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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3일 오후 12시 39분]

"제 시장 집무실에는 양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두 개의 책장이 있다. 좌우의 갈등, 빈부의 격차, 세대 간의 갈등. 저는 그러한 것을 조절하고 화해시키는 그런 시장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법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그러나 이제 저는 제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들을 용서하겠다. 공을 그쪽으로 넘기겠다. 민주주의는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저의 이러한 결단으로 말미암아 조금은 더 성숙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무소속)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 달 여간 지속 된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원순 시장은 "(당초에는) 강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한 단체와 대표자, 몇몇 언론사, 허위사실을 작성하고 유포한 개인들에게 형사·민사 소송을 하고 손해배상을 받아 끝까지 죄과를 추궁하겠다고 결심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강 의원도 사과를 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며 법적 대응 결심을 뒤집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은 이미 진실을 알았다"면서 "(병역 의혹 제기자들이) 참회와 함께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확고히 심판해줄 것"이라며 시민들의 역할을 기대했다. 불법 개인 의료 기록 유출과 관련해서는 "그 사건은 이미 네티즌이 고발을 해서 형사사건화 되었다"면서 "친고죄인 명예훼손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충격과 좌절의 나날...'타진요', 결코 남의 일 아냐"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먼저,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황당했다"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물었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럴 리가 있냐'고 되물었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어떻게 아버지가 나를 믿지 못하냐'라고 대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시장은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이 절 믿어줄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강 의원은 매일같이 폭로를 했다. 모독적이고 잔인한 언어의 폭력이 가슴을 후벼 팠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 앞에서 정체성도 잘 알 수 없는 단체들이 몰려와서 데모를 했을 때, 시내 전역에 플래카드가 걸렸을 때,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모시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부도덕하다고 느낄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충격과 좌절의 나날 속에서 가족들 모두 점점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외롭고 힘들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특히 "아들에게 큰 죄를 짓고 말았다"며 침통한 심경을 나타냈다.

"강용석 의원이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하고 나서고 (아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을 찍어오거나 체포하면 현상금을 준다고 했을 때, 아들이 다니는 교회 안까지 쳐들어가서 동영상을 찍을 때, (아들) 여자 친구 이름,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댔을 때, 온라인, SNS에서 온갖 악의적인 소문 퍼뜨렸을 때, 아들은 집밖을 함부로 다니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사건을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 비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명색이 서울시장이라는 사람과 가족에게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면 정치적 이익을 얻고 동조세력을 모을 수 있는 그 구조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이 이런 사회인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타진요'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번 의혹 제기 '합리적 의심' 아냐...'정치적 암살' 기도"

이어 박 시장은 "의사들까지 (MRI) 조작을 확신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을 의사들의 직업윤리와 전문성 사실에 절망했다"고 지적한 뒤, "일부 극단적인 언론들도 처음부터 저희를 몰아세웠다"라고 일부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일부 언론들이 이날 '박 시장의 초기의 미온적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은 "우스꽝스러운 질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은 "흔히, 성폭력 사건이 있으면 많은 남성들이나 언론들은 왜 그 여성이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냐, 좀 더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때로는 저항할 수 없을 때도 있다"면서 "저는 상식적으로 병역을 기피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의심이 너무 황당했다"라고 반박했다.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 그 제기를 당한 사람이 반대로 입증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안 했다고 입증하는 게 더 어렵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합리적 의심을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그랬다면 저한테 미리 와서 아이의 키와 몸무게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치, 모든 진실이 확인된 것처럼, 수많은 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닌가. 저는 이것은 정상적인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합리적 의심과 문제제기를 넘어서 굉장히 정치적인, 어제 엄상익 변호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실상 정치적 암살을 기도했던 것이라고 본다."

박 시장은 "끝까지 저를 믿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신뢰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시정에만 몰두하겠다"라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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