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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으는 갈매기. 갈매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습니다. 줌이 아닙니다
 하늘을 날으는 갈매기. 갈매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습니다. 줌이 아닙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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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썩 좋은 인상은 아닙니다. 갈매기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그런지 몰라도, 다른 새들이나 잡은 물고기를 도둑질하거나 어장 근처에서 맴돌다가 어민들이 손수 키운 물고기들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이 녀석을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있는 장사도에 가면서 만났습니다.

새우깡 먹는 갈매기

장사도 가는 배를 탔는데 온통 갈매기 누리였습니다. '냐아오'인지, '꽈아오'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처음에는 갈매기 천지가 된 이유를 몰랐지만 큰 아이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 새우깡 사게 돈 좀 주세요."
"새우깡, 뭐하려고?"
"갈매기 주려구요."
"갈매기를 준다고?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어.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고."

"예 갈매기들이 우리를 따라온 이유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서예요."

돌아보니 너도 나도 새우깡 한 봉지씩 들고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고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낚아채는 것은 정말 '찰나'였습니다. 눈 깜빡할 새 낚아채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새우깡 주기에 바빴습니다.

갈매기가 새우깡을 잡아챈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무조건 눌렀는데 찍혔습니다
 갈매기가 새우깡을 잡아챈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무조건 눌렀는데 찍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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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을 물고 날으른 갈매기 정말 '찰나'였습니다
 새우깡을 물고 날으른 갈매기 정말 '찰나'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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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부리에 물린 막둥이 "아야 아야"

손에 새우깡을 쥐고 있으면 순식간에 날아와 새우깡을 낼럼 하고 낚아채갔습니다. 정확했고, 빨랐습니다. 카메라를 무조건 눌렀는데 새우깡을 낚아채는 순간이 찍혔습니다. 아이들이 사진을 보고 "찰나"라며 감격했습니다. 그 순간 막둥이 고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야 아야!"
"왜 그러니?"
"갈매기가 내 손가락을 물었어요. 아파요 아파요."
"괜찮아."
"이제는 손가락에 잡지 않고 던져줄래요."

갈매기가 새우깡을 물고 가면서 손가락까지 물었던 모양입니다. 막둥이 엄살이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새 부리에 물린 것은 처음이니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갈매기들은 끊임없이 새우깡을 찾았고, 사람들 손에 들렸던 새우깡이 다 떨어졌지만 머리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장사도에 도착할 때까지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새우깡 먹는 갈매기... 자연을 거스르는 것 아닐까?


그런데 과연 이런 행동이 갈매기를 위해 좋은 일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이곳 갈매기들은 물고기를 거의 잡아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 손에 있는 새우깡을 먹는 것만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갈매기는 물고기나, 해조류를 먹고 살아야 합니다. 인간이 주는 새우깡으로 사는 갈매기를 과연 갈매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리산 반달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것 역시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우깡을 좋아하는 갈매기를 보면서 마냥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 새우깡을 좋아하는 갈매기 안타까운 것은 갈매기들이 새우깡만 먹는다는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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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갈매기, #장사도,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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