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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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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4·11 총선에 나설 민주통합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이 시민참여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 김 본부장은 유력한 단수 후보 공천자로 거론됐다. 당 공천심사위 심사결과 후보 경쟁력 등에서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본부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유력한 김태호 의원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쉬운 길이 아니라 100% 시민참여경선이라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후보자들간에 경선 방식을 합의할 수 있는데도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경선 항목에 반영하지 않았다. 곽 전 차장은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해 시민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수 공천 유력했는데... 그가 경선을 택한 이유

민주당 내에서는 "바보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4·27 재보선에서도 당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생기자 "노 대통령 참모들끼리 다퉈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경선 발표 하루 뒤인 지난 22일 김해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경선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전략공천을 받으면 쉽기는 하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그게 바른 방법이겠느냐, 정면돌파하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여러 차례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경선 승리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결정은 쉽게 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며 "캠프 식구들은 바보 대통령의 비서관이 바보 같은 일 했다고 원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거치면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퇴임 후에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에 내려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전까지 곁에서 지킨 '마지막 보좌관'으로 불린다. 

김 본부장은 "김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지역발전과 시민참여정치 시대라는 꿈을 이어 받아 실현시켜야할 운명과도 같은 곳"이라며 "노 대통령이 평생 정치를 해오며 지켜왔던 가치들, 상식과 원칙을 지키고 눈 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바보 정치의 원칙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당내 화합 위해 경선 기회 드리는 게 도리"

- 당내에서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과 경선을 하기로 합의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캠프 식구들은 후보가 바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바보 대통령의 비서관이 바보 같은 일 했다고 원망을 많이 하고 있다. 경선은 원칙과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감정이 북받쳐 잠시 침묵)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정면돌파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경선하지 않고 전략 공천을 받으면 쉽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바른 방법이겠느냐고 하셨을 거다.

이번 총선에서 김해을은 꼭 지켜내야 할 지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여러분들 간의 화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작년 4·27 재보선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내 계신 모든 분들과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는 경선을 통해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또 상대 후보인 곽진업 전 차장은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 오셨던 분이고 세 번째 경선에 나왔다. 경선 기회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경선에서 이길 자신 있나.
"100% 시민참여경선을 하기로 결정은 쉽게 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웃음) 캠프 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본선보다 경선이 더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곽 위원장은 이번에 3번째 경선 도전이다. 경험도 축적돼 있고 우리 캠프보다 준비도 더 많이 돼 있다. 일부에서 새누리당 쪽에서는 본선에서 상대할 쉬운 후보를 고르기 위해 역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전략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지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 선거에 뛰어들고 나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다른 후보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새벽에 출근 인사하고 새벽시장이나 인력시장에서 일찍부터 일하시는 분들과 만난다. 김해을 지역은 시군통합지역이라 신도시 3곳에 인구의 70%가 몰려 있다. 면단위에 있는 마을에 계시는 분들은 정치인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다.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왔다고 하면서 선거운동 효율이 떨어진다고 가지 않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을들을 돌아보고 있다. 이장님들 만나 현안도 들어보고 경로당 가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드린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삶의 모습이 있다. 사람을 많이 못만난다고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보람을 많이 느낀다."

- 방문했던 마을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이 있었나.
"내삼면이라는 난개발이 심한 지역이다. 공단이 곳곳에 있고 영세 중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주거지역과 공장이 뒤섞여 있다. 공장 바로 옆에 집이 있고 공장 사이에 있는 집들도 있다. 유독 화약약품을 쓰는 철 가공 업체에 붙어있는 주택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김해시가 예산 부족 등 여러 이유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있었다. 여야를 떠나 지역의 정치인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경남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는데 작은 힘 보태고 싶어"

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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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가 결국 나서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 나서게된 계기는 뭔가.
"4·27 재보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들끼리 다퉈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내가 양보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노 대통령께도, 지역민들에게도 면목 없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원인을 더듬어 보면서 야권이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감동 없는 단일화만으로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대한민국에 절체절명의 해다. 이명박 정부 5년으로 끝내야 한다. 더 후퇴해서는 안된다. 이런 위기감을 가지고 문재인 이사장, 문성근 선배와 함께 야권 통합에 나섰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다. 그래놓고 선거는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경남에서 단 한석이라도 더 얻어 부산·경남의 운명을 바꾸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 이번 총선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과거 부산·경남은 민주주의의 진지이자 보루였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야당 후보를 당선 시켜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는데 광주와 더불어 최일선에 서 있었다. 그런데 3당 합당으로 이같은 역사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이후 20년 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 1당 독재가 이어지면서 그 폐해가 극에 달했다. 이대로는 갈수 없는 지경이라는 게 지역 민심이다. 이번 총선은 이런 적폐를 해소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해내는 전환점이 돼야한다. 고인물은 썩는다. 여야가 함께 경쟁하면서 발전해가는 시스템이 복원돼야한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

- 선거 슬로건이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노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올 때 어떻게 하면 이곳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까 고민을 했고 실제 여러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완결 짓지 못하고 서거하셨는데 그 꿈을 마지막까지 모셨던 비서관이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또 하나의 꿈이었던 깨어있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참여 정치시대의 모델도 만들어가고 싶다. 김해는 이런 노 대통령의 꿈을 이어받아 실현시켜야할 운명과도 같은 곳이다. 또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평생 정치를 해오며 지켜왔던 가치들, 상식과 원칙을 지키고 눈 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바보 정치의 원칙을 지키고 싶다."

- 김해을 지역의 민심은 어떤 것 같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맘이 크신 것 같다. 거리에서 만나면 제 손을 꼭 잡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고.(감정이 북받쳐 잠시 침묵) 한 달 반 넘게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민심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떠났다. 노년층에서도 '이제 (새누리당) 안 찍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민심이 이반했지만 민주당 지지로 온 것은 아니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민주당이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새롭게 혁신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문제 없나.
"경남은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경남의 힘'이라는 야권연대기구를 만들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미 후보 단일화에 대한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각 당이 후보가 정해지는 대로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지역발전은 시간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

- 본선 상대 새누리당 후보로는 김태호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 김 의원을 평가해 본다면.
"저력 있는 분이다. 지난해 4·27 재보선이 김 의원에게는 참 어려운 싸움이었는데 승리했다. 선거나 정치에 관록이 있다."

- 그렇다면 본인의 경쟁력은 뭔가.
"새로운 정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지역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10개월은 짧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발전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정책의 문제다. 김해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이 죽어가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투자했던 부분이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흐지부지됐다. 4대강 사업, 부자 감세로 지방에 내려오던 예산이 삭감됐다. 지방을 살리는 철학과 정책을 가진 정권으로 교체되지 않으면 김해 발전은 요원하다."

-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나 이번 총선 공천 결과를 '친노의 부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노 대통령과 친소 관계나 인연에 따라 친노다 아니다라고 나누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나 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친노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이 재평가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 복지 축소, 평화 파탄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도 변화했다.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핵심 가치가 당시에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이 정부 들어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가 됐다. 이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세력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국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에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거론하며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야권 인사들에 대해 역공을 펴고 있는데.
"참여정부 공과가 있다고 본다. 잘한 정책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노 대통령도 한미FTA에 대해 금융위기 발생 후 재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이사장이 사과까지 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실장은 해군기지 건설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럼에도 군의 입장이 너무 완강해 막지 못했다. 그런 점에 대해 사과했고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이 같은 반성을 말바꾸기로 폄훼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먼저 반성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 문제만 해도 부산 북항 재개발 등 참여정부가 만든 장기 지방 발전 계획이 다 무산됐다. 참여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지역을 돌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누굴 찍든 똑같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많이 정치인들로부터 배반당한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당신은 배운대로 하겠다고 했으니 안 변했으면 좋겠다고 초심을 끝까지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신다. 시민들의 생각과 다른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모습에 가까운 정치인의 모습을 지키고 싶다."


태그:#김경수, #노무현, #총선, #첫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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