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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의 매력은 하얀 눈과 맞닿은 파란 하늘
 겨울 산의 매력은 하얀 눈과 맞닿은 파란 하늘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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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자라는 권금성 소나무

겨울 동안 웅크리고 있었더니 온 몸이 근질거린다. 입춘이 지났다. 올 겨울 게으른 탓에 산행다운 산행을 제대로 못했다. 큰 맘 먹고 겨울 산행을 준비한다. 눈길을 걸을 수 있는 아이젠과 두꺼운 옷 몇 벌. 어디로 갈꺼냐구? 산 이름에 눈이 들어가는 설악산으로 간다.

설악산은 멀다. 산행까지 생각한다면 하루 만에 힘들다. 무박 2일 여행도 한다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목적지만을 달려가는 꼴이다. 그래서 1박 2일 산행을 준비했다. 산장에서 하룻밤 자면 더 좋겠지만, 준비할 게 많아져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첫날은 설악산 언저리에서 보내다가 다음날 일찍 산행할 생각이다.

여유 있게 출발 했지만 중간에 점심도 먹고, 동해바다 구경을 했더니 시간에 쫓긴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니 바쁘다. 너무 늦으면 케이블카 타는 걸 포기해야 한다. 설악동 주차장을 지나고 케이블카 매표소에 도착하니 겨우 시간에 맞췄다. 다행이다.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가 다 그렇겠지 했는데, 설악산 케이블카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둥실둥실 떠가더니 도착할 무렵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 정말 최고다. 바위가 닿을 듯 말 듯 올라가는 아슬아슬함.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가 작게만 느껴진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승강장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승강장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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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금성을 지키는 바람결에 날리는 소나무
 권금성을 지키는 바람결에 날리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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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서 권금성까지 눈길을 걸어간다. 눈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어간다. 권금성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권금성은 성 이름이다. 이 높은 곳에 성을 쌓은 것도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누가 올라오기나 하겠어? 커다란 바위에 서니 바람에 날아갈 것 같다. 권금성 주변 소나무들은 한쪽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자란 억센 소나무들이다. 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 더욱 춥게 느껴진다.

설악산 능선 길에서 만난 잣나무

새벽 5시에 일어나 대충 세수하고 어둠을 밟고 등산로로 향한다. 설악산을 오르는 가장 짧은 길은 오색약수터에서 오르는 길이다. 대청봉까지 4.5㎞,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남설악 탐방지원 센터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불을 밝히고 산행객들을 통제하고 있다. 등산장비를 잘 갖췄는지 일일이 확인을 하고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이른 새벽이라 산길이 어둡다.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산길을 밟아나간다. 처음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다. 생각보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했는데 조금은 실망이다. 그렇게 어둠을 뚫고 한참을 올라가니 능선에 올라선다.

동쪽하늘이 서서히 밝아온다. 능선 길에는 잣나무들이 당당하게 서있다. 신라시대 향가 <찬기파랑가>에서 잣나무의 당당함을 비유하던데. 눈 속에 반듯하고 당당히 서있는 잣나무를 보니 옛날 사람들이 노래한 그 기상이 배어나오는 것 같다.

 설악산 겨울산 풍경
 설악산 겨울산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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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로다보니 경사가 급하다. 겨울산이라 숨이 덜 차지만 골짜기를 지날 때면 코가 시리다. 목도리를 바짝 올리고 산행을 계속한다. 손끝이 시려 두꺼운 장갑으로 바꿔 낀다. 역시 만만히 볼 산이 아니다.

너무나 갑자기 다가온 산 정상

올라가는 길에 벌써 내려오는 분들도 있다. "뭐 하러 올라가요?" 장난스럽게 묻는다.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는 말이다. 이 추운 날, 그것도 산꼭대기를 보겠다고 아등바등 올라가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그래도 산을 오르는 마음은 설레고 즐겁다.

 높은 산 깊은 골을 실감하게 하는 산너울
 높은 산 깊은 골을 실감하게 하는 산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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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을 흐르는 산너울 풍경
 백두대간을 흐르는 산너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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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숲에서 나오고 고산지대 풍경이 펼쳐진다. 키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하늘아래를 걷는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길을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숨이 턱 막힌다. 아! 산너울이 파도를 치듯 끝없이 넘실거리고 있다. 이런 장관은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높은 산 깊은 골이란 표현이 너무나 와 닿는다.

산은 하늘을 보고 있다. 눈만 쌓인 길을 걸어서 올라간다. 하늘과 닿을 듯 올라선 곳에는 눈을 덮지 않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바람을 피하듯 모여 있다. 사람들이 몰려 있어 가까이 가니 대청봉이라고 쓰여 있다. 어! 정상이네. 하늘만 보고 오르는 길에 갑자기 만난 정상 표지석은 너무나 당황스럽다. 1708m라는 숫자는 이곳이 설악산에서 제일 높은 곳임을 알려준다.

 눈길을 걷는 겨울 산행
 눈길을 걷는 겨울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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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대청봉. 추위를 잊은 산행객들
 설악산 대청봉. 추위를 잊은 산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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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서 있으니 바람이 너무나 세다. 백두대간을 타고 흐르는 강한 바람은 나의 온몸을 헤집고 지나간다. 어쩌나. 여기까지 올라 왔는데, 다시 내려가야 한다니. 허전하기만 하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한계령이 주는 마음 속 감동

거센 바람을 가르며 산을 내려서면 중청대피소가 있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등산화를 벗고 발을 주무르고 양말도 갈아 싣는다. 과자 몇 개와 커피를 사서 마시고는 산길을 재촉한다. 내려갈 방향은 한계령이다. 7.7㎞, 5시간이나 걸어가야 한다. 짧은 거리가 아니다.

한계령으로 가는 길은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이라는 노래가 절로 불러진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중청대비소에서 한계령으로 가는 길
 중청대비소에서 한계령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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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설악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고 속삭인다.
 겨울 설악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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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오르락내리락 끊임없이 걷는다. 다리도 아프고 지친다. 그렇게 가기를 한참. 한계령 2.3㎞ 표지판을 만난다. 내려가기만 하는 길도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서 한계령휴게소에 다다랐다. 한계령은 몹시 설레는 이름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만났던 한계령은 굽이굽이 들어선 풍경에 그저 감탄만 했다. 휴게소에서 잠시 바라본 풍경은 감동이었다.

30년 만에 다시 그 자리에 선 오늘은 그렇게 큰 감동이 오지 않는다. 산 정상에서 너무나 웅장한 풍경을 만나버렸다. 한계령에 선 나는 12.8㎞ 눈길을 9시간 걸었을 뿐이다. 그리고 노래가사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고 싶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2월 4일과 5일 설악산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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