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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15년 만에 거제도 해금강을 간 이유는 아빠가 가고 싶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목회하는 목사님 가족을 위한 '겨자씨 가정축제' 실무를 맡은 이유때문이었습니다. 가보니 아내와 아이들은 참 좋아했습니다. 24일 오전 일정은 거제도 우도 관람이었습니다. 23일밤 확인해보니 우도는 대부분 다녀왔습니다. 결국 매물도로 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섬집아기집은 아직도 군불을 때

하지만 24일 아침 바람이 불어 매물도 운항은 통제가 되는 바람에 통영시 한산면에 있는 장사도로 결국 가기로 했습니다. 장사도는 모두에게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배를 타고 가는 데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먹기 위해 사람 코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장사도 '섬집아기집'
 장사도 '섬집아기집'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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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 주는 자장 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

장사도는 뱀처럼 생기고, 뱀이 많아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폭은 400미터, 길이는 1.9킬로미터 정도되는 섬으로 14채 민가와 83명이 살았다고 합니다. 아이들 뛰어놀았을 공간은 없지만 옛 교실 흔적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한인현 선생인 노랫말을 짓고, 이흥렬 선생이 곡을 붙인 '섬집아기'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섬집아기집은 아직도 부엌에 군불을 땔 수 있었습니다. 큰 아이가 한 번 군불을 때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빠! 불이에요."
"군불이라고 하는거야. 옛날은 다 이랬어."
"나도 해보고싶어요."
"아빠도 옛날에 많이 했다. 신기하지. 오랫만에 보니 나도 신기하다."


장사도 섬집아기집 아궁이이는 아직도 불을 땔 수 있습니다
 장사도 섬집아기집 아궁이이는 아직도 불을 땔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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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군불을 많이 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이곳이 현대 문명에 완전히 물들지 않았을음 알 수 있습니다.

동백터널,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뒷모습 참 아름답습니다

장사도에는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와 천연기념물 팔색조, 동박새, 풍란과 석란 따위가 살거나 자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백나무가 10만여 그루가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한 마디로 생명이 살아있는 보고였습니다.

장사도 동백꽃터널. 터널을 걷는 이들 뒷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장사도 동백꽃터널. 터널을 걷는 이들 뒷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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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터널을 걷는 이들 뒷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동백꽃은 겨울이 붉은 빛을 발합니다. 붉은 빛은 결코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색깔입니다. 붉은 빛 동백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교만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자랑하지 않습니다. 인간만이 자기가 잘낫다고 자랑할 뿐이지요. 아무리 자랑해도 자연이 빚은 붉은 동백꽃을 사람은 만들 수가 없지요.

하이에나?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하이에나로 하자구요

"이게 무엇인지 알겠어요?"
"모르겠네요."
"하이에나 같이 생기지 않았어요?"
"하이에나? 아닌 것 같은데."

"분명 하이에나예요."
"당신 나보다 이런 것은 더 잘 아니까. 맞겠지."

동백터널을 지나 조각품을 전시한 곳을 갔는데 아무리 봐도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 앞에만 서만 작아집니다. 작품 이름이 있겠지만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약 하이에나가 아니면 하이에나라고 우긴 아내 얼굴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저는 이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아직도 논란 중입니다
 아내와 저는 이것이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아직도 논란 중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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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하이에나라고 우긴 작품과 다른 작품을 관람한 후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저 바다에 누워"라는 노랫말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앨범을 그냥 들려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라이브 공연이었습니다. 섬에 와서 생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감탄했습니다. 장사도에는 정기 공연이 있다고 합니다. 섬이라 그런지 노래가 거의 다 바다를 담는 노래였습니다.

섬에서 생음악을?

공연장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그것도 생음악 공연입니다.
 공연장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그것도 생음악 공연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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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저기 공연을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생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나는 음악하는 사람들 제일 부러워요. 다른 것 잘하는 사람은 부럽지 않지만. 어떻게 노래를 저렇게 잘 불러요. 악기도 잘 다루고."
"섬에서 바다 노래들을 듣다니 정말 좋아요."
"듣고 보니 바다를 노래한 것이 많네요."
"아빠!"
"왜?'
"내가 부르는 노래 들어보세요. '저 바다에 누워!'' 저 바다에 누워' 저 잘 부르지요."
"아빠보다 잘 부르네."


큼직한 얼굴상들, 만들 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

어젯밤(23일)에 노래 'ㄴ'자도 부르지 못하더니 공연장에 들었던 노래를 금방 따라했습니다. 아이들은 억지로 배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듣고 배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저를 주눅들게한 또 다른 것이 있었으니 큼직한 얼굴 조각상이었습니다. 참 이상하게 생겼지만 다양한 뜻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얼굴은 얼굴인데 알고보니 다양한 작품들입니다.
 얼굴은 얼굴인데 알고보니 다양한 작품들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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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명브랜드', '각종쓰레기', '성애' 따위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큼직한 머리형상들은 조각에 문외한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내 손으로 빚을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이 만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태그:#장사도,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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