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6일 오후 '집단해고'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의 거리 농성장을 찾았다.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6일 오후 '집단해고'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의 거리 농성장을 찾았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집단해고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배우 김여진씨가 지난해 4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을 찾아와 김 지도위원한테 했던 말이다.

김 지도위원은 16일 오후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에 있는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 농성장을 찾았다. 김 지도위원은 309일간 고공농성해 업무방해·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되어, 이날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이날 오후 창원에 교육하러 왔다가 농성장에 들린 것이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새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어 시설관리를 맡기고 있으며, 35명 가운데 새 업체는 한국노총 조합원과 비조합원만 선별고용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5명이 남아 이날까지 천막 농성 56일째를 보내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집단해고 등의 내용이 담긴 <경남노동자신문>(민주노총 경남본부 발행)부터 읽었다. 그가 해고자한테 한 첫 말은 "멀리 보고 해야 한다"였다. 일부 백화점에 들어가서 일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김 지도위원은 "적개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들어가서 일하는 사람들도 미안한 마음일 것이다. 그들에게 적개심을 가지지 말고, 이 싸움을 좋게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에게 욕하고 굳은 표정 지으면 힘들어진다. 나중에 들어가더라도 서로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용역 경비원' 이야기가 나왔다. 농성 사태가 벌어지면서 롯데백화점 측은 용역을 배치해 놓았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에 용역으로 갔던 사람들이 이곳에 배치됐던 적이 있다. 한 조합원은 "처음에 부산에서 왔다고 한 용역이 우리한테 '진숙이 누나 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이에 김 지도위원도 용역과 일화를 소개했다.

"저도 처음에는 용역과 엄청 싸웠다. 나중에는 서로 얼굴도 익히고 하면서 그렇게 극악스럽게 하지는 않더라.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싸웠던 거 같다. 용역들도 희망버스가 와서 하는 발언이라든지, 촛불문화제 때하는 연설을 들어 보고 나서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는 용역들이 들고 있던 물품을 흔들며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치가 떨리는 용역도 있지만, 대부분 보면 착하더라."

"들어가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음만은 함께 할 것"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6일 오후 '집단해고'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의 거리 농성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했다.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6일 오후 '집단해고'된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들의 거리 농성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30~40대가 대부분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에 비해 젊다.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를 하니까 정년을 앞둔 조합원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힘들어 하더라. 아이도 어리고, 가족 책임도 져야 해서 그랬던 것 같다"면서 "그럴수록 연대하면서 서로 결의를 다져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족대책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했을 때, 가족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을 벌였다. 김 지도위원은 "다들 결혼을 했느냐. 부인과 가족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철회투쟁위'보다 '가족대책위'가 60~70%의 역할을 했다. 희망버스가 왔을 때, 편지를 써서 양말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 양말은 그야말로 싸구려인데, 어떤 사람은 아까워서 신지도 못하겠다고 하더라. 절박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가대위'가 보여준 것이다. 세심함이 필요하다. 마누라를 어떻게 고생시키느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같이 어울려서 하면 불안감도 해소되고, 책임감도 강해진다."

김 지도위원은 "가족들과 같이 야유회나 수련회도 가야하고, 같이 싸워서 같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매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가 힘들다는 말도 했다.

"근무 시간이 다르고, 근로조건도 힘들다 보니 조직하기 힘들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는데, 누가 대신 싸워 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다. 나섰다가는 일자리도 잃을 것 같은 마음도 있다. 전국에 많은 투쟁 현장을 가본다. 지금 우리가 제일 힘들다고 여기겠지만, 전국 다니다 보니 똑같다. 한번 뜻을 세웠으면 그대로 가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 끝까지 하면 끝은 나게 돼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깨지면 오랫동안 다시 만들지 못한다"면서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시작했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들어가서 일하는 사람들도 몸은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트위터' 이용을 권하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트위터는 투쟁에 유용한 수단이다. 기자회견을 해도 신문에 잘 나오지 않는데, 트위터를 하면 여론이 만들어진다"면서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에 오게 된 것도 결국에는 트위터 때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은 겉에서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일상의 이야기하듯 글을 써서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때다. 지난해 6월 27일 '어용노조'가 사측과 합의를 해버린 것이다. 저 혼자 남아 있는 상황이 되었고, 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정리해고 철회되지 않았기에 내려올 수 없었다. 난감했다. 그런데 트위터 친구들이 나섰다. 금속노조가 인정하지 않았으니, 어용노조가 한 합의는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제가 해야 할 말을 트위터 친구들이 대신해 준 것이다. 그래서 합의 무효 분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듣고 있던 한 조합원이 "글을 잘 못 쓴다"고 했다. 이에 김진숙 지도위원은 "절박하면 쓰게 돼 있다"며 "트위터에는 힘든 이야기를 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재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고 비정규직들과 사진을 찍던 그는 "웃자"며 손을 들었고, 옆에 섰던 이들도 함께 웃었다.


태그:#김진숙 지도위원,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