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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너지 정책 세미나 및 좌담회'가 탈핵에너지교수모임과 4개 야당 주최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자연에너지 정책 세미나 및 좌담회'가 탈핵에너지교수모임과 4개 야당 주최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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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의 위협에서 벗어나 핵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과 에너지고효율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독일처럼 핵발전소 폐기를 결정하는 '탈핵'선언을 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독일은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에 이르고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35%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 확정된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에 따라 최종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5년 4.3%, 2020년에 5.9%, 최종적으로 2030년에 11.3%로 정했다. 또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핵발전소 발전비중은 2024년까지 48.5%로 크게 늘어나는 데 반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8.9%로 전망됐다.

정부는 그동안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Tariff, FIT)를 전력 부문의 재생가능에너지 지원정책으로 시행했다. FIT는 재생에너지 정부에서 고시한 재생에너지 기준가격과 일반 전력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발전사업자에게 지원해주는 제도로, 2002년 도입돼 지난해 말 폐지됐다. 이와 달리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RPS)는 에너지 공급 사업자의 총 공급량 중 일정비율이나 일정량을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 올해부터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

정부는 FIT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기준가격 설정의 어려움,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대응 곤란, 보급규모의 예측과 소요 재원의 감당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RPS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RPS는 FIT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8일 '탈핵에너지교수모임'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녹색당(준)이 공동 주최한 '자연에너지 정책 세미나 및 좌담회'가 'FIT와 RPS 도입 개선방안'을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필렬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이필렬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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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유럽 국가와 일본의 경우 RPS는 FIT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RPS를 시행하던 영국, 이탈리아 등이 FIT로 돌아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RPS는 민주적인 에너지생산의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을 것이며, 대규모 재생전기 생산자만이 RPS에 참여해 큰 이득을 얻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RPS 문제점 많아... 충분한 검토 필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새롭게 도입하려는 정책수단이 목표로 하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진정으로 효과적인지,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과 다른 정책 환경에서도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RPS시행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 RPS 성공 조건 중 하나인 대규모 재생가능에너지원의 부재 ▲ 의무 공급량 외부 조달시 대규모 사업자 집중과 환경파괴 가능성 ▲ RPS 대상 에너지원의 부적절성 ▲ 일반시민의 참여를 통한 에너지전환 곤란을 한국 RPS의 4가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총 실현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력은 47.6TWh이다. 재생가능에너지원별로 보면 태양광 10.4TWh(21.8%), 수력 10.7TWh(22.5%), 해상풍력 9.0TWh(18.9%), 육상풍력 1.5TWh(3.2%), 고체바이오매스 5.8TWh(12.2%), 도시형 폐기물 5.3TWh(11.1%), 바이오가스 4.3TWh(9.0%), 지열 0.01TWh(0%), 조력 0.4TWh(0.8%)이다. 즉, 에너지원별로 봤을 때 태양광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태양광과 같이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RPS를 통한 공급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RPS에 성공한 스웨덴,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사례들에서는 지열, 풍력, 바이오매스 등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한 자원이 풍부하게 존재했는데 반해 한국은 그런 자원이 별로 없기 때문에 부존자원의 규모와 특성을 볼 때 한국의 RPS의 성공적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환경 파괴하는 조력발전이 재생에너지?

이에 따라 한국의 발전사업자들은 손쉽게 의무할당량을 채울 수 있는 조력발전에 몰리고 있다. 서부발전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520MW), 중부발전은 강화만 조력발전소(840MW), 한국수력원자력은 인천만 조력발전소(1320MW), 동서발전은 아산만 조력발전소(254MW)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규모는 1966년 건설돼 현재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240MW)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윤 교수는 "조력발전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재생가능에너지 시나리오에서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에너지원"이라며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가 높고 지역어민과의 갈등이 심각하게 야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률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환경 파괴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RPS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소규모 분산적 성격과 불일치하면서 대규모로 설치될 경우 환경파괴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RPS 대상 에너지원 조항에서 조력발전을 삭제하거나 그 가중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조제가 없는 조력발전의 경우 태양광의 최대 가중치 1.5보다 높은 2.0을 부여해 해양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발전 위주 FIT와 병행해야

이날 토론회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주제로 학계 교수 및 전문가와 정당,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주제로 학계 교수 및 전문가와 정당,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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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수는 "RPS는 대용량을 기준으로 시행돼 큰 자본들을 충족시키는 체제를 제도화할 뿐"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사례처럼 소형발전을 위주로 하는 FIT와 RPS를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08년 소규모(1.5MW 이하인 설비로 480MW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자에 대해 FIT를 승인했고, 영국은 2010년 4월부터 소규모 설비의 태양광 등에 대해 FIT를 도입했다. 일본 또한 2009년 11월 태양광에 한해 신고정가격제를 도입했다.

윤 교수는 "만약 RPS를 도입해야 한다면 가장 잠재력이 높고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소규모 분산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태양광'에 대해서는 FIT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에너지문제에 대한 시민인식 전환을 통해 에너지 소비자를 에너지 생산자로 변화시킴으로써 에너지문제의 사회화가 가능하다"며 "RPS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대규모 사업자들의 문제로 치부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속성상 에너지밀도가 낮고 분산적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작은 규모로 넓게 참여할 때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필렬 교수는 "독일의 경우 FIT는 시민들 주도로 제안된 정책이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국가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자각을 통해 운동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덧붙이는 글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블로그에 동시게재됩니다.



태그:#자연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의무할당제도, #탈핵에너지교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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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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