푼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에 '복지체험' 앱은 가족별 특성에 맞춰 추가 복지 혜택과 세금을 한 눈에 비교할 있게 돕는다.

이 단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복지는 경험할수록 신뢰와 확신이 생긴다"면서 "지금은 무상보육 정도지만 가상 사이버 체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복지 혜택을 받고 있고 얼마나 더 누릴 수 있는지, 세금은 얼마나 더 내면 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월 1일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공개되는 '복지체험' 앱은 무상급식, 고교 무상보육, 무상의료(연 100만 원 상한제), 대학생 반값등록금, 전세 주거비 지원 도입과 장애인 연금, 실업급여 인상 등 보편적 복지가 실현됐을 때를 가정했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 지출은 110조 원 정도로 이러한 미래 보편적 복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재원은 60조 원 정도 추산된다. 내복만은 이 가운데 25조 원은 4대강 사업 같은 토목, 국방비 지출, 대기업 세금 감면 등 정부 씀씀이를 줄여서 해결하고 나머지 35조 원은 '능력별 증세'로 가능하다고 봤다. 이 앱에선 소득 수준을 반영한 강력한 누진세인 '사회복지세' 도입과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인상을 가정했다.

연봉 2500만 원은 월 110만 원 혜택, 연봉 2억 원은?

김승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앱 팀장이 29일 발족식에서 '복지체험 앱' 적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능력껏 세금 내서 복지국가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시민 모임이다.
 김승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앱 팀장이 29일 발족식에서 '복지체험 앱' 적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능력껏 세금 내서 복지국가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시민 모임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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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승연 내복만 복지앱팀장은 연소득 2500만 원인 저소득층과 4800만 원인 중산층, 2억 원인 고소득층 등 3가구 사례를 직접 비교했다.

실제 인천에 사는 연소득 2500만 원인 5인 가구의 경우 이미 월 74만 원 정도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배우자 실업급여, 주거비 지원, 세 자녀 무상급식, 아동수당, 보육료, 의료비 등을 포함하니 복지 혜택은 월 184만 원(연간 2215만 원)으로 110만 원이 늘었다. 반면 추가 세금은 사회복지세 278원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료 30%, 고용보험료 100% 인상에 따라 월 3만 원 정도로 나타났다. 

연소득 4800만 원인 4인 가구도 70대 노부모 기초노령연금과 대학생 자녀 반값등록금 등으로 월 복지 혜택이 월 59만 원에서 122만 원(연 1464만 원)으로 63만 원이 늘어난 반면 추가 세금은 사회복지세 9917원을 포함해 6만6천 원 정도였다. 

반면 연소득 2억 원 정도인 로펌 임원 4인 가족을 가상해 대입해 봤더니 고등학생 자녀 무상 교육과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으로 추가 복지 혜택이 월 71만 원(연 852만 원)에 이르지만 더 낼 세금은 사회복지세 72만 원 등 96만5400원으로 나타났다. 매달 받는 혜택보다 25만 원 정도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셈이다.

강력한 누진세가 적용되는 사회복지세 특성상 소득이 높아질수록 이런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연소득 3억 원 이상 소득자는 3만1000명 정도로 전체 소득자의 0.16% 정도다. 

이 앱에는 '나도 내 능력에 맞춰 낼 테니 당신들도 경제력에 따라 더 내라'는 '세금정의론'이 담겨있다. 김승연 팀장은 마지막으로 "당신이 만약 연봉 2억 원이라면 대다수 서민을 위해 96만 원 증세에 동의하겠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문제는 꼭 대한민국 상위 1%가 아니라도 대다수 서민, 중산층조차 복지 증세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증세 앞서 재정지출 혁신하고 탈세 막아야"

복지체험 앱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체험 앱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 내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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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내만복 7인 멘토 가운데 하나인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조차 복지 증세 하라면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며 "증세는 오해할 수 있으니 누진세를 적극 홍보하라"고 조언했다.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유럽에선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었지만 동아시아에선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서 '자발적 증세 운동'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오건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증세를 말하려면 재정 지출을 혁신해 내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세금 떼먹는 재벌과 대기업을 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내만복은 조세팀과 의료팀, 경제팀을 꾸려 대기업, 고소득자 세금 탈루 방지에 나서는 한편, 민간의료보험의 문제를 알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고, '복지 포퓰리즘', '세금 폭탄론' 같은 보수 담론에 맞서기로 했다.

내만복 공동집행위원장인 최창우 반값등록금실현을위한학부모모임 총무는 "선성장 후분배 공식은 박정희 정권 이후 계속 돼 왔지만 결국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성장분을 독식해왔다"면서 "서유럽은 1인당 국민소득(GDP) 3000~5000달러일 때 대학 무상 교육을 했는데 우리는 4만 달러 가야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시기상조론'을 비판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는 앞서 오건호 실장, 최창우 총무 외에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이병천 교수, 임성규 전 위원장 외에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태인 새사연 원장, 윤종훈 회계사,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석훈 박사 등이 '멘토' 역할을 하기로 했다.

또 복지체험 앱 사업은 내복만뿐 아니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 싱크탱크와 <한겨레21> <프레시안>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가 함께 벌인다. 


태그:#복지체험앱,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편적 복지, #복지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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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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