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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일 유치장에 있어야 해결되는 '반값등록금 액수' 2백만 원을 청구받았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숙명여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다.

 

1. 2011. 5.30 자 범행

가. 집회시위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은 한대련 소속 학생 등 20여명과 함께 2011.5.30. 22:10경부터 같은 달 31. 00:30경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이행하라, MB 물러가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려고 하는 등 미신고집회를 진행하여….

 

지난 24일, 이렇게 시작되는 중앙지법의 두꺼운 약식명령이 날아왔다. 죄목은 집회시위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 방해이고 부과된 벌금은 200만 원. 나는 이 문서를 보고 화도 많이 났지만, '왜 이렇게까지 많이 나왔지?'라며 그 원인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원인①]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니까?

 

 현재 트위터 프로필. 2011년에는 집행위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사를 받으라고 해 종로경찰서에 찾아갔던 지난 여름. 종로구에 일하는 김아무개 형사는 두툼한 사찰문서 위에 내 트위터(@tokistake) 프로필을 예쁘게 캡쳐해 뽑아놓았다. 그리곤 김 형사의 말 한마디.

 

"어이, 학생.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네…. 넥서스원 유저야?"

 

당연히 기분이 좀 나빴다. 트위터 프로필은 온라인 공간에서 그냥 보고 지나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렇게 공권력이 친히 캡쳐까지 해 놓고 원치 않는 곳에 유용하게 쓰라고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한대련 의장인 박자은씨가 총학생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물론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집단의 핵심이긴 하나 숙명여대에는 나같은 학생들이 많다. 이건 굳이 숙명여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튼, 집행위원장이니까 '열심히 하는 인물'이라고 해서 찍은 걸까? 아닐 것이다. 혼자 1인 시위를 진행한 것도 아니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움직였다. 나중에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할 지 의심부터 일기 시작했다.

 

숙명여대가 비록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학교 학생회 사회에서 명함을 내민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대련 의장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열혈 여대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열혈 여대생들이 지난해 받은 벌금의 총 액수는 모두 885만 원. 이 벌금은 박자은 한대련 의장의 것을 제외한 액수다.

 

[원인②] '과격'하게 정당성을 주장해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자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는 집회에 참여해 최대 90만 원까지 벌금을 받아봤다. 그 당시 큰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다. 그러나 200만 원이라는 액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였다. 덕분에 통보서를 몇 번이고 계속 읽어내렸다.

 

조사 받을 당시, 김 형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이 크게 나올 수도 있다"고 미리 귀띔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내가 경찰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가했다는 것.

 

"피고인은 20여 명과 함께 집회를 하였고… 21기동대와 24기동대가 이를 차단하였다. 피고인은 대비 경력이 도로 진입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누구의 모자를 빼았고, 누구의 제복 견장을 뜯고, 누구를 폭행…."

 

나는 '지도자를 잘 만났다면 경찰이 이렇게 매일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경찰이 무슨 고생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저 글귀를 보고 나니 나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 나도 수많은 경찰들 속에서 거칠게 옷이 뜯겨지고, 바지가 벗겨질 정도로 여경들에게 휘둘리고 맞았다.

 

법치국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에 참여한 나. 나는 내가 참여한 선거로 선출된 정부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는 '불법 시위자'로 매도 당했다. 게다가 '벌금 폭탄'까지 맞았다.

 

그날은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수많은 친구들이 무수히 연행됐던 지난해 5월 29일의 다음날.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과 친구들의 석방을 요구했던 그 집회는 정당했다. 나는 그 집회의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해 분노했을 뿐이다.

 

한편, 날아온 문서는 5월 30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 달동안 집회 참여 8건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집회 현장에 나갔으니 아무래도 그동안 거리의 대학생들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지 않았을까.

 

"까불지마, 벌금 먹일 테니까"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한 대학생이 경찰에게 목을 조인 채 강제연행되고 있다.

약식명령을 받자 마치 정부가 "반값등록금 운운하면서 까불지마, 딱 반값등록금만큼 벌금 때릴 줄 알아'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집에 도착하자 통보를 미리 받아보신 어머니와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다. 나는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당황스럽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졸업도 안하고 총학생회 하더니 꼴이 이게 뭐냐. 차라리 주소를 바꿔서 내 눈앞에서 이따위 쪼가리들이 보이지 않게 해라. 그 시간에 공부나 해. 발 닦고 잠이나 자라. 남들은 외국계 회사 들어갔다고 난리인데 내 자식은 자랑할 게 없어. 반값등록금 시위 나가서 다른 놈들은 다 벌어다 준다고 자랑해야 되는 거냐?"(아버지)

 

"야, 다른 시민들을 방해하면서까지 네 권리를 주장해야 하냐? 경찰이 무슨 죄야?"(오빠)

"주소는 안 바꿔도 되고…. 네가 책임져라…. 엄마 아빠 힘들다."(어머니)

 

나는 벌금 폭탄을 받았지만, 올해도 집회 현장에 나갈 것이다. 사실 올해는 4% 인하된 등록금 만큼의 벌금(384만 원 가량)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주위에 걱정과 우려의 시선들이 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던 지난해 여름을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싶다. 벌금은 내 의지를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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