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희일비하지 말자. 길게 보고 원칙을 지키면 조합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 조합원들은 돌아오게 돼 있다. 그것이 대중이다. 크레인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멸감을 느꼈지만, 조합원들을 생각했다. 내가 무너지면 우리 조합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진짜 노동자 시민이 총자본과 큰 싸움을 한번 해보자. 우리 싸움에는 아직 희망이 존재하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노동조합 간부들을 만나 강조한 말이다. 김 지도위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신천섭)가 14일 창원노동회관에서 마련한 '간부 학교'에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5호 크레인 농성부터 거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27일 김여진씨와 '날라리 세력'들이 왔다. 어제 김여진씨는 아들을 낳았다. 처음에는 그 분들이 올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다"면서 "그 전까지만 해도 크레인에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김여진씨도 와서 울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오면 울더라. 그분들이 돌아가고 나면 저는 하루 종일 기분이 꿀꿀했다"고 말했다.

김여진씨는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말을 남겼는데, 김 지도위원은 "처음에 그 말을 보고 성질이 났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 웃자니. 그러다가 화두처럼 번쩍 떠오른 것이 웃으면서 싸워야 함께 싸울 수 있고, 함께 싸워야 끝까지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전에 쌍용자동차 투쟁에 가면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거기 가서 노래 부르고 춤 추면 괜히 죄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저는 우리 조합원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크레인 고공농성한 309일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매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독일과 핀란드에 있는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알고 찾아오기도 했다는 것. 또 희망버스에서 눈이 맞은 남녀가 크레인에 와서 언약식을 했다는 것이다.

"눈이 맞아 85호 크레인에 와서 언약식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울에서 왔다. 크레인 밑 담장은 용역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청춘남녀는 손을 꽉 잡더니 너무도 비장하게 와서 언약식을 했다. 용역들도 쳐다보더라. 그렇게 비장한 언약식은 처음 봤다. 용역들도 감동을 했는지 사진을 찍어 주더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6월 27일 '행정대집행'되던 날 조합원들은 모두 쭟겨나고, '사수조' 4명이 크레인 중간층에 남게 되었다.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본부 총무부장은 남아서 끼니 심부름을 했던 것이다. 김 지도위원은 "4명의 사수조가 아니었으면 크레인은 침탈되었거나 제가 뛰어 내리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하루 종일 트위터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 스마트폰이 올라왔는데, 전원을 켤 줄을 몰랐다. 설명서도 없었다. 다음 날 트위터 하는 방법을 알아서 보니, 수백개의 응원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이 너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여진씨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트위터 때문이다. 회사는 트위터를 못하게 하려고 전기를 끊었다. 배터리가 없으면 못하는 것이다. 밥 속에 배터리가 있나 싶어 금속탐지기로 휘젖기도 했다. 제가 트위터를 못하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밖에서는 더 미치고 환장했다. 소통을 해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국회 청문회 때 정동영 의원이 '왜 금속탐지기를 하느냐'고 물으니 사장은 '볼트가 섞여 있을까봐'라고 했지만 사실을 그것이 배터리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밖에서 배터리를 올릴 방법을 연구했다. 모형헬기를 띄워 배터리를 상자로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기쁜 나머지, 물품들을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경찰이 트위터를 샅샅이 뒤져보고 있던 상황이라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나중에 용역들이 작대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 이유 때문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 지도위원은 "사람들은 대소변을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궁금해 하는데, 행정대집행 이후 별도로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나중에는 용역들이 크레인에 올라오려고 하면 그것이 폭탄이었다. 대소변을 봉지에 넣어 던지면 가속도가 붙어서 떨어졌다. 나중에는 크레인 밑이 똥밭이었다"고 말했다.

사측은 85호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던 상황을 설명한 김 지도위원은 "목숨을 건 투쟁이 어떤 것인지 매일매일 실감했다. 여름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10분의 여유도 없었다. 잠도 못잤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이야기를 했다. 그는 "노동운동한다는 사람들이 생명 문제에 무감각하다. 휴머니즘이 없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분신, 투신, 고공농성 등을 하루가 멀다하고 보니까 일상처럼 돼 버렸다"면서 "저도 민주노총 지도위원이고, 금속노조 조합원인데, 우리 집회가 희망버스와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도 희망버스를 타기는 했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집회였다면 크레인 밑에서 해도 허용이 됐을 것이다. 그 집회는 몇 명이 언제 모여서 언제까지 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희망버스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1차 때는 담을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희망버스를 탄 사람과 안 탄 사람, 담을 넘은 사람과 안 넘은 사람으로 나뉘어진다는 말도 들었다. 내려오기 전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한테서 문자가 왔더라. 그래서 '민주노총만이었으면 살아서 못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희망버스가 저를 살렸다. 희망버스로부터 진정성과 역동성을 배워야 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 지도위원은 "민주노총 간부였으면 담을 쉽게 넘지 못했을 것이다. 담을 넘으면 소환장이 날라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1차 때 담을 넘은 사람들이 200명 이상 소환장을 받았는데, 미안하다. 그런데 그 분들은 담담하더라. 그것이 죄가 되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고, 그 판단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비정규직 투쟁을 강조했다.

"심지어 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해도 사회에 어떤 경종을 울리지도 못한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노동운동은 계급운동이다. 하청노동자와 노숙인까지 포함하는 운동이고,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다.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보수화돼 가고 있다. 우리가 설 땅은 좁아지고 있다. 진짜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노동조합을 끝까지 사수하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김진숙 지도위원, #85호 크레인, #정리해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