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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구 아파트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 온 지 4년차입니다. 그동안은 경북 상주 시내에 있는 주택에 세들어 살다가 작년 5월 상주시 중덕동이라는 시골마을에 빈집이 하나 있어 그 집을 제가 고쳐서 무상으로 사는 조건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직업이 목수라 엄두를 낼 수 있었지요.

쓰러져가는 집을 서까래도 보강하고, 전기배선도 새로하고, 천장도 고치고, 화장실과 목욕탕도 집 안으로 들여 수세식으로 바꾸고, 정화조 묻고, 도배 장판도 새로 하고, 씽크대 새로 설치하고, 연탄보일러도 설치하고….

집 외부는 손대지 않았으나, 집 안은 거의 다 손대다시피 하니, 제 인건비 빼고 재료비만 500만 원 정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땅 산 곳에 집을 짓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 생각입니다.

오늘은 집 고치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오니 제 삶의 숙원사업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제 숙원사업이래야 뭐 그리 거창할 것도 없답니다. 제 손으로 김장김치 담가서 김장독 땅에 묻기, 된장 담그기, 고추장 담그기, 제 아이들 시골학교 보내기, 뭐 이런 게 제가 시골에 살 결심을 하도록 만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답니다.

그 숙원사업 중에 하나는 벌써 작년 겨울에 이루었습니다. 다름 아닌 김장독 묻기지요. 작년 12월 초 김장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수일을 하고 있어 아직 농사까지는 못 짓고, 귀농한 후배가 직접 농사지은 무농약 무 20개와, 배추 40포기를 아주 저렴한 가격(3만 원)에 사서 김장을 담그고, 그 독을 뒷마당에 묻어두고 겨우내 꺼내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뒤 안에 묻어둔 김장독만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다음 숙원사업인 된장 담그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수로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일을 해온 처지라 입맛이 보기보다 까다로운 저는 된장과 간장도 유독 집된장과 집간장을 좋아합니다. 꼭 집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야 하고, 음식간에는 꼭 집간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동안 된장을 담그지 않아 된장, 간장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여 올해는 된장을 직접 담그기로 하였지요. 아직까지 메주를 직접 끓이고, 띄우는 용기까지는 나지 않아 작년 겨울에 아는 분께 메주를 부탁하였습니다. 내년에 메주도 직접 끓이고, 띄워 볼까 생각 중입니다.

며칠 전 부탁해 놓은 메주가 다 띄워졌으니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믿을 수 있는 무농약콩으로 만든 무농약 메주랍니다. 처음 담그는 된장인지라 된장을 담그기 전 인터넷과 주위 어른들께 된장 담그는 법을 이리저리 미리 자문을 구해 두었습니다

우선 메주를 네 등분으로 잘라 간단히 씻어 놓았습니다. 지푸라기랑 먼지만 씻고, 곰팡이는 씻으면 안 된다 말씀하시더군요.

(잘 띄운 메주를 자를 모습입니다. 먼지와 지푸라기만 씻으라 하더군요.)
▲ 메주자르기 (잘 띄운 메주를 자를 모습입니다. 먼지와 지푸라기만 씻으라 하더군요.)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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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를 씻고 있는 아내, 대구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도 모두 그곳에서 졸업한 그녀가 절 믿고 순순히 시골을 받아 들이고 따라 와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모릅니다.

더구나 이쁜 두아들 라온제나까지 나아 주었으니... ....)
▲ 메주씻기 (메주를 씻고 있는 아내, 대구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도 모두 그곳에서 졸업한 그녀가 절 믿고 순순히 시골을 받아 들이고 따라 와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모릅니다. 더구나 이쁜 두아들 라온제나까지 나아 주었으니... ....)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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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된장독 소독하기입니다. 이사 온 시골집 뒤안에 굴러다니는 독이 네 개 있더군요. 물이 세지 않을까 싶어 물을 부어보니 세 개는 멀쩡하고, 하나는 금이 갔더군요. 그 하나는 소금단지로 써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이 세지 않는 단지 두 개는 지금 땅속에서 김치를 익히고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가 된장독이 될 테지요.

그 된장독을 메주 묶던 지푸라기으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불 붙인 지푸라기를 잡고 있기가 뜨거워 그냥 독 안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지푸라기를 많이 태웠으니 된장독 소독은 잘 되었으리라 믿어야지요. 그 독을 다시 물로 깨끗이 씻고, 메주와 함께 하루를 말렸습니다.

 (된장독을 지푸라기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 항아리 소독 (된장독을 지푸라기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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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은 메주는 채반에 말리고 있고요)
▲ 메주말리기 (씻은 메주는 채반에 말리고 있고요)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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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금물을 담을 차례입니다. 소금은 간수 뺀 소금을 쓰라 하더군요. 하여 또 수소문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귀농한 후배 국진이네 집에 간수 뺀 지 3년 된 신안산 천일염이 있다고 한 포대 가져가라는 군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소금을 가지러 갔습니다.

저는 올해 콩 한 말 분량의 된장을 담급니다. 보통 콩 한 말이면 소금물은 그 두 배 정도면 된다 하시는군요. 배운 대로 소금을 물에 풀고, 계란을 띄웁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계란이 떠오르면 된다는데 저는 도저히 감을 못잡겠더군요. 다시 후배 국진이한테 염도계 좀 가져오라 하여 염도를 측정하여 소금물을 만들었습니다.

(물에 소금 풀기)
▲ 소금물 만들기 (물에 소금 풀기)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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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어 둔 메주를 항아리에 넣습니다.)
▲ 메주넣기 (씻어 둔 메주를 항아리에 넣습니다.)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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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 대추, 건고추, 감초가 함께 들어간 된장)
▲ 항아리에 소금물 붓기 (옻, 대추, 건고추, 감초가 함께 들어간 된장)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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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씻어 놓은 메주를 독에 채우고 거기에 옻, 대추, 감초, 건고추를 함께 넣고, 만들어 놓은 소금물을 채반에 걸러 부었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옻닭을 해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두 아들까지 옻이 오르지 않는 체질이라 옻을 좋아하는 저는 옻 된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옻을 함께 넣었습니다.

붉은 건고추는 된장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악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며 세 개 정도만 넣어도 된다는군요. 숯이 당연히 집에 있을 줄 알고, 찾아보았더니, 작년 여름 이사 와서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바람에 숯이 하나도 없더군요.

숯은 할 수 없이 내일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주가 가라 앉을 수 있도록 돌도 함께 구해 메주를 눌러 놓을 생각입니다. 그렇치 않으면 물 밖으로 떠오른 부분은 맛이 없어진다 하더군요.

완성된 된장독입니다.
▲ 된장담기 완성! 완성된 된장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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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된장2 콩 한말+물 두말)
▲ 완성된 된장독 (완성된 된장2 콩 한말+물 두말)
ⓒ 함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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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월을 기다리면 됩니다. 보통 40~60일 사이에 된장과 간장을 거른다 하는군요.
걸러서 된장은 따로 담고, 간장은 다시 은은한 불에 20분 정도 끓여서 독에 넣고 보관하라는 군요.

처음 담가 보는 된장 생각보다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우리의 전통발효음식들은 모두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된장을 담고 나니 우리 부부가 대견스레 느껴집니다. 하루가 뿌듯합니다.


태그:#된장담기, #된장, #간장, #메주, #된장담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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