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카데미 시즌이 왔다. 미국 아카데미 심사관계자들은 지난 26일 <아티스트>와 <휴고>에 힘을 실어주었다. 두 영화의 양 강 체제인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아카데미 바람이 국내 박스오피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작품상 부문과 기술상 부문을 각각 석권한 <아티스트>와 <휴고>가 한국영화의 자리를 밀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영화 <아티스트>와 <휴고>의 한 장면

영화 <아티스트>와 <휴고>의 한 장면 ⓒ 영화 진진, CJ엔터테인먼트


박스오피스 상위권 한국 영화...3월 전망 밝을까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는 한국 영화가 여전히 강세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 2위를 오가며 27일 현재 403만 5327명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민식·하정우 두 배우의 호흡과 함께 개성 넘치는 주·조연 배우들 역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평이다.

송강호·이나영 주연의 <하울링> 역시 개봉 이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한 지 약 1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해당 영화는 27일 현재까지 128만 593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에 비해 아카데미 수상작의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 아카데미 5관왕을 서로 나눠가진 <아티스트>와 <휴고> 중 <아티스트>가 지난 16일부터 상영 중이다. 개봉한 지 10일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의 누적 관객 수는 현재까지 5만 1991명이다.

메릴 스트립의 여우 주연 수상에 빛나는 <철의 여인>은 23일 개봉해 6만 6469명의 관객을 모으고 있다. 수상의 영광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성적이다. 조지 클루니 주연에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디센던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티스트>와 함께 1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 4만 2402명의 관객이 찾았다.

관객 수 면에서 단순 비교할 때 사실상 국내 영화에 비해 힘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하정우·공효진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픽션>과 김민희의 연기변신이 돋보이는 <화차>가 출격 대기 중이다. 두 영화 모두 해당 제작사들이 수 년 간 작품 각색과 영화화를 위해 절치부심했다는 점을 기억하면 제 아무리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라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아티스트>의 주역들. 좌로부터 조지 역의 장 뒤자르댕과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 페피 역의 베레니스 베조. <아티스트>는 프랑스와 할리우드의 인력과 자본이 행복하게 만난 만난 작품이다.

<아티스트>의 주역들. 좌로부터 조지 역의 장 뒤자르댕과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 페피 역의 베레니스 베조. <아티스트>는 프랑스와 할리우드의 인력과 자본이 행복하게 만난 만난 작품이다. ⓒ 영화사진진


관건은 상영관 확보...2012 아카데미 수상작은 안전한가

물론 국내 영화와 아카데미 수상작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우선 상영관 규모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흥행세인 국내 영화들은 많게는 500개에 육박하는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메이저 배급사를 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아티스트>나 <디센던트>는 상영관 면에서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두 영화는 개봉 당시 각각 93개, 113개의 상영관을 확보한 채 관객을 만났다. <철의 여인>은 155개관으로 시작했다. 국내 영화의 상영관 규모에 비할 때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제 막 개봉한 <철의 여인>을 제외하면 해당 외화들은 일주일이 지나면서 상영관이 눈에 띄게 줄었다. 26일 현재 <아티스트> 상영관 수는 약 56개, <디센던트>는 36개에 불과하다. 

배급 상황을 감안한다면 제 아무리 아카데미 5관왕이라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파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판타지로 착각할 만큼 수려한 영상미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휴고>라도 말이다. 3D 효과는 물론이고 촬영·음향 효과 부문까지 아카데미가 인정했다지만 <아티스트> 정도의 상영관 규모라면 국내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휴고>는 오는 29일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영화 <블랙 스완>은 제8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을 맡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 <블랙 스완>은 제8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을 맡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서치라이트


2011년 <블랙 스완>을 기억하라

'아카데미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아카데미 수상작이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못 쓰는 관례를 뜻하는 말이다. 이 징크스의 이면엔 상대적으로 열악한 외화들의 국내 배급력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징크스를 깬 사례도 있었다. 지난 해 3월 24일 개봉한 <블랙 스완>이 대표적 예다. 나탈리 포트만이 이 영화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블랙 스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2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징크스를 깬 '아카데미 효과'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효과'라는 것도 어느 정도 경쟁이 될 만한 조건일 때 가능했다. <블랙 스완>의 개봉 당시 스크린 수는 275개 수준이었다. 당시 국내 작품으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이었던 영화 <아이들...>이 369개였다는 점을 보자. 100여 관 정도 차이 내에서 <블랙 스완>은 <아이들...>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이다.

2012년 아카데미 수상작품들에게도 국내 영화 시장은 녹록치 않은 장벽일 게다. 수상 소식 이후 각 영화들의 배급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겨울 내 얼어붙었던 땅도 녹고 이제 곧 봄이 오겠지만 아직까지 외화들에겐 냉랭한 한국 영화 시장이다.

아카데미 휴고 아티스트 메릴 스트립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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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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