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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문화재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있어요!
 경복궁에서 문화재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있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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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25일), 한창 달콤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각! 새벽 4시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광주에서 서울로 떠나는 대동문화재단의 문화답사길에 올랐다. 여러 날 전 아빠로부터 서울에 가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명동, 압구정동, 남산 등 또래들이 서울 하면 떠올리는 장소에 갈 줄 알고 정말 좋아했었다.

하지만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를 보러 간다는 말씀을 듣고선 '아! 하필' 하면서 '가기 싫다', '지루하겠다'는 말부터 꺼냈었다. 뿐만 아니라 새벽부터 단체로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불평불만만 줄줄이 늘어 놓았었다.

거의 4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은 '뚱'해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만 손해라는 걸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 먹었다. '이왕 온 김에 여러 가지 배워가야겠다'고.

경복궁 근정전의 풍경이에요.
 경복궁 근정전의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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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태전 굴뚝의 십장생이에요.
 교태전 굴뚝의 십장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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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과 창덕궁은 정말 넓었다. 바닥이 흙으로 돼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같이 걷다 보니 흙먼지도 일고 신발에도 흙이 묻었다. 속으로 툴툴거리며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털기 위해 잠시 쭈그려 앉았다. 그러다 문득 건물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거나 큼직하지 않은 세세한 무늬들이 오밀조밀 모여 한 건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 건물들이 모여 하나의 궁궐을 이루고 있었다. 관심을 갖고 돌아보니 건축물 하나하나마다 섬세한 예술이 숨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터는 걸 잊었다. 건축물의 아름다운 무늬에 빠져 매료됐다. 그 뒤부터는 건축물마다 어떤 무늬가 새겨져 있고 어떤 의미들이 숨어 있는지 설명을 듣고 생각하고 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즘 핫이슈인 드라마 <해품달(해를 품은 달)> 덕분에 건축물 이름도 모두 한 번씩은 들어봤다. 그 때문일까. 건축물을 볼 때마다 드라마 속의 장면과 연계됐다. 강녕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교태전에서는 또….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종묘에서 해지기 전이에요!!
 종묘에서 해지기 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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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찾아간 종묘도 좋았다. 사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낄 정도로 많이 들었던 단어였다. 하지만 정작 종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햇살을 받은 종묘는 오렌지 빛이 감돌았다. 노을 빛에 비쳐 몽롱한 느낌마저 주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종묘는 나에게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느낌을 선사했다.

창덕궁 한옥이 참 단아한 느낌이었어요~~
 창덕궁 한옥이 참 단아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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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의 부용지가 꽁꽁 얼었어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가 꽁꽁 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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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는 나를 반성하는 기회도 됐다. 우리나라의 경복궁이나 창덕궁, 종묘는 가까이 있는 건축물들인데,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관심뿐 아니라 사실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갔으니까.

바로 코앞에 있는, 마음만 먹으면 수십 번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놔두고. 왜 멀리 있는, 남의 나라의 문화유산이 멋있고 다른 나라의 문화가 좋다고 생각을 했는지.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자금성과 경복궁, 창덕궁 후원과 피서산장을 비교해보면 경복궁과 창덕궁 후원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 자금성이 규모 면에서 웅장하기는 하지만 한 줄로만 쭉 늘어서 있고, 같은 무늬의 건물들만 여러 채 나열돼 있어서 지루하게 걸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복궁이나 창덕궁은 자금성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건축물 하나하나 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구조도 그렇고, 그 건물 하나하나에 숨겨진 의미들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느낌이었다. 특히 종묘에서의 몽롱한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럴수록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고 불평만 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번 답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와 문화유산이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이런 답사 기회를 자주 갖고, 더 많은 문화들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덕궁 후원에 있는 해시계 앙부일구에요!!
 창덕궁 후원에 있는 해시계 앙부일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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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에서 나오는 길에 품위없이 그만......^^
 종묘에서 나오는 길에 품위없이 그만......^^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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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슬비 기자는 광주문정여자고등학교 1학년(예비 2학년)입니다.



태그:#문화유산답사, #경복궁, #종묘, #창덕궁, #자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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